가을-7 첫 햇살 오늘아침 예전에 감꽃 닮은 아이가 있었다. 아니다. 이 반시 닮은 계집아이. 며칠 전 홍시를 먹으며 예전에 내 또래 계집아이들은 모두 이 납딱 감 반시를 닮았다 하자 그 자리 모두가 “그래 맞아. 그랬어.” 쉬 동의하는걸 보고 좀 놀랬다. 어쩌면 우리들은 느낌의 공유부분이 이리 같은가? 자란 곳, .. 듣기 2007.10.17
가을-5 이삔 놈들 이삔 놈들 올해 날씨가 많이 불순하다. 가을이라 해야 볕 난지 며칠 안 되고 사흘이 멀다고 비오고 흐리다. 마찬가지 오전에 잠시 빤하더니 지금도 그리하다. 그러니 단풍이야 차치하고 들판의 곡식조차 제때 못 여물어 농부들 한숨이 깊어진다니 올 해 가을은 워디로 가는가? (주변은 아직 녹색천지, .. 듣기 2007.10.10
가늘-4 나뭇잎 사이로 나뭇잎 사이로 간만에 여유가 생겼기로 하늘을 쳐다보니 날이 맑았다. 햇빛은 눈부신데 갑자기 싸늘한 공기 나선 걸음 즉흥적으로 길 위에서 문자를 넣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그곳 참게 탕이 그리웠다. 그때 그 시간 마침 형편되는 한 두름이 모여 노을 속으로 떠나다.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듣기 2007.10.09
가족 아이가 첫 외박을 나왔다. 군에 간지 이제 두 달 반 보통은 100일 휴가를 나온다든가? 함에도 우리는 그간 네 번을 만났다. 첫 번은 녀석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 경황이 없어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의 사촌 형들이 육본인가를 통해 연락, 아직 훈련 중인 -마찬가지 정신없는 녀석을 불러.. 듣기 2007.10.05
물주고 물주고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고. 우리의 명절준비는 항상 이렇다. 이 일만 잘 되면 세상은 원만하다. 평화롭고 어느 구석 때론 풍족하기조차 하다. 이를 위해 어제까지 정신없었고 오늘 고요한 마음 긴 휴식에 들어가기 전 얘들도 밥 주고 물 주다. 아무래도 돌아오면 절정은 지나겠는걸. 혼자 꽃을 피.. 듣기 2007.09.21
마음5 여름은 저만큼 물러나고 한 아이가 놀이에 빠져있었다. 흥얼흥얼 혼자 노래 부르고 혼자 중얼중얼 얘기도 하며 한시도 가만있지 않는 물의 장난에 쉼 없는 손사레질 발놀림으로 대적을 하며 때로 “얍” 내 칼 받아라 내려치기도 하는 개울물만큼이나 깊이 빠진 저 골똘한 재미와 합일 여름이 끝나 가.. 듣기 2007.08.30
마음4 모든 경계에 꽃이 핀다. 안과 밖 생과 사 강과 온 유와 무 존재와 허상 확실함과 모호함~ 산다는 건 뭘까? 마지막 생의 순간 과연 내 머리를 지배하는 건 무엇일까? 공포일까? 회한일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데 삶에 대한 집착일까? 슬픔? 대단히 고통스러울까? 최소한의 품위 인격으로의 존엄.. 듣기 2007.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