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삔 놈들
올해 날씨가 많이 불순하다.
가을이라 해야 볕 난지 며칠 안 되고
사흘이 멀다고 비오고 흐리다.
마찬가지 오전에 잠시 빤하더니 지금도 그리하다.
그러니 단풍이야 차치하고 들판의 곡식조차 제때 못 여물어
농부들 한숨이 깊어진다니 올 해 가을은 워디로 가는가?
(주변은 아직 녹색천지, 병든 잎만 보인다.)
사는 집
식탁에서 보이는 시종여일한 풍경이 몇 있는데~
대체로 앞뒷집(동) 지붕 기와 주황색.
-말이라도 그럴듯 스페니쉬풍이라 하자.
그 뒤 제법 숲을 이뤄 허공으로 우뚝우뚝한 백양나무 참나무들의 손 벌림.
-잠자다 물 마시러 나와 바라보는 불 꺼진 새벽녘, 그들의 고요한
정물 같은 자태나 수런거리는 소리는 계절 불문 다 좋다. -특히 나목, 겨울.
다음이 그 뒷 베란다에서 시선을 수직으로 떨구어 내려다보는 이 계절
단풍나무, 회화나무 단풍, 그리고 감 홍시 주홍이나 이 꽃 사과
붉은 열매다.
요즘 이 꽃 사과 열매 결실이 한창이다.
한번 깨물어보니 보기와 달리 쓴맛이 강해 먹을 수는 없겠더라만서도
그 생김새, 자태는 사과 그대로 미니어쳐를 보는듯하고
뽀야니 꽁무니에 분이 돋은 모습은 아무리 봐도 영판 그대로 사과이다.
또한 어쩌다 이 나무 아래 차를 세운 아침이면
농익어 절로 떨어진 이 이삔 녀석들을 차 지붕에서 쉽게 보게 되는데~
아이쿠야!
엉덩방아를 찧어 윙크하듯 한 쪽 눈을 찡그리고
아침햇살에 장난스레 웃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도저히 그냥 못 본 척 쓸어버릴 수는 없는 것이니.....
이만저만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무심결에 차문을 여는 한낮이면
이 어디서 날아온 요정, 천사인가?
이 형언할 수 없이 달콤한 향기의 정체는?
오늘도 그리하였고 가을이라 짜달시리 새로 볼것도 없이므로
잊기전에 여기다 다시 한자락 기록해 둔다.
<생활 tip ;떨어진 꽃 사과 열매 몇 알을 차안에 두면 그 향기가 참으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