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고향 밤새 누가 이 나무 위를 흘러가는 별을 찍었나? 아침 여덟시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나무 아래 하늘을 향해 미속?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었다. 수령 950년, 수고 30m 어릴때처럼 내 인생 노년에 꼭 저 바위 평상 위에서 도시락을 먹어봐야지 그때 난 누구와 도시락을 먹고 싶을까? 다행이.. 가기 2013.11.12
겨울-아침 겨울이다 봄부터 손 내밀어 세상을 만졌든 모든 촉수 교감 행위 구애의 팔들을 거두어 들이고 다시 뿌리로 돌아왔다. 가장 해가 짧은 달 가장 어두운 이 계절에는 밖으로 향하든 시선도 거두어 들여 스스로 들여다 볼때다. 숨소리를 듣듯 자신을 가늠하고 보살피듯 깃털을 가지런 가다듬.. 카테고리 없음 2012.11.30
11월 하루 -멀리서 바라보기 미루나무 아래 낙향한 선배가 집한칸 지었다는데~ <이러다간 아무도 못살아> 자연발아한 은사시. 하지만 간섭 할 수 없다. 가꾸고 다듬은 풍경에서 이 같은 자연 상태 원래대로 모습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좋아하기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그건 발견이 아닌 경계를 허무는 허용, 수.. 카테고리 없음 2010.11.17
11월 하루 그런줄 몰랐는데 점심 먹으며 얘기를 나누다보니 그 분 아버지가 그림을 그리시는데 이번에 전시회를 한다는 것이다. 미술관이 마침 사는곳 바로 앞 대학이라 주말에 짬내어 한번 가보았는데 참 이분도 무던하다. 일로 10년 넘어 아는 사이지만 (미쓰시절부터) 남편도, 그 집 아이들도 다 알고, 만나 보.. 살기 2010.11.16
모과처럼 전화벨소리. 세 번째 전화에서 일어났다.“알았어. 이제 일어났어.”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선다. 여섯시. 계절은 끝없이 추락하여 아직 한밤중. '커피를 한잔하면 좋겠는걸.’하품을 삼키는데 집에서 가져나온 찹쌀떡 두개도 오도마니 옆자리서 그를 지켜보고 있다. 다시 전화음. "조심할게. 이제 자.” .. 듣기 2005.11.18
3월28일 생강나무-9(끝) 9. 우리는 이미 어두워진 산하촌. 번잡하던 한 낮 인파가 썰물처럼 빠져나가 이제 한적하기조차 한 그 산하촌에서 조촐한 식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내려오며 우리가 나눈 얘기는 주로 어릴 적 얘기들이었다. 몇몇 지기들 얘기도 나왔지만 대부분 내가 전해주는 쪽이었고. 그녀는 그녀에 관한 .. 걷기 2005.09.14
3월28일 생강나무-7, 8 7. 드디어 징집 날이 한달쯤 앞으로 다가 온 어느 날. (돌이켜보니 확실한건 그 날이 13일이었고, 금요일이었고, 그 5월13일의금요일이 입대일. 내 징크스 시작일임이 이를 기화로 확실해졌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내가 왜 그랬는지를. 왜 그때까지 까맣게 잊고 있던 그녀가 하필 그때 불쑥 생각났고 .. 걷기 2005.09.13
3월28일 생강나무-5, 6 5. 어찌어찌 진학을 한 나는 드디어 성년이 된 기념인지, 아무리 못 된 학이시습지 라도 몸소 체득해야 비로소 산지식. 온통 새 세상에 빠져 개망나니 짓으로 정신을 못 차렸었는데. 이윽고 이년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징집통지서를 받게 되었다. 휴학. 그리고 조용히 입대 전 몇 달을 시골집에서 보내.. 걷기 2005.09.12
3월28일 생강나무-3, 4 3. 그녀가 누군가? 그녀는 대체 내게 있어 누구인가? 생각하면 참……. 그렇다. 기실은 아무것도 없는지도 모르겠다. 감쳐진 비밀. 애틋한 사연. 함께한 추억. 불같은 사랑. 운명의 장난…. 아니다. 모다 아니다. 그런 건 다 최소한 내게 너무 현대적이거나 통속적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것 아니어도 둔중.. 걷기 2005.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