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난 한마리의 고기를 잡았다. ‘오늘 난 한 마리의 고기를 잡았다. ‘날씨는 맑았다. 바다는 좀체 실체를 들어내지 않으려는 듯 완강히 푸르다가, 멍든 듯이 검게 푸르다가 한낮 햇살에 겨우 몸이 풀려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이윽고 나중에는 웃기까지 하였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새벽. 지척을 분.. 쓰기 2005.06.16
바다 2제 2. (용화리) 그래서 다시 찾은 바다는 잿빛으로 납작 엎드려 음울한 울음을 울고 있었다. 상처받은 바다 바람은 흉포한 진주군의 말발굽처럼 먼 고원으로부터 달려와 사정없이 너의 육신을 유린하고 너 불쌍한 바다는 그 대항의 흰 갈퀴 한번 세우지 못하고 그 위용 찬 포효한번 없이 처참.. 쓰기 2005.06.15
밤 꽃 사실 밤 꽃 얘기를 해보고 싶어 어슬렁거리던 차 며칠 전 우연히 블로그 첫머리에 밤꽃이야기가 떠올라 열어보니 無相이란 분이 밤꽃에 대해 매우 훌륭한 글을 쓰고, 그 날의 느낌이 있는 글에 선정된 것이었다. 정작 그때 다 읽어보지도 못했으면서도 흰소리 하나 남긴 것이 인연이 되었.. 쓰기 2005.06.14
떡 본 김에 4. (죽령 5월 3일) 소백산 자락에 살기에는 나는 아직 준비가 필요하다 내 아이를 양육하는 아버지의 일과 내가 약속한 내 아내의 일 그리고 둥지를 틀 공간도 마련하여야 할 테니 풍기에서 바라보는 연화봉 두솔봉 아래 연봉들은 충분히 높은데도 고래 등 같이 원만하고 부드러운데 그 아.. 쓰기 2005.06.11
유월 유열 유월 유열 (六月 流悅) 벚나무 아래 벤치는 못 앉아 있겠네. 버찌가 떨어져서 말야. 바람도 불지 않는데 그 열매 성굵은 빗방울처럼 후둑이나니 떨어져 낭자히 터지는 마음이여 자줏빛 향기도 진하구나. 빛 밝은 유월아침 새하얀 옥양목 같은 마음의 이여 이 색깔 이 무늬대로 그대에 스며.. 쓰기 2005.06.07
차 한 잔 하실래요? 덕유산 덕유산 구천동 드는 길에 식당이 둘 나란히 있는데 한집은 거기 산골 농부가 장사하는 집이고 한집은 전 국가대표 스키선수가 주인이라는데 나란히 문열어놓고 사이좋게 비어있어 어느 집에 가서 밥 먹어야할지 德裕에서 德有를 몰라 난감하더군. ----------------------- 작년(2004년) .. 쓰기 2005.06.02
파란마음 파란마음 지난여름이었던가 보다. 날씨가 쾌청했는지, 아니면 그냥 보통의 날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바람이 제법 시원했는데도 강변 산책로 걷기가 그리 녹녹치 않았으니 꽤 더운 날씨였음은 분명하다. 평소, 휴일이면 가끔 그 강의 둔치에 나가 걷기를 즐기는지라 그날도.. 쓰기 2005.05.20
열섬현상 연 이틀 흩뿌린 비 탓일까 오늘 아침 하늘이 유난히 맑다. 올 봄은 우려처럼 심한 황사도 한번 없었고 요즘은 또 일주일에 한번 꼴로 적당히 비가 내려 대기를 씻어주니 숨 막힐 듯한 이 거대 공해도시도 요즘 같아선 살만하다 생각된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숨을 쉬는 거대한 유기체이다... 쓰기 2005.05.19
사실은 사실은 음정에 맞지 않게 노래하는 건 위법이다. 일요일에 아이스크림을 먹는 건 위법이다. 여자가 남자 허락 없이 머리를 자르는 건 위법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잠자는 곰을 깨우는 건 위법이다. 비행 중 비행기 밖으로 나가려는 건 위법이다. . . . 말을 하면 이건 詩같지만 그것도 참 잘.. 쓰기 2005.05.18
그곳에 가면-1 그 도시를 가게 되면 난 거기에 가기를 즐긴다. 단순히 즐긴다기보다는 웬만하면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일삼아 들르는 편이니, 그 장소에 대한 내 생각이 짝사랑만큼이나 좀 일방적 사모일수도 있겠다. 시간은 대체로 오전. 가능하면 한적한 평일. 계절은 가을부터 삼월정도까지가 적기라.. 쓰기 2005.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