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3대 3 대 어쩌다 보니 생명 하나가 품안에 들게 되었다. 그 연유를 이 공간에 비교적 소상히 소개한 적 있고, 선보인 적도 있는 바로 이 녀석 미모사이다. 처음에는 일년생 초본으로 알았다가 가을이 가고 겨울이 가고 이듬해 봄. 다 죽은 줄 알았던 시든 줄기가 다시 생명의 푸른 촉수.. 쓰기 2011.11.04
가을에2 <장소 - 6> 가을에2 단풍이 들었다고 매양 좋아할 일만도 아니다 한 여름 무성한 녹음의 일념으로 어둡던 골짜기 꿋꿋한 푸른 숨 마침내 길게 토해내고 어른어른 세상 모두는 나를 지나도 좋다 온통 가볍게 투과하는 붉고 노란 燈 다시 봄날처럼 환하게 밝다 그 속에서 나도 즐거웠다 .. 쓰기 2011.10.24
여름편지10 <바다> 맨몸으로 일년에 한번 바다에 들어본다는건 내겐 새로 태어나는것 같은 성스런 의식이다 당신의 바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바다를 어찌 부르는지 궁금하다 세상에 모든 말들의 바다가 어떤 소리인지도 궁금하다 여기말로 바다. 말하고 나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영국말.. 쓰기 2011.08.11
여름편지6 <백련사 가는 길> 슬픈 편지 뜨거운 여름햇살 맑은 바람 부시도록 짙은 푸름을 두고도 슬픔이 인다 너무 이쁘기 때문 너무 찬란하기 때문 이쁘고 착하고 귀하고 소중한 우리 생은 결국 여리디 여린 이 풀떼기 같아서 우리 연이 겨우 너무 연약한 풀꽃 같아서 色卽是空 이나 空卽是色 이기도 하여 .. 쓰기 2011.08.04
여름편지5 <동백에게> 동백에게 내년 봄 네 꽃잎 질 때 다시오마 (후기) 그람 못 오시겠구랴 필 때도 아니고 나는 꽃잎지지 않고 꽃 체 지니 지금 아니면 전부 아니면 꽃잎 나누듯 나눌 마음 남아있지 못할 것이기 ************************************************************************ 건너 부도탑 스님 용맹정진 사리처럼 이.. 쓰기 2011.08.03
여름편지4 두충나무 숲에 바람 숲 그늘 아래 난 길로 아이들이 까르르 지나간다. 팔랑팔랑 소녀들도 지나간다 할머니가 둥근 애호박을 안고 지나간다 유백색 빛이 드는 숲 속 정자에 앉아 나이에 맞게 막 도착한 여름을 대접한다 머리엔 푸른 매미소리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저 유순함이 식히는 .. 쓰기 2011.08.02
여름편지2 여름편지2 산문을 닫고 당신과 함께 저 흰 감옥에 유폐되어 한 계절 지나면 하얀 꿈만 꿀 수 있을까 누에가 먹는 잎은 뽕잎 송충이가 먹는 것은 솔잎 누에 몸은 너무 희어 푸른끼 도는 흰색 송충이는 울긋불긋 수염 성성한 장비갑옷 둘 다 푸르니 똥마저 같이 이쁜데 속내는 이같이 다르구.. 쓰기 2011.07.25
어린 왕자 어린 왕자 내 나이 스무살 때 나 또한 어린왕자를 읽었지 누구나처럼 바지 뒷주머니에 책을 꼽고 다 아는 척 재미있어 죽겠다는 척 역시 명작이야, 아주 감동의 표정이었지만 그 책은 재미가 없었네 알 수가 없었네 이솝 같지도, 탈무드도 아라비안나이트도 아니었어 그래 약간 초조해진 나는 다시 한 .. 쓰기 2011.06.24
2월 여행 2월 여행 어머님 돌아가시고 나는 이제 고아가 되었으므로 세상, 꺼릴 것이 없다 누가 애달피 나를 걱정할 것인가 누가 내 걱정으로 잠 못 들어 하겠는가 자식은 자라 익은 감 떨어지듯 새둥지 찾아 떠남을 꿈꿀 것이고 아내는 이제 혼자가 더 편할 나이가 되어 알맞게 무디어지고 튼튼해져 자신 있는.. 쓰기 2011.02.14
다시 클래식을 들으며 다시 클래식을 들으며 사랑노래 1000곡을 들었네 세상에 모든 사랑얘기 거기 있어 눈이 오거나 비가 오거나 꽃이 피거나 바람 불거나 더 이상 내가 보탤 말은 없는 것 같아 사랑은 접고 다시 클래식을 듣네 오래전 생을 정리하듯 생각을 정리하고 들은 듯, 들린 듯한 소리 산 바다 강 언덕 색깔도 향기도.. 쓰기 2011.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