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나날들4 동백꽃 조 영 환 바람도 없는 사월 중순의 대낮 강진 영랑생가 뒤란의 훤칠한 동백나무가 화장대 앞에서 입술연지를 덧칠하고 있다. 껑충한 키에 진초록 회장저고리를 입은 말상의 서모庶母는 단 한 번도 붉은 눈을 누구에게 들킨 적이 없다. 한겨울의 동백꽃은 동박새 울음 높이에서 핀.. 살기 2013.12.16
여름 중에 아들이 졸업했다. 입학하고 9년만이다. 군대를 다녀온 시간을 빼더라도 한참을 고민한 흔적이 베인 시간 길이다 어쨌거나 길을 정했다. 그리고 졸업했다. 그렇다고 아버지도 그 어머니도 아들 딸들도 실지로 뭘 아퀴짓고 마무리한 졸업의 느낌은 적다. 시간도 인생도 게속되기 때문일 것.. 살기 2013.09.01
밤 3/4.../끝 꽃 분홍 예쁜 신발을 신은 꼬마요정 아가씨가 뛰어갔다. 마치 긴한 볼일이라도 있는듯 열심히 아이가 지나간 자리로 초여름 녹음 그림자와 하얀 오솔길이 다시 오후빛에 길게 누운 조용한 공원 아이는 일본 만화영화에서 금방 걸어나온듯 차림도 모습도 이쁘고 앙징맞아 약간 비현실적.. 살기 2013.06.04
상실 <기억같은 사진들> 중요한 작업관련 순간의 판단착오로 사진 11,000여장이 날아갔다. 쓰레기통까지 다 비운후. 어딘가에 저장되어있을거라 여기던 지난 기억들을 찾으니 웬걸 '당신은 깨끗이 비워졌습니다.' 영화 이레이져의 대사처럼 거짓말처럼 정말 없어졌다. 다음날 전문가 손을 .. 살기 2013.04.05
이행 봄이 올 것이다. 긴 겨울이었다. 한 자리에 들어 깊은 꿈 꾸지 못하고 마음자리 잡아 진득히 머물지 못하고 어둔 밤 여기저기 나부끼듯 펄력였을 불안한 영혼들 위에도 봄이 올것이다. 반듯한 이 길로 오는 봄도 반가웁지만 올해 오는 봄 뒷골목 응달 티눈박히듯 단단히 움츠린 얼음못 스.. 살기 2013.02.20
올해의 사진5 11월 - 아산 2월 -영월 섶다리 느릎나무 1월? - 영월 11월 - 퇴촌 11월 - 현관 1월? - 영월 11월 -집앞 매화나무 단풍 11월 -퇴촌 12월 -양재천 12월 -남덕유 4월 -알제 내 쓸쓸한 잠자리를 지켜주던 얘들 돌아오는길 중간 기착지에서 모두 잃어버렸다. 팟 나노, 젠하이저 트레블러용 이어폰. 이후 음.. 살기 2012.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