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늘 날이 흐린데 출근하여 雨前 한 봉지를 뜯다. 근 일 년이란 시차를 두고도 진공 포장된 용기 안에 갇힌 향기 입자들이 여전히 또록또록하다. 그 한줄기에 끌려 우선 깊이 흠향하고 알맞게 따순 물을 부어 차를 내린다. 지난봄 밝은 햇살, 건조한 바람. 속속들이 스민다. 오늘처럼 습기 많은 날 이 차.. 듣기 2006.01.31
차나 한잔합시다. 잘들 계시죠? ^^ 뭐 특별히 그러려는 것도 아닌데 계획, 목표 이런 것들도 즐겨하는 편이 아닌데 메뚜기도 한철이란 굳이 계절 타는 직업도 아닌데 요즘 들어 좀 바쁘네요. ^^ 얼마나 좋습니까?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이리 허랑해도 잊지 않고 뎐 벌어라 찾아주고 불러주니 ㅎㅎ 참, 감사한 세상입니.. 듣기 2006.01.16
사진 이야기 하나 사진 이야기 하나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며 분주하든 일상이 겨우 제 자리를 찾아 안정을 찾아가니 자욱하던 먼지가 가라앉으며 나타나는 모습이랄까 이제사 새삼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작년에 나는 책을 몇 권 읽었나? 보고 싶은 영화는 몇 편 보았나? 하고 싶은 일, 정말 해야 할 일은 하였나?.. 듣기 2006.01.06
이각산 <休> 내가 이 동네를 갈때마다 이 산이 속삭이는듯 했다. 찍으세요. 나를 가지세요. 그러나 나는 찍을수도 가질수도 없었다. 창동역앞 백주대낮 4차선 한가운데 발가벗고 수치에 눈감고 지긋이 그녀는 그렇게 추위에 떨고 있는데 오, 숭고하여라 바람부는 날 오늘도 그럴것인데 나는 아무것도 할 .. 듣기 2005.12.12
그녀와의 삼개월 그녀와의 삼개월 제목은 이리 썼지만 실은 내가 그녀와 동거를 시작한지는 삼년이 넘었다. 그러니까 그날,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날. 여름날이었는지, 늦봄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바람이 시원했고 플라타너스 가로수 그림자가 선명하던 그런 날. 점심을 먹고, 좀 걸어야지 하는 생각이 .. 듣기 2005.12.07
December 죠지 윈스톤의 고향 몬타나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공간의 ‘비어있음’, ‘밤의 ‘어두움’, 그리고 공기의 ‘고요함’을 발견할 것이다. 방문객들은 사람과 자동차의 불빛들을 볼 수없을 것이다. 밤하늘은 네온이나 기타 인공의 불빛이란 없고, 공기는 사이렌소리, 자동차 경적소리 그리고 사람의 말.. 듣기 2005.12.05
그 여 가수 그 여 歌手 조명이 어두워지고 그 여가수가 무대에 나왔다. “안녕하세요.” 안녕 못한지, 아니면 딱히 묻는 어투가 아니어선지 의례적인 박수가 나오고 그녀는 바로 노래를 시작했다. 그녀만을 감싸 동그랗게 공중으로 띄워 올린 한점의 스폿 라이트. 악기편성 하나. 건반악기. 디지털 피아노. 미니멀.. 듣기 2005.12.01
모과처럼 전화벨소리. 세 번째 전화에서 일어났다.“알았어. 이제 일어났어.” 샤워를 하고 집을 나선다. 여섯시. 계절은 끝없이 추락하여 아직 한밤중. '커피를 한잔하면 좋겠는걸.’하품을 삼키는데 집에서 가져나온 찹쌀떡 두개도 오도마니 옆자리서 그를 지켜보고 있다. 다시 전화음. "조심할게. 이제 자.” .. 듣기 2005.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