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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꽃

우두망찰 2006. 5. 1. 13:21

 

은행나무 꽃 

 


은행나무 꽃이 피었다.

올해도 은행나무 꽃을 못 찍었다.

아시다시피 은행나무는 자웅이체(분체? 별체?)다

(자웅동체란 말처럼 자웅이체란 말은 없나?)

황사가 오든 말든 어느 봄이든 은행잎은 처음부터 초록이다.

비까지 내려 말갛게 씻긴 어느 오정

별처럼 떨어진 저 잔잔한 것이 암꽃인가? 수꽃인가?

짐작컨대 버들강아지 닮은 것이 암컷이라면

은행나무는 분명 너무 수줍거나 도통한 게 틀림없다.

결코 내가 그들 교접을 본적이 없고 일찍 식물로서 내외함이 흔치 않으므로

 

혼인색 추파 벌나비 매파 축하 인파 없이도 꽃은 피고, 눈은 맞고

무념무상 참선하듯 시침 떼고 내색 한번 없이도 봄날은 가고

꽃도 초록, 잎도 초록, 열매도 초록. 그리하여 가을이면 비로소 열매 맺는데

열매, 그마저도 끝까지 잎색 닮아 노랗게 물들다니~  지독한 놈.

오래 산다.


*

어제는 바람이 많이 불었다.

오랜만에 마음먹고 아침 일찍 청계산엘 갔는데

능선 길에서 바람에 날려가는 줄 알았다.

날려가지 않으면 나뭇가지라도 툭 부러져 느닷없이 머리를 내려치던가

지은 죄가 없기 망정이지 갑자기 웬 황사에 인적은 괴괴한데

얼마나 쓸쓸하던지   치가 떨린다 추위에 떨며 정상 막걸리 한 사발하고

서둘러 돌아 내려오니 그제야 바람 자고 (젠장) ~

산 벚은 졌다.


대신 귀룽나무, 야광나무가 한창 꽃술을 열 준비로

개울가마다 터질 듯 몽실몽실 봉긋봉긋한데 모르시면

내가 가르쳐 드린다. 얼룩덜룩 눈물처럼 번지는

산 벚은 지고

 

다시 동지섣달 꽃 본 듯이 가 홍탁 삼합에 막걸리 한 되 배터지게

마시고 음주 운전해 집으로 온 시간은 아직도 정오였다 

늘어지게 낮잠한숨자고 쓰레기 분리수거하고 해거름 기

넣고 새차나 할까 동네 주유소 갔다 옆으로 나래비로 선

꽃가게 꽃  구경하다 살아있는 풍로초를 처음 보았고 지난해처럼 흰색 마가렛은

너무 피어버렸고 블루데이지란 보라색 초분 네 개 비닐 봉다리에 사들고 들어오다.

그리하여 일요일가고 오늘 월요일, 오월 첫날이다. 

 

 

 

 

 

사진은 모과꽃이다.

 

 

4월26일 대전에 가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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