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속으로 젖는 봄날을 잠시 잊은 듯
4월 청명함이 계속되는 요즘,
그 4월 한 복판도 서서히 벗어나게 하는 오늘입니다.
어제는 모처럼 이곳 친구가
간단한 도시락까지 싸들고 찾아와
자기 차에 나를 밀어넣습니다.
5분 거리만 벗어나도 흰눈을 허옇게 쓰고
엎드려 있는 로키산이 병풍처럼 둘러있어
180도 각도를 눈 돌리며 바라볼 수 있는
거대한 산 foot- hill의 마을 캘거리,
여기에 몸을 담고 있음이 꿈만 같다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한참을 달립니다.
햇살이 강한 언덕과 들판에서
여유로움으로 거니는 방목된 소떼들과
반짝되는 윤기를 찰찰 흘리는 말떼들의 자유,
아직 푸른빛을 다 안지 않은 누런 들판의
마른 건초들이 부드럽게 바람에 누워 있습니다.
나무들도 침엽수 외에는
참새 혀만큼의 삐죽삐죽한 눈들을 튀우며
아스펜 나무들과 포푸라 나무들이
느린 걸음으로 오는 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긴 겨울을 눈의 무게에 눌리고
잔인한 바람에 시달렸다 해도 제 날을 기다렸다는 듯
어린잎들 상큼한 모습으로 걸어 나오는 이 봄,
요만 때쯤 내 뿜는 파스텔 화풍의 봄색 한 걸음,
아 - 자연은 이런 것이라는 화사함으로
긴 겨울 깊게 여며놓았던 눈빛 한번쯤
와르르 무너져도 좋을 봄날들,
만화방창한 조국 강산의 colorful한 빛이 아니어도
남루한 채 인색한 채 로키산자락을 쓸어내리는
내 투정부림의 4월 꽃잎이 아니어도
바람이 순한 성질로 끝없는 들판의 변속을 부추기며
흰눈으로 덧칠한 산의 모습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더군요.
좔좔 흐르는 눈 녹은 물소리에 귀와 눈이 맑아짐은
움츠렸던 마음 구석구석으로
호수에 비친 투명한 빛 조각의 편린들이
조용히 춤추며 가슴으로 마구 꽂혀댑니다.
가까이 가지에 매달려 있는 잎눈을 손끝으로
몇 개 만져보며 촉감끼리 부딪는 봄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알맞은 시어들을 건져내지 못하더라도
생의 눈빛을 이렇듯 신산함으로 담아낸다는 것이
시의 계절 맞지요!!
바람이 달게 내 몸을 핥아내며
흰머리를 날려주는 벤취에 앉아
green salad 와 spring roll 튀김으로 싸온 도시락을 펼쳐 놓고
따스한 봄볕을 조물거리며 입에 섞어 넣습니다.
그 맛의 달디 단 미각,
봄살이 오를 것 같습니다.
잠시 나이를 뚝 떼어내고
내 아직 살아있음의 자리가 푸름을 전하고 싶은
봄날의 환희를 전해 드립니다.
*****
이 글을 쓰신 분은 예순중반의
이국에 사시는 여성분이신데 <좋은 산문>의 본보기처럼
여겨져 비오는 날 내 인색한 옛 창고를 뒤지다 발견
먼지털어 올립니다.
조금이라도 가슴 따뜻해지신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