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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下 - 나무 그늘아래

우두망찰 2006. 5. 6. 10:45

 

 

 

나무그늘아래 나이든 주인이 혼자 일을 하고 있다.

나무도 주인만큼 늙었다. 허락 없이 나무를 마음껏 쳐다본다.

주인도 헛기침 한번 없다. 사과나무 고목. 꽃은 이제 망울져있다.

한 일주일 후, 비가 와 과수원 풀들이 초록빛을 더하고

그 속에서 사과 꽃이 핀다면.....



봄 과수원으로 오세요.

꽃과 촛불과 술이 있어요.

당신이 안 오신다면

이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또한, 당신이 오신다면

이런 것들이 또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어느 작은 잡지 표지에 난 이름모를 외국작가 詩>


분홍빛 엷은 화심. 사과 꽃.

봄에는 과수원에 갈 일이다.

사과 꽃 피는 봄 과수원, 그 과수 나무 아래 가 기다릴 일이다.

 

 

*

이제 일년이 되었다.

이 공간에 첫 발걸음 한지가

위 글에서처럼 동안 난 누구를 기다렸는가?

아마도,,, 마음 일부는 그랬을 것이고

아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위에 것은 작년 이맘때 여기다 첫 포스팅한 글 중에서 발췌한 것이며

(그 때 생각이 그립다.^^)

다음 것은 아마도 좀 오래된 묵은 것. 몇 년 전 같은 업을 하는 친구

사무실 가을나들이행사에 초대되어갔다 그 고마움으로 남긴 것.


이제 일년이 되었으니 뭔 생각도 정리하고, 자세도 좀 가다듬고

해야겠지만 . 여전히 시간은 여의롭지 못하고, 사과 꽃은 이미 져

꽃 사과 비슷한 야광나무 꽃으로 대신하고

늘 동동거리니 생각도 행동도 사분오열.

고마 콱 닫을 까도 생각해보고~~  어쨌든

아직은 아니니 이 공간에 대한 내 심경의 일단을

대변해주길 기대함인가?

지난 것을 구태의연 다시 올리니.....

 

 

*

어제 아침 백담사 계곡을 갔었드렙니다.

비가 오고 있었고,,,, 가을이었었지요.

약간은 철 지난 단풍이 온 산과 계곡을 물들이고 있었답니다.

가을이었으니 당연한 게지요.


그곳은 정적도 적막도 아니게 참 고요해서,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여 실비도 참 가지런히 내렸답니다.

물기 머금은 소소한 공기, 대지는 촉촉이 젖어서 부드러웠고.

한걸음 물러선 단풍은 보다 원숙해진 모습으로 너그러워 보였습니다.

상쾌했었고 고즈넉했고 차분했습니다.

그리고 낙엽냄새가 진했습니다.

비가 오고 있었고,,,,가을이었으니, 이 또한 당연한 게지요.


저도 참 오래도록 고요한 마음으로 그 산길을 걸었답니다.

모롱이를 돌때마다, 새로운 단풍 터널이 나타날 때마다

탄성은 조용히 마음의 파문으로 번지고, 숨죽인 화려는

그윽한 느낌으로만 다가왔겠지요.

긴 시간, 긴 거리를 함께하며 몇 마디말만 오간걸 보면

아마도 우린 비슷한 느낌이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비가 와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특별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거리로 벌려 정지된 조각 군상의

모습 같더라도 모년 모월모일. 우리는 그 공간에 함께 있었습니다.

같은 공기를 숨쉬고, 같은 하늘아래 잠시 함께 있었습니다.

큰 인연입니다.

그 거리로 벌려선 넉넉함으로 친구들께 따뜻한 우정을 보냅니다.

동반자, 반려자, 또는 ‘절친한’으로 표현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그건 쑥스런 것이지요.

삶의 길에서 만나 잠시 길동무가 되고 동행이 된 친구들께 감사의 정을 실어 보냅니다.


저는 그게 좋습니다.

굳이 함께하지 않아도 일정거리 떨어져 가끔 바라보고 가끔 느끼며,

때론 가까이 때론 멀리.... 참 좋지 않아요?


나무들을 봅니다.

널찍이 벌려서 여유로운 저마다 아름다운 나무들을 봅니다.

함께 어우러져서 더욱 아름다운 풍경이 되는 나무들을 봅니다.

나무들은 네 탓 내 탓을 하지 않지요. 시시비비, 분별도. 그래서 무심하지요.

그래서 나무처럼 무심하지요.

그러나 저마다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나무들을 봅니다.

아름다운 생명들을 봅니다.


가을이었습니다.


사람사이를 봅니다.

사람사이를 돌아봅니다.

사람관계를 생각해 봅니다.

사람도 나무처럼 혼자서 꿋꿋이 홀로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런 사람이 아름답다고 생각해 봅니다. 사람 운명이 그런걸요.

그러나 무심히, 나무들처럼 무심히 서로 관심을 갖고 둘러보아야 한다고 생각해 봅니다.

함께 있어 아름다운 나무처럼, 사람사이도 바로 그런 사이가 아름답다고 생각해 봅니다.


가을이었습니다.


아무런 기별 없이 문득 가을여행에 초대해주고

술 사주고, 밥 사주고, 함께 잠자고,

함께 어우러진 시간들이 좋았습니다.

조금쯤 쓸쓸하면 쓸쓸한 대로, 조금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그 만큼 빈, 마음의 여유로움으로 아무런 생각 없이 그 속에 그냥

빠져 있었던 그 순간들이 참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속초부두. 그 구질구질한 갯가동네, 갯배 부두.

물 묻은 구질구질한 선술집에서

물 묻어나는 어둠을 배경으로 주고받은 의미 없는 말들의

시간들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 집 세꼬시 회맛 정말 쥑여 줬습니다.


언제 한번 먹으러 갑시다. ^^

 

 

 

 

 

******************

(실제로 위 제목의 음식점이 서초동에 있다.)

오늘 불가피한 사정으로 사무실 나와 삐대니

나와(저와) 연락이 닿아야 하는 전생에 예정된 이 공간 분이 계시면

-짐작에 모다 멀리서 오신 세분쯤- 연락하세요.

기념으로 세꼬시 한접시하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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