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고래를 키우고 있다.

우두망찰 2005. 6. 27. 18:42
 

고래를 키우고 있다



고래를 키우고 있다

길이 24~33미터, 무게 125~179톤

대왕고래 귀신고래Gray whale, 참고래 -나가스쿠지라

향고래 -Physeter macrocephalus 범고래 -킬러 웨일

밍크고래 8미터 12톤


고래 열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12종 수염고래 이빨고래 71종

열두 달 달력처럼 책상 앞에 걸어놓고


고래는 모두 15도 하향각도로 잠수 중


바다는 모두 큰 입을 벌리고

쏟아져 드는 정어리 싱싱한 몸부림이 간지러워 지긋이 미소 짓지만

가끔 숨쉬어야 함은 고래엔 치명적 약점 나에겐 치명적 환희

가끔 바다를 그림은 나에겐 치명적 오류 고래엔 치명적 열락

포식자 수만이 상괭이 살찐 몽둥이 같은 놈

하지만

그 바다를 떠나옴은 나의 오류

아직도 그 바다에 있음은 그의 오류.


고래는 다투지 않는다. 고래는 지치지 않는다

고래는 울지 않는다 고래는 죽지 않는다

외로워 외로워 다만 숨 안 쉬기로 하고 가끔 자살할 뿐

우리가 가끔 투신하듯 고래는 가끔 등신한다.


그러나 달라

그건 전혀 다른 문제지

중력이 통하는 이 지구에선 순간과 영원만큼 다르지

끊임없이 자신을 밀어 올린다는 거

사실은 공중에 계속 떠있는 만큼 불가능해.


그리 보면 고래가 아가미호흡 하지 않고

허파호흡 한다는 것도 영 거짓말 같지만

그들의 교신은 언제나 가청권역 밖

자살한 고래들이 반구대 암각화처럼

내 책상 앞에 걸려 미이라가 되고 있다.


그런, 고래, 지금

초음파 동그란 파장을 발사하며

이 속으로 항진 중



(겨우 이거라니 웃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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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출장으로 자리 비웁니다.

빤츠 쪼가리라도 좀 싸야 할 텐데

오늘은 밤 여덟시에도 회의 일정이 잡혀있으니. 끙

다녀와서 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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