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카메라를 팔았다.
구입한지 딱 일년, 산값에 반값으로.
작년 이맘때 기록을 뒤져보니 녀석이
내 마지막 애인일거라 호언하며 온갖 감언이설
-부족함은 마음으로 채우마. 호들갑에, 기대도 대단했는데
겨우 일년을 못 버티고 방출하다니. -_-
딱 2% 부족. (나머지는 내 부족)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그만큼 눈부시단 얘기도 되겠지만
나의 실언, 언행일치하지 못함도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 마눌 시각^^)
그나저나 좋은 경험도 했다.
회원수 약 삼십만 동호인 사이트에 ‘팝니다.’ 글을
올리자마자 엔터와 동시 딱 1초 만에 전화가 오고
1분 만에 5명이 줄을 서고, 5분 안에 10명이 줄을 더 서고
두시간만에 물건을 넘겨줬는데, 사이사이 문자도 스무개는 왔다.
심지어 십마눵 더 주겠다 팔린 것 되찾아 자신과 거래하자
막무가네 떼쓰는 이까지도 있었다. ^^
아, 이것 봐라.
신기해하며 작년 이것저것 썩은 경차 하나 값 정도는 들여
무분별하게 사들인 유휴, 휴면장비를 내 놓으니, 이 역시 마찬가지.
시세를 잘 모르기도 하려니와, 나잇살이나 먹어 사이버에서 흥정하기도,
시간도 여의 칠 않아 시세보다는 좀 싸서 그랬을 것이다.
어쨌거나, 자원 활용이란 측면에서 어디서 무위도식
낮 잠 자는 것 보담 필요한 곳에서 제 역할을 함이
사람에게도 물건에게도 다 좋을 것이니.
그런 의미로 나는 좋은 일을 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물건들의 영혼도 믿는다. ^^)
그래서 어쨌느냐구?
이것저것 다 팔아치웠으니
차제에 사진을 접겠느냐구?
거, 무슨 섭한 말씀 ^^
당연
오매불망 자나 깨나 눈에 어른거리는
점찍어 논 새 애인 만나러 샵으로 달려갔는데~~
(실은 눈물을 머금고 꿩 대신 닭을 만나러갔는데~???)
허걱, 이게 무신 일인가?
물건이 없다니.
가장 큰 직영총판 점에서도 물건이 없다니.
그러고도 또 언제 들어올지도 모른다니.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음, 그리 많다 말이지?
그리 eus을 잘 번다 말이지? 그리도 잉끼가 좋다는 말이지?
알아쓰.
하여튼 나 포함 한국인의 이 집념하난 알아줘야해.
국가경쟁력은 단숨에 9계단 하락해 39위라는데
아시아 15개국 중에도 13위로 꼴찌라는데
우리 땅 다 팔면 프랑스를 네 번하고도 반 번 더 산다는데
이 묻지 마 투자에, 열정에, 집착이라니~~
출산율 저하도 단숨에 세계일등해야 직성이 풀리고. ㅋㅋ
차제에
이제는 집에서 하릴없이 녹슬어가는 내 또 다른 장비 장팔사모,
관운장 언월도, 조자룡 헌 칼. 잊혀진 애인들. 짐만 되게 한 창고 가득
낮잠 자는 낚시, 자치기, 커버려 이제 쓸모없어진 아이들 눈 지치기 용구도
몽조리 내다 파러? 그래서 가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게 해?
내친김에 아예 카메라 장사로 나서? ^^
어쨌거나 지금 내 손에 카메라가 없다.
허전하기 이를 데 없다.
기화로 당분간 쉬자.
나타나는 대로 닭을 잡을지
아니면 좀 기다렸다 원하던 꿩을 잡을지
가능성이 1%도 없지만 기회에 이 물신을 물리치고 구름 속으로 사라질지
하여간 뭐라도 잡힐데 까지.
운기조식
숨 고르며.
그간 너무 급히 달린 감도 없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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