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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팔다

우두망찰 2006. 5. 11. 11:16
 

 



어제 카메라를 팔았다.

구입한지 딱 일년, 산값에 반값으로.


작년 이맘때 기록을 뒤져보니 녀석이

내 마지막 애인일거라 호언하며 온갖 감언이설

-부족함은 마음으로 채우마. 호들갑에, 기대도 대단했는데

겨우 일년을 못 버티고 방출하다니. -_-


딱 2% 부족. (나머지는 내 부족)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그만큼 눈부시단 얘기도 되겠지만

나의 실언, 언행일치하지 못함도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 마눌 시각^^)


그나저나 좋은 경험도 했다.

회원수 약 삼십만 동호인 사이트에 ‘팝니다.’ 글을

올리자마자 엔터와 동시 딱 1초 만에 전화가 오고 

1분 만에 5명이 줄을 서고, 5분 안에 10명이 줄을 더 서고

두시간만에 물건을 넘겨줬는데, 사이사이 문자도 스무개는 왔다.

심지어 십마눵 더 주겠다 팔린 것 되찾아 자신과 거래하자

막무가네 떼쓰는 이까지도 있었다. ^^


아, 이것 봐라.

신기해하며 작년 이것저것 썩은 경차 하나 값 정도는 들여

무분별하게 사들인 유휴, 휴면장비를 내 놓으니, 이 역시 마찬가지.

시세를 잘 모르기도 하려니와, 나잇살이나 먹어 사이버에서 흥정하기도,

시간도 여의 칠 않아 시세보다는 좀 싸서 그랬을 것이다.

어쨌거나, 자원 활용이란 측면에서 어디서 무위도식

낮 잠 자는 것 보담 필요한 곳에서 제 역할을 함이

사람에게도 물건에게도 다 좋을 것이니.

그런 의미로 나는 좋은 일을 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물건들의 영혼도 믿는다. ^^)



그래서 어쨌느냐구?

이것저것 다 팔아치웠으니

차제에 사진을 접겠느냐구?

거, 무슨 섭한 말씀 ^^

당연

오매불망 자나 깨나 눈에 어른거리는

점찍어 논 새 애인 만나러 샵으로 달려갔는데~~


(실은 눈물을 머금고 꿩 대신 닭을 만나러갔는데~???)


허걱, 이게 무신 일인가?

물건이 없다니.

가장 큰 직영총판 점에서도 물건이 없다니.

그러고도 또 언제 들어올지도 모른다니.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음, 그리 많다 말이지?

그리 eus을 잘 번다 말이지? 그리도 잉끼가 좋다는 말이지?

알아쓰.

하여튼 나 포함 한국인의 이 집념하난 알아줘야해.

국가경쟁력은 단숨에 9계단 하락해 39위라는데

아시아 15개국 중에도 13위로 꼴찌라는데

우리 땅 다 팔면 프랑스를 네 번하고도 반 번 더 산다는데

이 묻지 마 투자에, 열정에, 집착이라니~~

출산율 저하도 단숨에 세계일등해야 직성이 풀리고. ㅋㅋ


차제에

이제는 집에서 하릴없이 녹슬어가는 내 또 다른 장비 장팔사모,

관운장 언월도, 조자룡 헌 칼. 잊혀진 애인들. 짐만 되게 한 창고 가득

낮잠 자는 낚시, 자치기, 커버려 이제 쓸모없어진 아이들 눈 지치기 용구도

몽조리 내다 파러? 그래서 가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게 해?

내친김에 아예 카메라 장사로 나서? ^^



어쨌거나 지금 내 손에 카메라가 없다.

허전하기 이를 데 없다.

기화로 당분간 쉬자.

나타나는 대로 닭을 잡을지

아니면 좀 기다렸다 원하던 꿩을 잡을지

가능성이 1%도 없지만 기회에 이 물신을 물리치고 구름 속으로 사라질지

하여간 뭐라도 잡힐데 까지.

운기조식

숨 고르며.

그간 너무 급히 달린 감도 없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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