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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자리

우두망찰 2005. 6. 22. 12:22

 

 

 

꽃자리    -고형렬


사과를 손에 들고 꽃이 있던 자리, 향을 맡는다

꽃이 피던 자리에는 벌이 와서 울던 소리가 남아있다

아내에겐 미안한 일이다 꽃이 얼마간 피어있던

꽃받침을 아내는 기억 못 한 것 같다 벼껍질로 남은

몇 개 꽃받침은 사과의 배꼽, 오목한 상흔, 낙화보다

슬픈 시간이 갔다 꽃은 자신을 얼마나 애지중지했는가

한 입에 쪽이 지는 홍옥 소년의 향긋함, 해숙씨

사과엄마는 그 연분홍 어린 꽃이 아니었겠니 그리고

어린 그 꽃은 과수의 아이가 아니었겠니.




**

<변설>

홍옥!

이미 사라진 사과

국광처럼 향기를 남기며...


기억으로 홍옥처럼 빨간 사과는 없었다.

또한 기억하자니 홍옥처럼 깊은 풍미의 사과도 없었네.

국광은 광에서 긴 잠을 자고 난 한 겨울에야 제 맛을 내고

홍옥은 첫사랑 나무에서 갓 딴 가을에 가장 깊은 맛을 낸다.

오죽하면 이름마저 紅玉이랴

아직 하트자국 선명한 그 겨울의 크리스마스


시인은 분명 한 입에 쪽이 지는 -보조개 선명한

과수원집 소년이었음이 분명하리라.

또한 그 소년은 홍옥 한입 베어 문 숨소리로

해숙씨를 불렀음이 분명하리라.  


그러나 지금은 모두가 사라진 향과 맛

우리 모두처럼 시지도 달지도, 향기도 없는

그저 덜덜한 부사사과나 깍아 먹으며

사과 꽃자리 벼 껍질처럼 나이 들어 있으리라


시인이여 아내에 미안한가?

누구나 홍옥을 보면 벌소리 들리고

연분홍 그 어린꽃잎 생각나는데 

언제나 우리를 새롭게 하는 건 홍옥의 향기!


- 사과엄마는 그 연분홍 어린 꽃이 아니었겠니 그리고

어린 그 꽃은 과수의 아이가 아니었겠니-

이제 국광 맛이 드는데.....

아! 홍월도 있구나 홍옥자식, 잠시 가을햇볕 같은 사과.



***

(그나저나 홍옥이고 국광이고 그 맛 한번 누가 돌리 도~~ ^^ )


 

 

 


 *****

'통하기'를 했으면 하루 한번쯤은 가봐야지

하다가 그마저 여의칠 못해 주마간산...

 

처음으로

어느 집에 놀러갔다

장난치고와서는 꾸지람들을까

얼릉 올리고 딴청 ^^  

여기까지 잡으러 오셨으면 용서하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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