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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말

우두망찰 2005. 6. 3. 16:53

 

 

 

 

 

 

 

 



 

그리고 말()


말이 있었다면 훨씬 더 짧게 걸렸을 것이다.

서로의 걱정을 말로 교환할 수 있다.

이따금씩 떠오르는 좋은 생각을 모을 수도 있다.

그건, 그냥 대충 알아서 함께 행동하는 것과 다르다.

말이 있었다면 70만년은커녕 7년도 안 걸렸을지 모른다.

어린아이를 보면 그렇다. 거꾸로도 맞다.

70만년동안 사람들은 말이 무척 많이 필요했고,

70만년 만에 말이 생겨났다.

70만년 동안 필요하지 않았다면, 말이 생겨나지 않았다.

70만년 동안 필요하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지금도 말이 없을 것이다.

처음엔 손짓 발짓과 표정 정도였다.

그러다가 아주 간단한 ‘너’ ‘나’ 등의 주어가 생겨나고

‘가라’ ‘와라’ ‘먹어라’ 등의 동사가,

‘빨리’ ‘조용히’ ‘이리로’ 등의 부사가 생겨났다.


뭐라 말은 못하고 느끼기만 하던 어떤 감정이,

‘슬픈’ ‘아름다운’ ‘무서운’ 등의 형용사로 생겨났다.

그 중, ‘아름답다’라는 감정은 언제 생겼을까?

한 남자가 오로지 한 여자를 사랑한다고 느끼는 순간 생겼을 터.

그리고, 놀라워라, 갑자기 세상 온천지가 왜 그리도 아름다운지.

꽃은 그녀의 얼굴 같고 새소리는 그녀의 목소리 같았으리라.

거꾸로가 아니다.

‘멋있다’는 한 여자가 오로지 한 남자만을 사랑한다고 느끼는 순간의 감정.

이것도 거꾸로가 아니다.


*

명명(命名)과 문장


명명은 세상을 이해하는, 편리한 방법이었다.

저것은 해, 저것은 달, 저것은 동물, 저것은 식물…….

명명은 재미있을 뿐 아니라 유익하기도 하다.

사물 자체보다 그 이름이 사고를 체계화하는 까닭이다.

동물은 무엇이지? 뛰어다는 것. 식물은 무엇이지? 움직이지 않는 것.

해는 무엇이지? 아침에 떴다 저녁에 지는 것…….

세상이 말로써 더 잘보고 더 잘 이해되었다.

말로서 모든 것이 사람에 맞게 구분되고 또 분류되었다.

좋은 것은 산들바람, 따스한 햇살, 산소를 뿜어내는 나무, 친한 친구, 온순한 동물, 맛있는 고기…….

나쁜 것은 독버섯, 추위, 굶주림, 못된 동료, 무서운 짐승들…….

‘우리’라는 주어가 나왔고, 세월이가고, 사람사회가 복잡해지고,

생각이 깊어지면서 형용사도 문장구조도 복잡하고 깊어진다.

이것은 대체로 기원 6000년경, 신석기 시대의 문턱에서 발생한 일이다.

아직, 문자는 없었다.

(최초의 문자는 기원 전 3천년 경 수메르 인이 남긴 기록이다.)


*

다시 앞으로


『 그때, 아주 먼 옛날, 사람이 태어날 즈음 다른 동물들은 벌써 죄다 있었다.

그것보다 더 먼 옛날, 동물보다 먼저 곤충이, 곤충보다 먼저 식물, 나무와 꽃이 있었다.

아주 커다란 불덩어리가 제일 먼저, 맨 처음에 있었다.

그게 맨 처음이었다. 어마어마한 폭발(big bang)로 생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커다란 불덩어리 한 개가 전부였다. 그 밖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위로 비가 내려 바다와 땅이 생겼다.

그리고 땅위에 나무가, 바다 속에 바다 식물과 물고기들이 생겨났다.

물고기 중 일부가 땅으로 올라와 살면서 육지동물로 변해갔다.

사람이 태어날 즈음, 다행히 공룡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바다 속에는 여전히 눈에 불을 켠, 공룡과 같은 시대의 끔찍한 괴물들이 살았지만.

사랑……. 사람이 살기 전에는 암나무와 수나무는 서로 어렴풋이 사랑을 했다.

그것은 나무들끼리만 느끼는 감정이었다.

수나무는 멀리 떨어진 암나무를 향해 수백 년 동안 가지를 뻗는다.

그게 나무들에게 지루하고 힘든 일은 아니다.

그건 사람에게 수백 년이지만 나무들에게는 한순간이다.


사랑, 사랑해. 사랑해요…….

사람이 살기 전에도 꽃들은 그렇게 깔깔대며 사랑을 피웠다.

그건 꽃들끼리만 느끼는 감정이었다.

벌과 나비가 꽃들과 속삭이고 꽃가루를 다른 꽃으로 날라다주고 꿀을 얻는다.

그건 꽃과 벌과 나비들끼리만 서로 느끼는 감정이었다.

꽃들의 사랑은 나무에 비해 아주 명랑하고 짧았다.

꽃은 사랑으로 화려하게 피었지만 이네 시들었다.

그게 꽃들에게 아쉽고 슬픈 일은 아니었다.


그래 짧고 긴 것, 슬프고 기쁜 것,

아쉽고 지루한 것, 아름다운 것과 못생긴 것,

이건 다 사람들이 나중에 제멋대로 만들어낸 기준이고 느낌이지.

그건 사람만의 능력이거든.

어떤 박테리아는 단 이십분 동안 살지만 그걸 짧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식물은 1만년 이상을 살지만 그걸 길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 사이에서 불가사리는 6년, 여우는 8년, (개는 12년) 카나리아는 34년,

불곰은 40년, 코끼리는 75년, 고래는90년, 거북은120년을 산다. 사람은 몇 년을 살지?

70년, 아니면 좀 더……. 아직 모른다. 70년이란 게 얼마나 긴지.

(그리고 그 중에 사랑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인지)


*

‘그’의 탄생


사람은 동물중 제일 늦게 태어났다.

마침내 (그가) 태어났을 때 그는 힘이 가장 세지도, 가장 빠르지도 않았다…….


그는 원숭이와 크게 다르다…….


원시 시대라……. 그건 까마득한 옛날이지. 너무 까마득해…….


그건 정말 까마득하다.

지금으로부터

20억 년 전, 최초로 지구상에 태어난 생명체는 박테리아와 청록색 조류였다.

6억 년 전, 여러 가지 뼈 없는 연체동물들이 태어났다.

4억5천만 년 전, 껍데기가 딱딱한 갑각류들이

3억9천만 년 전, 등뼈 있는 물고기

3억5천만 년 전, 육지 식물이 마구 생기면서 육지생물이

3억 년 전, 5천만년동안 육지와 바다를 오가던 생물들이 드디어 육지로

(2억천만 년 전, 바다에의 살고 있던 생물의 90퍼센트가 한꺼번에 죽었다.)

1억5천만 년 전, 공룡들이 육지를 지배

1억 년 전, 목련 같은 꽃을 피우는 나무가 생겨났다.

6천5백만 년 전, 공룡들이 전부 사라졌다.(뿐 만이랴. 지구상에 존재했던 동식물중99퍼센트가 자연적으로 사라졌다.)


그건 그렇고, 사람은? 이게 다 사람이야기인데

하여간, 그래. 그 뒤의 사람은?

7백만 년 전, 원숭이와 사람 비슷한 것이 갈라졌다.

2백5십만 년 전, 최초의 돌 도구가 만들어졌다.

(구석기의 시작이다.)

150만 년 전, 손도끼, 불을 사용하고 ‘서서 걷는’ 호모 에렉투스 출현

(부끄러운 데를 대충 가렸다 -대단히 중요하다.)

12만7천년 전, 빙하가 물러가고 유럽에 네안데르탈인 출현

(무덤이 생겨났다. -신발은 신지 않았다.)

5만 년 전, 최초의 현대인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 (머리를 쓰는 인류)

1만 년 전, 구석기 시대가 끝났다.


그리고 사람은 머리를 쓸 줄 알았다. 물론, 다른 동물과 달리

노동을 했으므로.

노동이 사람을, 사람의 두뇌를 발달시키지.

맞아. 하지만 왜 사람만이 노동을 했지? 글쎄…….

상상해보라. 우리는 언제 우리가 우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는가?




『 사람이 태어나고 죽고 또 태어나고 했지만 죽는다는 게 뭔지를

‘그’가 심각하게 생각하기까지는 또 몇 천만년이 걸렸다.

지각이 깨인 인간을 가장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바로 자연사다.

그렇게 슬픔이 생겨났고, 모든 인간다운 것이 거기서 비롯되었다.』


 

죽음을 알다.


이상하군……. 정말 이상한 일이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어느 날 땅에

누워 움직이지 않는다…….


그랬다. 그는 말보다 글보다 또 죽음에 대한 곰곰 생각보다, 슬픔을 먼저 알았다.

(그리고 슬픔과 더불어 노래와 춤이 생겨났다.)


*

가슴 아픈 기념물


무덤. 그래, 무덤…….

종교

종교는 죽은 다음의 일을 나름대로 상상하여 설명해 준다.

이야기. 그래, 이야기……. 이야기가 이야기를 낳는다.

끝이 없고 또 끝없는 이야기가 생겨난다.

이야기는 슬픔, 기쁨의 감정보다 나중에

글보다 먼저 생겨났다.


신화란 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 날 하느님이 땅위로 내려와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지구란 놈이 일을 잘하고 있군…….

그러나 이상하질 않는가?

그래, 음악. 음악이 없다. 슬프구나.

음악만큼 영혼을 즐겁게 하는 것이 없는데.

하느님은 사방에 흩어진 바람을 불렀다.

그리고 태양에게 보냈다.

이건 그리스 이야긴데…….


자, 이건 생겨난 이야기다.

먼 옛날 멕시코 아즈텍 사람들이 만들어 낸, 슬픔 그 후. 음악이

생겨난 이야기.

그리고 음악 그 후, 이 이야기가 생겨났다.


죽음 이야기 끝

이제부터는 삶 이야기를 해야 한다.

죽음이 삶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다.

상상하라.


노동은 희망을 낳고 희망은 노동의 질을 갈수록 높여준다.

희망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어떻게?’ 가 지능과 도구를 발전시키는

중에 의사소통의 말을 낳는다.


처음 인간의 말은 ‘우우…….’ 였다. 늑대소리였을까?


우우


**********************************

상상하라


여기까지는 김정한이란 분이 쓴 ‘한국사 오디세이’ 란 책의

앞의 열 페이지 정도 내용을 내 멋대로 간추려 편집한 것입니다.

좀 특이하죠?

시인이 쓴 역사서입니다.

그래서 표현법도 보는 시각도 좀 남달라 보입니다.

한번 읽어보시라고...시간이 없어 전에 쓴 것을 올립니다.

3일 연휴 주말 잘들 보내세요.^^


저도 3일동안 남쪽바다를 다녀올까 합니다.

위의 사진은 제가 찍은게 아니고 어디서인가

펀 것인데. 도무지 기억나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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