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어제는 간만에 죙 일을 뒹굴었다.
보자, 얼마만인가. 휴일을 집에서 뭉겐지가.
그래서 조아하는 디스커버리, 히스토리, 내셔널 지오,
애니멀 플래닛 채널을 토욜 부터 거의 열 시간이나 봤다.
그중 탑 랭크는 단연 디스커버리.
아이들이 연이어 고삼, 재수, 고삼, 고삼하다 보니
그 준비기간까지 합쳐 가족여행 함께 해본지가 까마득하고
그 전면전, 총력전, 죽자 사자 전쟁 통에 휴일 날 집에 있어봐야
걸리작 거리기만 하는 찬밥신세 된지 어언~~??
-기필코 올해 끝을 봐 이 가정의 평화, 구겨진 가장의
권위를 되찾아야... ㅎㅎ
네 시에 딸아이 학원에 모셔다?주라는
외출하며 내린 마나님 명을 받자와 한 치 차질 없이
시행하고 돌아오며 간만에 집 주변 천변을 거닐어 보다.
풀-갈대가 많았고 바람이 불었다.
초상지풍 초필언 (草上之風 草必偃)이란 말을 아는가?
“풀 우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쓰러진다.”
너무나 당연한 이 말을 왜 또 옛사람들은
공연히 했는지 몰러. ^^
그리고 김수영의 “풀”이란 詩가 생각나고
박범신의 “풀처럼 눕다. ?”(정확한지 모르겠네^^)란
소설제목이 생각나고 -이런, 찾아보니 “풀잎처럼~이네” ㅋㅋ.
대충 이 정도.
김 수영의 시야 워낙 유명하다보니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그 유명한 구절.
당시 정치적 상황에 대한 말없는 민중 저항을 은유한 것이란 것쯤은
누구나 다 아는 바고
박 범신은 어떤가? 이 분도 그런 쪽인가? 46년 생, 원광대.
죽음보다 깊은 잠. 물의 나라. 불의 나라. 이 중하나는 분명
어느 신문 연재 시에 본 것도 같은데. 정말 연재를 했나도 통
기억에 자신 없고... -물론 소설은 보지 않았으니 그런 쪽인지
아닌지도 알리 없고. ㅋㅋ
오늘 하려는 얘기는
실은 이 얘기가 아니다.
초상지풍 초필언 (草上之風 草必偃)
여기에 대귀로 쓰인
수지풍중 초부립 (誰知風中 草復立)
“누가 알랴, 바람 속에서도 풀은 다시 일어서고 있다는 것을.”
이를 말하고자 함이다.
원래 이 구절은 시경에 있는
모시(毛詩)에 나오는 구절이란다.
위정자가 ‘초상지풍 초필언’하고 백성을 풍화(風化)하니
백성은 ‘수지풍중 초부립’하고 위정자를 풍자(諷刺)했다 한데서 유래한.
그런데 누가 한 말이냐고?
물론 내가 한 말이 아니다.
일천한 한자실력으로 사전 허락 없이 위에
나열한 문자만으로도
원 저자에 누가 될까 심히 송구스러운데
성명 삼자 외 한자에는 거의 까막눈인 내가 어찌 이런
고매한 문자 속을 알겠는가.
하여
얼마 전 신영복이란 성공회 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가 쓴
나의 동양고전독법 ‘강의’란 책을 사보게 되었다.
한번 알아보려고. 한번 공부해 보려고.
거두절미하고 이 책 ‘강추’다.
대단히 재미있고 대단히 잘 쓴 책이다.
얼마나 잘 썼으면 내가 출판사에다 전화해
한 이삼십권 사며 빌미로 저자 사인을 받아 아는 이들
또는 앞으로 살며 사귈 새 친구들께 선물로 주고 싶다 생각했을까?
더불어 한자.
그 말의 축약성. 간결성은 거의 시적이라
나를 매료시킨다.
어디 일례를 한번 들어보랴.
“번지문인 자왈 애인 문지 자왈 지인”
(樊祗問仁 子曰 愛人 問知 子曰 知人)
번지가 인(仁)에 대해 물었다.
자왈-공자 말씀하시기를 ‘애인’ -仁이란 사람을 사랑함이다.
다시 번지가 지(知)에 대해 물었다.
자왈 ‘知人’ -‘지’란 사람을 아는 걸 일컬음이다.
이 얼마나 간결한가?
이 중요한 문답이 거의 시어 수준으로 간결하다.
그리고 그 내용이 얼마나 격이 있으며 적확한가.
이쯤이면 반할만하지 않는가?
(여기서 번지는 공자님 마부였는데 이름의 ‘지’자가
한글 프로그렘에서 지원되지 않아 임의의 지자로 내가 고쳤다. -번지님께 미안^^)
그런데 요새 나 이 책 안본지 꽤 오래됐다.
한 이 삼 개월. 정신없이 이 블로그, 카메라에 빠져있다 보니
그래 어제 책방에 가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
우주로부터의 귀환 등 지난주? 방영 tv책을 말하다
추천 책을 사려다 그만뒀다. 왜
사논거나 마저 읽고 책을 더 사든지 말든지.
삭이지도 못하면서
괜히 욕심만 많아가지고서리. ㅋㅋ
실은 그제 새벽 잠깨 208번 책을 말하다 tv보느라 늦잠 자
오대산 못가 일어난 헤프닝 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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