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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2

우두망찰 2005. 6. 17. 11:21

 

 

 

 

 


 

그곳에 가면 -2

 

오늘 같은 날 그곳에 가면 좋다. 

비가 온 다음 날. 화창히 갠 날.

어디를 가면 좋지 않으랴. 해서 첫 문장은 다시 이리 고쳐져야 한다.

오늘 같은 날, 그곳에 가면 좋다.




 

*

오전

오늘 일을 대충 정리하고 사무실을 나선다.

점심을 먹었든, 아직 전이든 상관없다. 차량,

물결처럼 흐르고.

볕, 따갑고. 대기는 명랑하다. 강물이 푸르다.

 


 

한 시간쯤, 중간 기착지 마지막 도시에 들러 현장을 한바퀴

돌며 의견을 전달하고, 차 한 잔 또는 가벼운 식사를 하며

그쪽 스텝과 일을 마친다.


이제 시각은 대체로 오후 두시 또는 세시

개활지.

시작이다.

십여 년 전.


의 하구야 모두 다 비슷하니 그 긴 흐름의 무게로, 막힘없는 개활로 어딘가 한 자락 처연함과 쓸쓸함의 빛을 감추어 두고 있지만 그날 오후 맑고, 어딘지 우수가 서린듯한 전체적 풍경 속에서, 확대되고, 제한되어 시야 가득 다가오던 그 절대적 은빛의 반짝임. 그 속에서 바람을 받아 가끔씩 미끄러지듯 스치던 새들의 유연한 비행. 나는 그날 오후 동전을 몇 번인가 바꾸어가며 그 강을 아니 그 빛을 오래도록 보았었다. 그리고 일을 하다가도 문득 그 날씨 그 시간쯤이다 싶으면 그곳으로 달려가고픈 충동이 일곤 하였다. 그러나 여긴 더욱 자유롭다. 스스로를 어색하게 하는 남을 의식하는 부담도 없고, 그 깊이대로 한없이 그냥 내려가 볼 수도 있으니. 나는 이런데서 또 다른 기쁨과 매혹으로 빠져드는 내 마음의 일면을 발견한다.


든다.

근래 들어 그 길에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넓고 한가롭던 도로는 늘어난 교통량으로 분주해 졌고

여유롭던 차선 중앙 녹지는 늘어난 교통량을 수용하느라

이제 여느 도로처럼 콘크리트 중앙분리대로 나뉘어지고

건조하게 모두 포장되는 것 같다.

뿐이랴.

연도 원경에도 많은 집들과 시설물들이 개발로 들어선 것 같고

그 전망대를 오르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터미널 부근도

진을 친 포장마차, 상인들 호객, 그리고 과연 이용객이 있을까도

의심되는 한치 여유없이 빼곡 들어 차 무슨 유배지처럼

황량한 모습의 모텔들로 주변 환경은 많이 피폐되었다.


*

함에도 나는 여전히 그곳을 간다.

가끔. 일년에 서너 번. 혼자.

거기가 무얼 하느냐, 무얼 얻느냐, 고는 묻지 마시라.

그냥 올라가 원형 돔, 높은 곳에 멀찍이 떨어져 앉아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어떤 일이 진행되든 상관 않고

(대체로 유치원 단체객들 재잘거림이 많다.) 물끄러미 강을 보거나,

좀 졸거나, 쉬거나, 아니면 조금 외진 곳 쌍안경으로 강이나 새들을

내려다본다.


(후면 산이 개성 송악이다. 이날 유난히 청명해 깨끗한 사진을 얻을수있었다. 

산세의 위용이 서울처럼 그 예전 일국의 수도를 이룰만하지 않은가?)


입동, 입춘, 또는 늦가을 풍경이 아무래도 이곳에 더 어울린다

생각하지만 지금 같은 유월, 초하도 괜찮다.

트키 삼단의 층을 이룬 그 시퍼런 갈대 보기는.

한 시간 남짓.

그리고는 돌아온다.

됐다. 이제 다시 일할 맛을 느낀다.


*

그런데 요즘 그 연변에 가볼만한 곳이 몇 군데 더 생겼다.

첫째는 요즘 한창 회자되는 헤이리라는 마을이고, 두 번째는 그 연변에

새로 조성된 파주 출판단지란 곳이다.

두 곳 모두 나와 직업상 상관이 좀 있고, 두 곳 모두 내 손길도 조금

가미된 결과물들이 있으니 나와 영 무관한 곳만은 아니랄 수 있다.


전자가 더 지리적 이점임에도 주변 환경 탓에 요즘 많이 외면된다면

-하기사 원래 목적도 정치적 요소, 2세들 교육목적이 더 강했다. 

새로 조성된 두 곳은 의도적으로 그런 것이 통제되고 배제된 -일종의

계획지구, 주제도시다. 들어가 차 한 잔을 한다. (그런 공간이 많다.)

실내든 실외든 그늘에 앉아 책을 좀 보아도 좋고, 편안히 앉아 쉬어도

좋다.

느릿느릿 몇 블록 걸어도 좋고, 차를 타고 천천히 한바퀴 돌아도 좋다.


갈대들. 모두 다 제 표정을 가지려 노력한 구조물들.

어느 향, 어느 벽면의 표정을 보아도 좋고, 어느 프레임 속으로

그 너머 다른 것들을 대입해 보아도 좋다.

소소한 공기.

일렁이는 바람.

 


(어느 특정 건축가에 의해 유명해진 그 코르텐 강의 강열한 녹슨 빛깔)

 


(그 작가에 의해 건립된 인포메이션 센타?의 카페테리아 테라스)

  
그곳이 더 끌리는 이유 중 또 하나는 모든 것이 의미로만 무장되고

의미만을 강요하는 그런 피곤하고 정색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해방, 통속, 상업적 공간도 함께 있기 때문에 더 좋다.

그 중 하나가(어쩌면 유일?) 아직 가보진 않았지만 요즘 어디서나

유행인 복합 상영 영화관. 그리고 아마도 짧은 잠 한 숨도 자도 되는

시원하고 널찍한? 사우나?


이제 보고 싶은 영화는 부대끼지 않고 그곳에 가 느긋이 보리라.

피곤하면 가끔 모굑탕에도 가 낮잠도 한숨 자고.^^


매번 갈 때마다 그리 생각하지만 아직 그래 본적은 없고 ^^

나라도 빨리 그리해 수익을 좀 올려주어야... 하는 염려는 되는 곳.

-이들은 곧 문 닫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로 대단히 한가하다.

머잖아 분명 뜨겠지만...


다음은 헤이리.

메스컴의 영향으로 보다 많이 알려지고 요즘 방문객도 꽤 있나

보더라만 오밀조밀, 원래 내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해서, 한 다섯 개쯤, 나와 연이 닿아 더 친근할 수도 있지만

혼자 멍청히 있는 것 보다, 끼리끼리 모여 수다 떨기를 즐기는

여성취향에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둘 다 모두 대학로, 인사동에 이어 머잖아 서울 대중문화의

한 축을 형성할 것이니? (어디 투자할 눈 먼 곳 좀 읎나? ㅋㅋ)


그러나 역시 내게 백미는 개활지. 강이다.

한강, 임진, 예성. 3강이 만나 어우러지는 곳.

그러나 그 공간은 다 알다시피 우리의 접근을 불허한다.

철조망으로 철저히 통제되고 차단되고 유리된 곳.

그래서 더 애가 타고 아름답고 들어 보고 싶은 곳.


대체로 그 공간은 비어있다.

늘 비어 가득 차 있다. 가득히 비어 더 풍요롭다.

늦가을 갈대가 가득 피거나 그 무렵 무리로 이동하는 철새들로

가끔 그 공간이 넘치도록 가득 차기도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무엇보다 장관은

매일 일어나는 만조 시의 그 배부름이다. 물 흐름이다.

아니 정지다.

 

그때면 강은 모든 유입을 멈추고 끝없이 부풀어 오르는 바다에

순응해 다소곳 그 역류를 받아들여 너무나 조용해진다.

마치 엄마 품에 잠든 아기같이. 배불리 먹어 만족한 아기같이

대체로 석양, 황혼. 황금색.

새 한 마리 사선을 그으며 공간을 분할하기도 하고

떼 지어 날개저어 날아가는 소리도, 그 일정한 날개 짓도 보기가 좋다.


그러나 나는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불만이다.

 

왜 거기까지만 이어야 하는가?

왜 한걸음 더 다가 갈 수 없는가?

철조망을 살짝 걷고 배부른 둔치로 달걀 같은 타원

이지러진 반달 같은 발코니 프론트 하나 못 만들 이유 어디 있는가?

머물러 바라볼. 머물러 말없을.

 

말해 봐라.


*

돌아오는 길

행주대교 아래

하류 보를 넘어 역류하는 바닷물. (상류 보는 잠실이다.)

강물과 바닷물의 그 조용하지만 온통 넘치는 합일의 환희.

포옹. 악수의 몸짓. 지즐댐. 그 열락.

뒤에는 가득 부풀어 빙그레 온통 원만한 황금빛 바다가 웃고.

그곳에 가면....








그러니

보자

제발 좀 보자. ^^

그 철조망  조금만 걷고. 


 


 

2. 새떼를 보시라고 (줄이니 안 보이네) ㅠㅠ


 

3.



4 서울로 들어와


 

5. 언젠가 밤섬은 한번 쓰리라.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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