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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상2

우두망찰 2014. 12. 23. 23:02

(읽기 전 전편 '어떤 영상' 그림을 먼저 보시길 권한다. 그 사족)

 

 

 

 

 

 

 

 

 

본문

 

 

 

 

가구를 말함인가?
.
목재를 말함인가?
.
기능을 말함인가?

 

 

 

비교적 안정된 중산이상 저택 또는
세컨 하우스, 바닷가 별장
침실보단 거실 또는 서재

 

 

 

빈티지? 글쎄
좋다.
단순 묵직 검박
눈길이 자꾸 간다.
그리고 빠져 든다.
사진을 찍고 싶다. 찍어야지.

 

 

 

무엇 때문인가?
구조 비례 때문인가?
그리 우아하지도 세련되지도 공학적이지도 않다.
목재 질감 때문인가?
하긴 철의 무표정 돌의 육중함 인공물의 부자연보다
목재 표정은 다양하고 풍부하고.... 언제나 따뜻하기도 하지.
영화는 한참동안 이 가구들을 말없이 보여준다.

 

 

 

*
그리고는 어떤 경매장
(소더비 아니고, 크리스티와 또 무엇이었는데 이름은 기억치 못하겠다)
가구 한 점의 사진이 나온다.
호가 2,000부터 시작한 그것들은 몇 배를 뛰어 대체로 10,000선에서 낙찰된다.
(자신 없다. 영화 내용이. 사진 찍기에 열중한 탓)
우리 가치로 환산하면 천만원 (달러). 유로면 천오백이다.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시간의 가치, 역사성인가? 미학의 가치, 심미성인가?
희소의 가치, 경제성인가? 실용의 가치, 편안함인가?

 

 

 

*
남자들이 가구를 구경한다.
표 나게 티나진 않지만
그들도 있어 보인다(지식이? 여유가? 정신이?) 애호가들일까?
콜렉터들일까? 안목이 있단 이유로 어느 구석 가구와 닮았다 해두자.

 

 

 

*
대양에 큰 상선이 하나 떠간다.
켄테이너 선이다
그 속에 무엇이 실려 있을까?

 

 

 

*
다음 어떤 리페어 샵
낡은 쇼파 하나가 놓여있다.
장인이 해체한다. 마이스터.
프레임만 남기고 걸친 옷을 모두 벗겼다
간결함이 남았다.

 

 

 

*
도시
건물 몇 개가 나타난다.
대체로 낡은 모습. 그러나 그 강건함의 아름다움
형식의 분방함. 상상의 자유로움. 구조의 역동성. 질감의 원시성.
공간은 빠져들게 하고 몰입에 고양되다 헉, 어느 순간 압도당한다.
건물은 어딘지 확연히 가구와 닿아 있다.

 

 

 

그리고 단서가 될 사진 속 한마디
LE CORBUSIER 르 꼬르뷔지에
THE GREAT ARCHITECT
그랬거나 말았거나
그 속 사람들은 대체로 없어 보이고(주머니가), 편안해 보인다.
그 묵직한 의자들을 밀어내고 가볍고 싼 공산품을 더 애용하며
낮잠시간 삼성애니콜 잠자리는 그들의 벗은 신발 속, 그들은 바닥 위 맨 바닥
지구를 가장 느끼기 좋은 자리지만 그들도 현대를 살고 있다.

 

 

 

그가 그 가구를 디자인했을 것이다.
그 시절 1950년대. 그가 바야흐로 원숙에 이르렀을 때.
경험과 생각과 바램을 담아 의도했을 것이고
실현할 재료들은 그 시절 거기선 그래도 손쉬운 나무, 목재들.
견고하며 무거우며 묵직한... 그래서 불편한 그래서 더욱 값진
더구나 예산상 현지인 장인들의 손을 빌어 한땀 한땀 손만듬(핸드메이드)?
(정부가 발주했으니 조선시대 목공장인들과 뭐가 크게 다르리)
그래서 탄생한 공공사무용 책상 걸상. 학교 책걸상, 공식의전용 가구집기들
이제 애물단지가 되어 건물 곳곳에 쓰레기처럼 쌓여있는데

 

 

 

아마도 그 컨테이너선은 이 폐 가구를 수집해 밀?반출하는 수출선 아닐까?
이쯤되면 짐작된다.
어느 한쪽엔 천덕꾸리기. 어느 한쪽엔 골동반열의 가치
얼마 전 우리도 그랬던, 중국이 그랬던, 인류가 그랬던.....
이제 역사성, 상징성까지 더해 그를 증명할 막 쓴 페인트 Lot 번호까지 살려
먼 이국 땅 낮선 곳. 양탄자 거실에 모셔지듯 놓여지니
드디어 고향을 찾은 것일까?
비로소 뜻이 실현되었다 저승에서 그가 좋아할까?
나는 왜 좋아하는가?
가구를 좋아하는가?
목재를 좋아하는가?
미감을 좋아하는가?

 

 

 

생각해보면 아, 나는, 우리는
용기(容器)가 아니라 질감이 아니라 모양이 아니라
그의 삶, 뜻, 정신이 녹아든 물건이 좋은 것이니

더불어
나는 언제 그리살까?
자신의 생각으로 자신의 모습으로 자신의 방법으로
오늘? 내일? 모레? 새해?

특별하지 않더라도 앞서가지 않더라도
모두에게 유용하고 편리하고 합리적인
한낱 用, 범용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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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항

 

 

 

1. 영화

 
- 영화제목 : 모름
- 영화감독 : 모름
- 상영장소 : 국립미술관 서울관 영화관
- 상영시간 : 오후4시 1회/ 러닝타임 80분? (단편다큐 여러편)
- 사진설명 : 영화관 동영상 촬영 (관객수가 적고 뒷자리 타인의 관람에 방해 없도록
   묵음기능있는 똑딱이 사용(RICO-GR) 밝혔듯 의도 계획한게 아니고 끌리듯~
- 기타 : 미술관 입장권만으로 무료관람이 가능하니 백문이 불여일견~  가신다면 한번 보시기를 권한다
                

 

 

 

2, 배경 단서


- 인디아
- 찬디가르, 계획도시
- 르 꼬르뷔지에
- 최고재판소 국회의사당 총무처 시티박물관
- 넥 찬드

 

 

 

3. 用 -최근 예 (IKEA 광명)


     저 디자이너 땜에,,,

     (전편 마지막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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