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가을 아침4

우두망찰 2014. 10. 28. 19:23

 

 

 

 

 

 

 

 

 

 

 

 

 

Accident 1

 

 

꿈결인 듯 전화벨이 울렸다.
비몽사몽 중에도 번개처럼 스치는 불길한 예감
퍼뜩 전화를 받았는데 맞다. 6시 15분
이런 제길, 이륙시간이 7시 5분인데
이 시간에 눈을 떠다니
집 앞까지와 하마나 저마나 나를 기다리다
할 수 없이 전화를 한 스텝을 빨리 택시타고 먼저 가라 이르고
불이나케 세수 양치를 하지만 과연 가능할까?
집을 나서는 시간이 20분. 40분에는 탑승인데 날아가도 안 되는 줄 알지만.
사고 난다. 택시타고 가겠다는 걸 기어이 택시 타는 곳 까지 만이라도
헌신적으로 서비스하겠다는 마눌 등쌀에 할 수 없이 마눌 차에 실려 4거리.
25분. 그런데 그 시간

택시마저 없다. ㅠㅠ
우짰든 공항까지 가보고~ 그 다음.....

 

지방 소도시라 다음 항공편도, 빠른 열차편도 없어,
다음 선택은 꼼딱없이 버스뿐인데 차라리 바로 버스터미널로? ~
짱구를 굴리며 택시를 막 탔는데 전화가 온다.
약속된 상대편 회사(갑) 사람. 
이크 “이러저러 늦어~~”

 

ㅎㅎ
“마침 결항이랍니다. 기상상황으로~ 그래 인근 여수로 돌아가려는데 괜찮으신지?”
이런 고마울 데가. 괜찮고 말고가 워딨겠쏘.
그러고도 제촉한 공항도착시간이 7시 5분
40분 비행기를 탈 수 있었는데
맨 뒷자리
맥 풀려 구겨 앉아 바라보는 “너 안개! 고맙다.”

 

 

 

 

 

 

 

 

 

 

 

 

 

 

 

 

 

 

 

 

 

 

 

(그런데 5시 알람은 도대체 어디로 팔아먹어버렸을까?)

 

 

 

 

 

 

 

 

 

 

Accident 2

 

 

한때는 바람처럼 날래게 달리던 녀석이었다.
큰 말썽도 사고도 없었고 함께한 시간도 어언 7년?
반려동물처럼 수많은 낮과 밤, 방방곡곡을 한 몸처럼 붙어 다니며
그간 쌓은 정이 얼마인데
녀석이 어느 날부터 골골대기 시작했다.
처음은 3~4년 전? 어쩌면 그 이전부터인지도 모르겠다.
웬간한 오르막은 숨 한번 가빠하지 않고 식은 죽 먹기로 가뿐히 오르고
순간적으로 치고나가야 할 때는 날렵하게 반응하여 남 먼저 뛰쳐나갈 줄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아무 이유없이 맥이 빠지는 느낌.
“자 뛰어” 하는데도 명령이 먹히지 않는 것이다.
그것도 어쩌다 가끔. 원인 이유 가늠할 수 없이 불규칙하게.
그렇다면 한번 달래라도 주어야지.
다시 명령하면 또 언제 그랬느냔 듯 다시 생생하게 살아나니.
큰일도 아니고 잊어버리고 잊어버리고 했었는데

 

 

 

 

 

 

 

 

 

 

 

 

 

 

 

 

 

 

 

 

 

 

 

 

 

 

 

 

 

그러다 약 3달 전부터는 전에는 들을 수 없는 신음을 내뱉는 것이었다.
그것도 거의 치명적이랄수도 있는 단말마성 외마디 신음소리
사람으로 치면 중추, 허리부상, 말로만 들은 디스크에 의한 신경자극처럼.
즉각 야들의 병원으로 달려가 이러저러하다 증세를 설명했지만
만져보고 두드려보고 헤쳐보고 찔러보고 ~ 웬갖 방편
함께 시험도 해보았지만
이 역시 어쩌다 가끔. 단발. 원인 이유 가늠할 수 없이 불규칙하니
도무지 종잡을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이 병원 저 병원 큰 병원 아는 병원
종래엔 고향 동기 여자 친구 신랑, 근 40년 이 업에 종사했다는 베테랑 중에도
상 베테랑한테도 가 뵈었는데
모다들 결론은 “이상 무”

 

 

 

 

 

 

 

 

 

 

 

 

 

 

 

 

 

 

 

 

 

 

 

 

안전엔 이상이 없단다.
허 참, 분명히 어디가 중히 아프긴 아픈데. 녀석 말도 몬하고 고생한다.
남들은 고만 떠나보내고 새 놈으로 갈아치우라지만
어찌 지조있는 사람으로 큰 잘못도 없는 조강지처를 함부로 버리리.
내심 '윽'하고 반윽은 조히 할 새 녀석도 지금 경기엔 부담시럽기도 하고~

 

 

 

 

 

 

 

 

 

 

 

 

 

 

 

 

 

 

 

 

 

 

 

 

그러다 결정적으로 약 한달 전 빛 밝은 오후 나들이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미안해. 그간 너무 너를 혹사시켰어. 어쩜 이젠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줄게
비장한 생각도 하며 가빠진 맥, 힘겨운 숨소리를 들으며 조마조마 돌아와
응급병동으로 바로 직행했는데 ‘이미 각오는 한 상태’

 

 

 

 

 

 

 

 

 

 

 

 

 

 

 

 

 

 

 

 

 

 

 

 

그런데 명의는 따로 있었다.
녀석이 태어나 내 반려가 되었을 때부터 돌보미였든 그 사람이 마침 돌아와 있는 것이 아닌가.
제법 큰 규모 기술자들만 십수명인 그곳 책임자로. 금의 환향? 권토중래?

하였든.
반가운 마음에 녀석이 이러저러하다. 즉 가끔 증세는 이랬고 오늘은
평소 100키로는 1500rpm으로 숨 안 고르고 쉽게 가든 녀석이 오늘 80km. 숨소리가 이상해
게기판을 보니 2500~3000rpm으로 바이탈 사인이 거의 한계상황

 

 

 

 

 

 

 

 

 

 

 

 

 

 

 

 

 

 

 

 

 

 

 

전에 녀석을 진단했던 또랑또랑 재기 넘치는 젊은 친구를 불러
잠시 앞뒤로 거칠게 한계상황까지 몰아부쳐 시운전을 시켰는데 그때는 또 멀쩡.
환장하겠군.


그런데 이번에 이 사람이 직접 차에 올라 앞뒤로 서너번 1m씩만 움직여보고는
“야. 밋션 미미 바꿔.”

???


미미가 뭐지? 궈먹는거야? 삶아먹는거야?
우짰든

 

 

 

 

 

 

 

 

 

 

 

 

 

 

 

 

 

 

 

 

 

 

그 자리서 뚝딱 30분 만에 부품 하나를 갈더니
(밧데리 떼어내고 엔진필터 박스 떼어내고 하여튼 안쪽에 꼭꼭 숨어있긴 하더라)
그 젊고 또랑또랑 야무진 친구
멋쩍게 씩 웃더니 자신이 먼저 시운전을 한번 해보겠단다.
그러시구랴

 

 

 

 

 

 

 

 

 

 

 

 

 

 

 

 

 

 

 

 

 

 

 

 

 

 

 

 

 

 

 

 

 

돌아와
진작 사부님께 뵈였더라면~ 말꼬리를 흐리며 가격은 11만 며처눤이란다.
아, 고거밖에 안해요?

 적어도 돈백.

기백이면 그야말로 버려 버릴렸더니
그간 이곳저곳 들쑤시며 들어간 기백이 허무하게 단돈 11만원이라니
마치 11원처럼 가볍게 여겨졌는데~

 

 

 

 

 

 

 

 

 

 

 

 

 

 

 

 

 

 

 

 

 

 

각설하고
녀석이 다시 살아났다.

앓던 이가 빠지고 십년 체증이 내려간듯
마치 신혼 때 첫 만남처럼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숨 쉬고
밟으면 밟는 데로 손대면 손대는 대로
주인의 숨소리 표정 하나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간의 모든 잡음
이상신호를 모두 잠재우고 미동도, 가벼운 앙탈 하나 없이 다소곳
그윽히 반응하니

그간 알게 모르게 기름 많이 먹은것들도 다 토해낼 요량인듯 ~

 

 

그러니

 당분간 새 차 타기는 그른 셈.

 

 

 

 

 

 

 

 

 

 

*

                                                                                                                                                                         우쨌기나 그 녀석이 궁금하실 터이므로

 

 

 

 

 

 

 

 

 

 

 

 

 

 

 

 

 

 

 

 

 

 

 

 

 

 

 

 

 

 

 

 

그 미미

 

(실은 주먹 2개만한 핸들축과 전륜 동력전달축사이의 T자 이음 부속)

이리 망가지고 부상당했는데도 기술자들이 못 찾아내다니~ ㅠㅠ

 

 

 

 

Accident 3

 

(계속)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월  (0) 2015.01.05
어떤 영상2  (0) 2014.12.23
황무지  (0) 2014.09.16
여름 아침-소리4  (0) 2014.07.24
여름 밤-소리3  (0) 2014.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