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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아침-소리4

우두망찰 2014. 7. 24. 15:39

 

 

 

 

 

 

 

 

 

 

 

 

 

7. 침묵의 소리

 

 

지인이 섬으로 터전을 옮겼다.
음식솜씨가 좋은 사람이라
국수 얻어먹으러 가겠단 핑계로 사전 조율, 양해 한번 없이
불쑥 선고하듯 던지고 찾아간 그 곳.
청하지도 않은 불청객 위해 귀찮겠지만 손수 준비한 갖은 고명, 육수.
소면은 금방 삶아 찬물로 헹구고, 텃밭 풋고추 마늘 다져 만든
양념간장 하나 끼얹어 먹는 그 여름 한낮 국수 맛.

 

 

 

 

 

 

 

 

 

 

 

 

 

 

소면, 멸치 빼고 모두 그 집 마당 표라니... 달다.
때 되면 하루 딱 백 그릇만 파는 소박한 국수집 하나도 열 계획을 그린단다.
아마 그 꿈은 곧 이루어지리라.
지금 사는 집을 약간 손봐서도 좋고, 덧대어도 좋고, 새로 자그마니 장만해도 좋고.
그렇다면 우린 무라카미 하루키 여행기에 나오는 일본시골 소바 집들처럼
간판 하나 없이도 독특하고 별난 들판 한가운데 명물 국숫집 하나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텃밭엔 온갖 볼거리(꽃) 먹을거리. 어떤 간섭 하나 없이 천하태평으로 자라고
(태평농법이란다) 벌써 늙어 고스라진 놈, 너무 익어 터진 놈. 아무렇게나 지들끼리
어우러져 쓰러진 놈.
들판 한가운데 그 집은 어떤 소리 하나 없이 한낮 정적에 자무룩 잠겨 있었는데.
그 집엔 어떤 전자제품도 보기 힘들다. 불가피하지 않는 어떤 인공, 인위도 노 땡큐인 모양.
적막함. 그러나 분주함. 보이지 않는 들리지 않는.
어쩌면 지구가 자전하는 소리, 식물들 사랑 나누는 소리만 가득한

 

 

 

 

 

 

 

 

 

 

 

 

 

 

그 들판을 잘 안다.
잘 안다 함은 이곳을 자동차로, 자전거로, 걸어서도,
그 옛날 낚시 다닐 때부터 근래 자전거 탈 때까지.
지근거리 만만하단 이유 하나로도 수도 없이 쏘다녔으니.
도로는 물론이려니와 농로 하나하나, 수로 하나하나, 계절마다 이미지화된 곳
(그 흔적이 이 공간에도 도처에 널렸다)

 

 

 

 

 

 

 

 

대체로 이 들길에 있을 때
누구와 함께 한 시간만큼, 혼자인 시간도 많았든 것 같다.
그 혼자인 시간 나는 뭐했을까? 무슨 생각했을까, 뭘 봤을까는 차치하고
무슨 소리를 들었을까? 때로 낮선 여행지, 산길, 들길에서는?
그냥 한강변을 자전거로 달리거나, 하루를 가는 긴 라이딩, 연속한 단조로운 구간에서는
이어폰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소음 따르는 대중교통 이용할 때 말고 특별히 아름다운
새소리 물소리가 없더라도 귀는 그냥 열어두었던 것 같다.
고요하기보다, 적막하기보다 그냥 텅 빈 세상 돌아가는 소리?
그 엄청난 톱니바퀴 소리를 진동, 박동처럼 몸으로 느끼며.

 

 

 

 

 

 

어쨌거나 사내 둘이 멀뚱하니 바라보기만 있기도 그렇고 해
배나 꺼줄라꼬 나선 들판
가뭄에 새까맣게 속이타고 (이 비로 해갈되었겠지.)
창후리 선착장, 새로 난 교동대교로 개점 휴업상태.
선두리. 지역어부들이 막 썰어 회를 팔던 곳은 이제 그럴싸, 번듯한 횟집들로
탈바꿈 되었다. (식당영업허가로 술도 밥도 다 판단다.)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치리. 일단 마셨는데.
그 량은 둘째 치고 세월호 교훈으로 길목 음주단속이 자심하단다.
계획엔 없었지만 핑계로 더불어 하룻밤도 신세지기로 한다.
(그리 뻔질 낫지만 이 섬에서 1박은 또 첨이다.
물론 낚시시설 야영텐트 말고)

 

 

 

 

집으로 돌아와 그 집의 또 하나 동거인, 견공산책과 생리 해결을 위해 쥔장이
밤으로 마실 나간 사이, 난 빨개벗고 그 옛날처럼 시리디 시린 지하수 샤워로
하루를 씻고, 신선 노름. 거실 책상에 앉아 가져간 스피커로 분우구나 잡아볼까?
잘 뵈지도 않는 시집 한권까지 빼들었는데, 싸하다.
어느새 돌아온 쥔장. 개가 어떤 인공소리도 못 견뎌 불안해한단다.
한잔 먹었겠다. 밤이겠다. 외박이겠다. 분뉘기 좋은 음악이 딱인데
녀석, 듣는 귀 하나는 고급인 개(게)비지. 스코틀랜드 출신 양치기 태생.
덩치는 산 만해 가지고 별 돌아가는 소리듣기가 전공인? 개. 한번 쓰다듬어 주고.
비로소 밀려오는 밤공기. 별 빛 (날은 흐렸다.ㅠㅠ)
거실소파에서 녀석이랑 합방으로 동숙하며 헐떡이는 녀석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세상모르고 잔 가뿐함으로 일어난 아침
산책 (그 풍경들)

 

 

 

 

아침은 또 참 맛난 된장찌개를 대접 받았는데
콩 놓아 갓 지은 밥. 차근차근 꼭꼭 눌러 한 공기 가득 먹고
한껏 느긋이 또 샤워하고 설거지까지 마쳤을 때 시간이 7시 반.
10시 아니고?
시계도 없고 소리도 없으니 그 하루는 참 길고 마디며 고요하고 여유롭다.
그 틈으로 밀려드는 지구분침 태양시침 돌아가는 소리. 소나기처럼 햇빛 쏟아지는 소리.
활기. 우린 너무 많은 소리에 노출되어 있는 건 아닐까? 정보공해처럼 불필요한 소리,
과잉감정,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 건 아닐까?
아침이다. 뻥을 치려면 하늘로 올라가던지. 아니면 땅에 붙어 부릅떠 세상을 보던지.
그 사이 아직 그늘인 시원한 아침. 비로소 내 것인 가득한 그 조용함.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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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 부록

 

 

 

 

 

 

 

 

 

 

 

 

 

 

 

 

 

 

 

 

 

 

 

 

 

 

 

 

 

 

 

 

 

 

 

 

 

 

 

 

 

 

 

 

 

 

 

 

 

 

 

 

 

 

 

 

 

 

 

 

 

 

 

 

 

 

 

돔막골 아닌 동검도에 영화관이 생겼단다.

하루 한차례만 상영하고

관람료 천원 한장인 독립영화관

하지만 커피값은 비슷한데

수천만평 갯벌을 앞에둔

전 영확감독이 지었다는 극장

처음 부러움을 느끼다.

 

 

 

지인 소장 4~60년대 영화자료(희귀본)

 

갯벌보기 쌍안경

 

 

 

 

 

 

 

 

 

 

 

 

 

 

 

 

 

 

 

 

 

 

 

 

 

 

 

 

 

 

 

 

 

 

 

 

 

 

 

 

 

 

 

 

 

 

 

 

 

 

 

 

 

 

 

 

 

 

 

 

 

 

 

 

 

 

 

 

 

 

 

 

 

 

 

 

 

 

 

 

 

 

 

 

 

 

 

 

 

 

 

 

 

 

 

 

 

 

 

 

 

 

 

 

 

 

 

 

 

 

 

 

 

 

 

 

 

 

 

 

 

 

 

 

 

 

 

 

 

 

 

 

 

 

 

 

 

 

 

 

 

 

<소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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