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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밤-소리3

우두망찰 2014. 7. 21. 18:26

 

 

 

 

 

 

 

 

 

 

 

 

6. 지금껏 살며 가장 감명 깊게 들은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

 

 

 



5월이었다.
6월이었던가?
14살, 중 1학년 때

 

 

그때 막 내가 사는 도시 앞산
공원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현충탑이 섰으며, 케이블카는 메어졌던가 말았던가?
한자표기로 ‘푸른 언덕’ 이란 이름의 주택업체가 <넝쿨장미가 아치를 이룬 대문>,
<푸른 양 잔디가 깔린 정원>, 이른바 문화주택을 지어 단지를 이루고 있었고,
그 울타리에 연이어 논밭은 마구 마구 메꾸어져 서울의 한옥촌 같은 개량한옥
기와집들이 끝없이 지어지고 있었다. 버려진 언덕, 산자락 경사지엔 강신재 소설처럼
마당에 테니스장이 있는 큰 저택들도 드문드문 있었는데(젊은 느티나무)
잡초우거진 그 황량한 언덕에는 또 당시 넝마주의?라 불린 이들의 천막
(폐지, 고물 등을 주워 모아 연명하는 홈리스, 고아들의 거주천막)도 함께 있었다.
'왜 넝마주의主義라 불렀을까?'

아직도 모르지만

 

 

중학생이 되어 막 그 동네로 전입한 나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일요일 아침이면
거기로 나들이가기를 즐겨했었다. -이르게 아침밥도 안 먹고 갈 때도, 밥 먹고 가
허기지도록 죙일 쏘다니다 오기도 했다. -
걸어서 3~40분인 그곳은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아주 좋은 전망도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나 바로 발아래는 그야말로 딴 세상. 푸른 초원 위에 장난감 같은 이쁜 집들과 
멋진 활주로가 있는 자그만 비행장도 있었다. 그 활주로엔 영화처럼 세스나
경비행기가 종이비행기처럼 가벼이 이착륙하고, 개들은 앞 발 들어 걸었으며,
또 사람들은 외계인처럼 한껏 느릿느릿 느긋이 걸어 다녔다.
(지금 생각하니 그건 골프였겠다)

 

 

 막 지어진 현충탑 계단에 앉아 난 그 풍경과 그 너머를 내려다보길 즐겼었는데
그 그림 같은 풍경위로 때로 먹구름 끼듯 검은 연기 한줄기도 흘러들곤 하였다.
바로 이웃한 담장 밖 세상. 넝마줍이 아닌 주의ism 천막에서 불 때어 밥 짓는 연기.
써 놓고 보니 석양 빛 하나 더하면 이건 그냥 만화, 그것도 한두 컷 분량인데
너무 장황했나? 여하튼 도시가 확장하며 비록 모두 가난했지만 베이비 붐 넘쳐나는
사람. 대단히 활기차던 시절.
(훗날, 화살같이 날카롭다는 나의 첫 키스 장소도 여기였으니 내겐 둘도 없이 소중한
나의 소년시절 풍경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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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도 그 순간 기억이 선명하다.
아침 열시쯤. 햇살은 이미 퍼질대로 퍼져 더위가 느겨졌었고
새로 난 새닢 그늘, 푸른 음영이 좋아 보일 때.
이른 아침부터 쏘다닌 피곤과 허기로 거의 탈진이 되어
‘이제 집에 가 밥 먹어야지.’ 이 생각만 간절할 때.

 
물오리나무든가? 층층나무든가? 
어른어른 그늘사이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모두가 흰옷, 모시 삼베 한복차림의 남자 어른들. 빙 둘러 앉아
어떤 소리를 하고 있었는데

 

그걸 노래라 해야 할까?

 

시조창이라 해야 할까? 
판소리는 더욱 아닌, 육자배기는 더더욱 아닌. (비유가 참 가난하다ㅠㅠ)
그냥 그건 소리.
굳이 이름을 붙여야 한다면 그건 ‘구음’이라 해야겠다.
난 그 소리에 얼어붙어 한동안 꼼짝 못하고 있었는데~
당시 내가 음악을 알까? 소리를 알까? 어떤 깊이를 알까?
당시 어른들은, -내가 아는 어른들은, 많이 과묵하고, 즘잖코, 속 깊어
더욱 어른스럽고 우뚝한 어떤 완성체, 인격체 이미지였었다.
(나를 포함, 요즘 나라꼴, 이 나이 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난 이 소리의 실체가 알고 싶어 무던히 애를 태웠다.
그래서 궁중음악. 아악?, 정악? 도 들어보고, 밤늦은 시간 시조창
인간문화재 소리도 들어보고, 여러 대가들. 하여튼 부러 찾아다니진 않았지만
혹시나 하고 비슷한 방송들은 지루함을 참고 기회마다 들어보았었는데

 

 

허사였다.
모다 그에 못 미쳤다. 이런 말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의 미감에는 그 모두가 그 품격에 못 미치는 가벼움, 삿됨(사사로움)으로
까지 느껴졌다.
그 소리는 과연 어떤 뿌리, 어떤 근저, 류를 가진 소리였을까?

그냥
동창이~
청산리~

소리만 모호하게 느려 뜨린 것이 아닌
예는 비로소 악으로 완성된다 (子曰). 경직된 의식도 아닌
한없는 무심 관조 초탈의 그 의미모를 중성적 단 소리

 

전음
마치 전음 입밀, 혜광심어처럼 신비스럽게 사라져버린
한때 우리의 정신세계. 고매한 그 무엇.


 

 

 

 

 

 

<예전 붕(鵬)이란 큰 새가 있었다.
실재했지만 사라져 그 이름만 전설로 남은~>

 


 

 

<계속>

 

 

 

 

 

7. 침묵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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