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10년 만에 휴가를 갔다
전날은 비가 내렸고
투표를 마치자
단 1표로 다섯 표를 얻은 듯
5일의 시간이 고스란히
그의 앞에 읊조려 부복해 있었다
그래 '삼월이'라 이름 지어 부른 옛 늙은이들의 아쉬움이 이해되듯
‘나를 데려다 주세요’
6월보단 유월이 더 어울리는 이름이겠다.
날씨
날씨가 축하라도 해주는 냥
마냥 좋았다
비 그친 흐림
풍성하고 다채로운 구름
그 사이 언 듯 언 듯 푸른 하늘
회색마저 <온갖> 회색으로 빛나게 하는 이 조화. 맑음
기온 21~23℃.
사이 바람
계속
한가
징검돌 하나 놓으니
이리 여유로운 세상
비 온 후 개울물 흐르듯 시원한 차량흐름
그 흐름에 편승한 마음 또한 한가롭고
연록으로 여리게 모를 낸 들판
간간히 뿌리는 비
간간히 비치는 빛
낙과
ᄈᆞᆯ간 앵두가 익어 떨어지고
청매가 장대타작으로 푸른 비명 지르며 떨어지고
오디가 제풀에 녹아 제 난 자리 살찌우는데
그 아래 빨갛게 입 벌린 뱀 딸기
곧이어 살구가 삐삐 주근깨로 익겠지만
이건 결실일까? 낙과일까?
아흔둘 그녀는 가족을 떠나 병상에 누웠다
다행히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위에 자리 잡고
많은 창들과
몇 그루 야자와
푸르게 꽃피운 풍성한 상록거목들이
그럴 듯 시중을 들었지만
그녀는 이제 고개를 돌려 바다를 볼 수가 없다
비슷한 빼곡이 누운 400병상의 눈빛들
그 또한 무엇을 보고 있을까?
무얼 원할까?
여전히 바다가 그리울까?
나무가 궁금할까?
바람이 고마울까?
너는?
솔직해야한다. 이제부터라도
네 생이니
부릎 떠 바로 보아야
여수 밤. 바다
숙제를 마쳤으니 이제 살아있는 것들은
산 것들다운 행위들을 해야겠지
다시 100여 키로를 달려
닿은 여수 밤. 바다
산 것들 입속에 남도음식은 달았고
술은 술술 넘어갔으며
인심은 후했고
여자들은 이뻤다
(실은 이건 모두 아침바다다)
(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었다는 장소가 숙소 앞 건너편에 있었다
처음 봤을때 아, 집짓기 좋은 장소!
산책길 호기심으로 다가갔는데
광막한 외해를 외면하고 고즈넉 내해를 앞마당삼은 지혜
우려처럼
막상 당도해보니 건너다보는 맛이 나았다)
(숭어들의 아침식사)
오동도 시장
이십 수년 전 배를 몰고 이 항구를 들어올 때
저 언덕에 유채꽃이 온통 노랗게 피어 장관이었지
그때 그는 갓 선장을 단 전도유망한 30대였겠지
이제 그 언덕들은 다닥다닥 판자집들을 헐어내고
급조되어 한가로운 엑스포라는 인공구조물들로 메워졌고
그 앞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섬 하나
오동도
그는 처음 가보다
이쁜 섬이다
섬의 풍성한 식생도, 보호받으며 사랑받으며
가꾸고 돌봄 받은 여유, 인공의 편안함까지 더해지고
무엇보다
이 날씨
여전히 21도. 맑음. 구름 반그늘. 빛남. 바람
시장 구경을 하고
우포
오후병실은 어제와 다를 바 없었다
식사 후 <모두> 편안한? 약들을 먹어 잠들어
그나마 늪처럼 가라앉아있었고
‘이제 가우’
수신인 없는 이승에서 마지막일지도 모를 인사를
눈물 한 방울 찔끔 찍어 내려놓고
돌아서는 자매를 기다려
가 닿은 우포늪
생각대로였다
이 풍경들
바다를 보면 답답한 마음 한구석 드는 것이
저 훤히 비치는 겨우 2m 물속 세상은
천년이고 만년이고 억년이고 아무리 애를 쓰고 안달하고 노력해도
결코 물 밖으로 나서볼 수 없다는 운명
그럴 수 있다면 그때가 바로 세상 뒤집어지는 날
우울해
이 습지. 늪지도 그럴까?
이 빛나는 회색의 경관은 그래도 훌륭해
아름다워
우리네 삶도
살 때까진 아름답다 여길 수 있는 건
가도 가도 내 몫이겠지?
어느듯 유월 한 복 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