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시 유록빛이 가셨으니
5월이지만 이제 여름 맞다
반복의 일상과
익숙한 자리를 떠나
숲으로 들 땐 어떤 마음
어떤 가짐이 필요할까? 아니 어울릴까?
그야 좋을 대로가 답이겠지만 너는? (나는)
비우고 버리고 그 빈 방에 무심히
잠시 담아보는 거. 교감하듯 섞여보는 거
그래서 밀가루 반죽되듯 내 몸이, 영이
잠시 그들로 푸르게 물들어보는 거.
신록의 여린 빛이 가시고
연달레 순함도, 함박꽃 마지막 흰색 고혹도 이른 더위에
지쳐 시들어 버렸으니 이제 뭇 생명, 폭발하듯 날것들이 설칠 세상.
세상 모든 자 벌레 무리가 와삭와삭 새순들을 먹어치울 것이고
숲은 그 냄새. 엽록 피 냄새. 송충이 몸으로 발효시킨 똥냄새로 가득할 것이니
흠흠
나는 콧구멍 비강 활짝 열고.
늦은 오동 꽃이 푸름을 배경으로 아직 자색 선명히 반겨줘 고마웠고
푸르게 푸르게 오월바람처럼 산 딸 꽃이 일어서니
탁족하듯 네 마음 잠시 시원했느냐?
*****
사는 곳
아들놈 방 앞 화단.
북쪽. 게다가 욕심 많은 목련나무 아래다.
그 짙은 그늘에서 어떤 생명이 버티랴만
햇볕 자양분은 그에 다 내어주고서도 이리 푸르게
우와 우와 잘 자라는 녀석들이 있다. 바로 옥잠화
맥문동 곰취 닮은 꽃은 피우는 이름 모를~
이른 봄 제비꽃들은 남 먼저 일어나 인사하고
돼지감자도 있었던가? 하여 이 1층 살이의 불편이 좀 보상받기도 하니
둘러친 얕으막한 야산 녹음과 늦은 오후 잠시 비켜드는 햇살.
바람 일렁이는 녹색그늘이 모진 겨울 추위를 잊게 하고
여름비같이 잠시 흥거로우니
아무려나 돈은 안 되는 이 오월. 이제 간다.
(테스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