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따다
딸 사람이 없어
방치된 감을 따러갔다.
무서리 몇 번에 떨어지기야 하겠냐만
껍질이 두터워져 맛이 적어진다니
누가 나서서라도 시기를 놓칠 수는 없는 일
장하다
돌보는 이 없어도
이리 제 알아 튼실히 커서는
때 되었다 속속들이 익어 환하다니
감을 딸 때마다 숙성의 단내는 더할 나위없고
크고 실한 느낌은 넘치도록 손안 가득하다
아직 단단하지만 감은 이외로 쉽게 따진다.
땡감일 때의 그 끈질김을 알기로
꼭지 떨어지듯 쉽게쉽게 툭,툭 따지는 감이
마치 할 바를 다한 자의 여유처럼 부드럽다.
감의 과육 또한 우람하고 씩씩한 모습과 달리
잘 익어 연하고 사근하다.
금방 한소쿠리, 한 상자, 한 뜨락이다.
손이 큰 누이는
탐스런 이 열매들을 함께 한 형제자매
이웃들에 대부분 나눠주었다.
자기 몫으로 챙긴 두어 상자 열매들도 그쪽 이웃들 몫일 것이다.
11월, 이제 조락의 계절인가?
잘 익어 미련없이 가지를 떠날 줄 아는 감에게도
삶의 질곡을 격었지만 이기고 아낌없이 베풀 줄 아는 넉넉함도
이즘에서는 다 배워 실천해야할 나이일텐데
나는 어떠한가?
이즘의 나는 어떠한가?
깊어가는 가을, 상념만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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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열어 맺다
열매
열어 맺히다
서리를 맞더라도 결국 따겠지만
손못댄 과수가 그래도 반이다
- 과실(果實) : 과수에 열리는 열매
- 실과(實果) : 먹을 수 있는 열매의 총칭
- 과일 :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매
주홍
감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