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구간
<수안보 –문경>
아침 5시20분 알람없이 눈 떠지다.
샤워 후 간단히 아침을 먹고 물 한 병
배낭도 없는 단출 경장, 집을 나서다.
터미널까지 20여분, 7시 반 충주행 고속버스.
길이 밀린다. 명절 전 벌초행렬, 예정보다 1시간 늦어
10시 반 충주터미널에서 수안보행 시외버스를 갈아타다.
-얼마만인가? 이런 시외버스 타본지. 20년? 30년?
수안보 안내센터에서 이화령 넘는 자전거 길을 물어 정오 무렵
전에 그만둔 이곳 수안보부터 다시 시작한다.
선선해진 날ㅆ탓인가 자전거 꾼이 제법 보인다.
걱정이 된다.
근 2개월 만에 준비없이 타는 자전거.
자전거 서울부산 최대난코스 이 구간을 몸에 일언반구
사전 언질없이 느닷없이 시작하다니....
사전 검색한 소조령도 만만찮댓는데
소조령, 연풍, 드디어 이 령, 고개의 시작이다.
차를 타고 즐겨 넘나들어 낮 익고 익숙한 곳
하지만 걸어서? 아니 자전거를 타고 넘을 줄이야
음,
괜찮다.
탈만하다.
우선 조용하다.
고요하다. 내 숨소리만 들릴뿐
굳이 기를 쓰고 오를 이유도 없어 천천히 지만
걷기와 달리 구르는 바퀴 속성이라 한순간 방심 멈춤도 허용되지 않는다.
긴장의 끈도 늦출수 없는데 외려 그 긴장이 한 생각, 몰입으로 이끈다.
중간 쉼터. 좋은 벗을 만나다.
한 눈에 봐도 알겠다. 나 같은 또 다른 1인 홀로라이더.
스스럼없이 서로 말을 섞는다. 40대 초반 아직 젊기도 하지만 자전거타기로 다져져
몸은 군더더기 하나없이 탄탄하고 근육은 강인하며 표정은 맑고 눈은 선량하지만
좀 외롭고 수줍고 강직해 보인다.
아니게 아니라 하루에 100~150km 심지어 200km도 주파하고
영산강코스를 심야버스로 내려가 새벽부터 단 하루에 끝내기도 했다니
두런두런
그 사이 또 한 사람이 올라온다. 이번엔 나보다 연배다.
갖춘 장비, 입성, 표정같은게 한마디로 순탄한 삶을 살았을 샌님? 그냥
잘생긴 노교수타입이라 할까? 그런데 어찌 이 험로에 혼자 자전거를 탈까?
그런건 아무래도 좋겠지.
이번엔 친구끼리 두명. 두서없이 한참을 한담을 나누다 도착순서대로 다시 출발.
무리진 그룹을 제외하고 이 조합이 중간중간 쉼터, 정상까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벗하며 오르다.
생각은
참 고요하니 한줄기 길처럼 파고든다.
한땀 한땀
한줄기 바람과 햇살
포플러 미루 은사시 가로변 성긴 잎새
음, 좋다. 자전거 타는 맛이다.
아니다 나는 지금 뭘 하나 내 인생을 관통하는 생각하나에 골똘하다.
이 길은 그 생각을 하기 너무 알맞은 꼭 맞은 사유, 사색의 길이다.
**
정상
시속 50km (차속 200km의 느낌으로) 삽시간에 내려오다
새재- 문경 첩첩산중 개울 물따라 해거름에 도착한 점촌(문경)
그 시냇가 풍경, 정감어린 옛 동리, 옛 길
언제 다시 가보겠지.
(다음 예정구간 문경<->안동댐 : 낙동강 구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