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기

이화령을 넘다

우두망찰 2012. 9. 20. 16:10

 

 

 

 

 

 

 

 

 

 

 

 

 

 

 

 

 

 

 

 

 

 

 

 

 

 

7구간

 

<수안보 문경>

 

아침 520분 알람없이 눈 떠지다.

샤워 후 간단히 아침을 먹고 물 한 병

배낭도 없는 단출 경장, 집을 나서다.

터미널까지 20여분, 7시 반 충주행 고속버스.

길이 밀린다. 명절 전 벌초행렬, 예정보다 1시간 늦어

10시 반 충주터미널에서 수안보행 시외버스를 갈아타다.

-얼마만인가? 이런 시외버스 타본지. 20? 30?

수안보 안내센터에서 이화령 넘는 자전거 길을 물어 정오 무렵

전에 그만둔 이곳 수안보부터 다시 시작한다.

선선해진 날탓인가 자전거 꾼이 제법 보인다.

걱정이 된다.

2개월 만에 준비없이 타는 자전거.

자전거 서울부산 최대난코스 이 구간을 몸에 일언반구

사전 언질없이 느닷없이 시작하다니....

사전 검색한 소조령도 만만찮댓는데

소조령, 연풍, 드디어 이 령, 고개의 시작이다.

차를 타고 즐겨 넘나들어 낮 익고 익숙한 곳

하지만 걸어서? 아니 자전거를 타고 넘을 줄이야

 

,

괜찮다.

탈만하다.

우선 조용하다.

고요하다. 내 숨소리만 들릴뿐

굳이 기를 쓰고 오를 이유도 없어 천천히 지만

걷기와 달리 구르는 바퀴 속성이라 한순간 방심 멈춤도 허용되지 않는다.

긴장의 끈도 늦출수 없는데 외려 그 긴장이 한 생각, 몰입으로 이끈다.

중간 쉼터. 좋은 벗을 만나다.

한 눈에 봐도 알겠다. 나 같은 또 다른 1인 홀로라이더.

스스럼없이 서로 말을 섞는다. 40대 초반 아직 젊기도 하지만 자전거타기로 다져져

몸은 군더더기 하나없이 탄탄하고 근육은 강인하며 표정은 맑고 눈은 선량하지만

좀 외롭고 수줍고 강직해 보인다.

아니게 아니라 하루에 100~150km 심지어 200km도 주파하고

영산강코스를 심야버스로 내려가 새벽부터 단 하루에 끝내기도 했다니

두런두런

그 사이 또 한 사람이 올라온다. 이번엔 나보다 연배다.

갖춘 장비, 입성, 표정같은게 한마디로 순탄한 삶을 살았을 샌님? 그냥

잘생긴 노교수타입이라 할까? 그런데 어찌 이 험로에 혼자 자전거를 탈까?

그런건 아무래도 좋겠지.

이번엔 친구끼리 두명. 두서없이 한참을 한담을 나누다 도착순서대로 다시 출발.

무리진 그룹을 제외하고 이 조합이 중간중간 쉼터, 정상까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벗하며 오르다.

생각은

참 고요하니 한줄기 길처럼 파고든다.

한땀 한땀

한줄기 바람과 햇살

포플러 미루 은사시 가로변 성긴 잎새

, 좋다. 자전거 타는 맛이다.

아니다 나는 지금 뭘 하나 내 인생을 관통하는 생각하나에 골똘하다.

이 길은 그 생각을 하기 너무 알맞은 꼭 맞은 사유, 사색의 길이다.

 

**

정상

시속 50km (차속 200km의 느낌으로) 삽시간에 내려오다

새재- 문경 첩첩산중 개울 물따라 해거름에 도착한 점촌(문경)

그 시냇가 풍경, 정감어린 옛 동리, 옛 길

언제 다시 가보겠지.

 

 

 

 

 

(다음 예정구간 문경<->안동댐 : 낙동강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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