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기

어느 가을하루2

우두망찰 2012. 10. 2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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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이 아버님 기일이었다

가을은 한참 무르익었고~

 

생각타가

'음, 그러면 되겠군'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아내에게 의례용 슈트를 좀 챙겨오라 부탁하고

토요일 아침 첫 버스를 타고 지난 구간 시점

점촌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 8시 반 무렵

 

다음은 그 주말 이틀간의 기록

점촌 - 상주 - 구미 - 왜관 -하빈 -대구(강창)

가을

강변풍경

 

 

 

 

 

 

 

 

 

 

 

 

 

 

 

 

 

 

 

 

 

 

 

 

 

 

 

 

 

 

 

아직 덜깬 들길을 휙 지나치다

다시 돌아와 정색하고 마주한

어느 사투 

 

 

 

달팽이 한마리가

바다로 가다였을까?

영혼의 상형문자를 남기고 떠난 어느 적멸

 

 

(누구에겐 이 인공구조물 한폭도

결코 건너지 못할 사막, 영원한 단절의 강인지도 모른다.)

 

 

 

 

 

 

 

 

 

 

 

 

 

 

 

 

 

카메라 아니었으면 못보았을 원경이었으므로

마치 이 세상 아닌듯한 아침

고요함이었다

 

경천대

상주

 

 

 

 

 

 

 

 

 

 

 

 

 

 

 

 

 

 

상주 역사박물관

지나

경천대

지나

자전거 박물관

- 이 지방도시와 자전거와의 연은 그 유래가 깊다

아마도 우리나라 지자제중 가장 먼저

지금 정권이 자전거를 4대강 개발에 연루해 수단으로 이용하기 전

순수시대부터

아마도 김훈의 자전거여행 전부터?

사랑하고 아꼈으니

그 정신을 기려 한번 들러볼만하지 않는가?

 

<자전거타는 즐거움이 아주 잘 들어난 조형물과 아이>

 

 

 

 

 

 

지금껏 지나온 강의 인공구조물 중

기중 나은 조형성을 보이는 인도교

이 장소, 이 각도에서

순수 창작물이라면~ 하는 전제를 붙여

 

 

 

 

 

 

 

 

 

 

 

 

 

 

 

 

 

 

 

이렇게 잘 익은 미루 양버들 포플러가

천지삐까리였었다

고 말하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나마 유일할만큼 풍광은 대체로 삭막했다.

 

 

 

 

이렇게

 

 

 

 만약 이렇게 그냥두고 (조금만 정리하고)

자전거길 하나만 소박하게 더했더라면

두말않고 100점 줬을텐데.

그야말로 세계에 자랑할만한 명품자전기길이 되었을텐데.

세상 어딜랄것 없이 서구문물

햄버거 피짜 하나로 획일화되듯

그 이틀동안 이 그 나물에 그 밥의 단조로움을 두고

나는 또 심히 괴롭고 심심하기도했다. 

 

 

 

 

*

 

 

 

 

 

 

 

 

 

 

 

 

 

 

 

 

 구미 해평벌에서의 낙조

 

 

 

 

 

보라색 금오산

 

 

 

 

 

 

 

 

 

 

 

 

 

 

 

 

 

 

세상에 이리 고운 낙조도 있을까?

수많은 철새 흑두루미의 쉼터

습지를 밀어낸 이 텅빈공간

적막속에

마치 차안 아닌 피안인듯

붉게 말려온 낙조

 

 

 

 

 

 

1박 구미

 

 

 

 

 

 

 

 

 

***

 

 

 

 

 

 

 

 

다음날 아침

 

 

이번에 불산 누출사고가  있었던

구미공단 강 건너 칠곡 부분

 

매번 나다니는 고속도로 철로 너머

공단 규모가 이 정도로 큰줄 나도 마쳐몰랐다

마치 양산 온산 쯤 되는양 거대한 굴뚝에서

쉼없이 매연? 화학물질을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 이들만 탓할수 있으리

우리의 지금 이 자리가 이런 산업기반 위에 서 있으며

휴일인데도 출근해 불철주야 일하는

산업근로자들의 희생 아닌 희생위에서 이니~ ㅠㅠ

 

 

 

전자단지쪽 강변 가로수 벗나무

마산창원 공단 가로수처럼

늦가을이면 이 단풍도 아마

여느 경승지 못잖게 찬란할 것이다.

 

 

 

 

 

 

 

 

눈뜨기 힘들만큼

찬란한 아침

 

 

 

 

 

 

 

 

 

 

저 뾰루봉(비룡제)너머가

내가 태어나고 유년을 보낸 곳이다.

우측 좀 둔중한 산세 너머는

세종대왕 태실을 모신 곳이고.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그 시절 한양 도성에서 어떻게 이 먼

원지까지 산후 태반을 운반하고 묻을 생각을 했을까?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데 난 엉덩이가 아프다

어제 백여키로의 해찰

연이은 오늘의 원로

자전거를 타며 외박해보기도 처음이려니와

이틀연속 장거리계획도 처음이다.

그런데 아침부터 이리 엉덩이가 아프다니 ㅠㅠ

 

 

 

 

 

 

 

 

 

 

 

 

 

 

 

 

 

 

 

 

 

 

 

 

 

 

 

 

 

생명은 무릇 은신처

기대어 쉴곳이 있는 곳에 깃든다.

저 넓은 5대양 넓은바다가 불모의 사막이고

생명의 80%가 연안 천해(대륙붕)8%에 깃들어 살듯

<오종종한 오리떼>

 

 

 

 

 

기차가 지나가고

 

 

 

 

 

 

이쯤 강마을 과수원에 내 부랄친구가 하나 살았는데

지금쯤 계절

낙동강 모래밭에서 수확한 낙화생(땅콩)을

밤새 까먹으며

어른에게 야단 맞아가며 희희덕거리던

청소년기도 생각난다

 

 

 

 

 

 

 

 

 

 

6,25는 우리마을에도 많은 상흔을 남겼다.

 

 

 

 

 

 

 

 

 

 

 

 

 

 

 

 

 

이 다리를 건너 난 세상문명과 처음 접했다.

기억하자니 네다섯살때

소달구지 따라 무작정 집을 나섰다

겨우 10리쯤에서 낮선 풍광에 놀라 울면서 돌아온 기억. 

국민학교 2~3학년때

산골 20리길을 걸어나와 저 다리 건너

전교생이 처음 영화관에서 영화 보던날

그 콩나물시루 극장에서 주인공 아이가(불쌍한 아이가)

차가 쌩쌩달리는 길을 겁도없이 넘나들며

신문을 팔때 혹시 치이지 않을까

가슴 조마조마하던 기억.

누나가 사준 처음 먹어본 아이스크림, 꼬깔컵도 먹을수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했고

저 강은 섬진강처럼 파랬으며

말조개도 재첩조개도 무수했고

모래는 하얗게

강변 포플러는 끝도없이 무리지어 도열해 있었지.

 

뿐인가

4학년 2월 봄 방학이 막 끝나갈 즈음

어쩌다 버스가 지나가면 난간에 꼭 붙어있어야 했던

저 1차선 좁은다리 아래 시퍼런 강물이 무서워 눈을 질끈 감고

겨우 건너 처음 기차타고 도회지로 유학가던 날.

 

군대갈때도 이 역에서 기차를 탔으며

그떄의 친구들

이쁘든 내 여자친구 알듯 모를듯 표정도 생각나고

 

그런데 다 어디로 갔을까?

 

바다처럼 다 파버린 저 삭막함.

 

*

하릴없이 나는 자전거를 타고

마침 장날 그 소읍 언저리를

 서너바퀴 배회하다가

아는 사람 한사람 못 만나고 이방인처럼 하류로 내려갔으니...

 

 심사가 아래 그림같았다.

 

 

 

 

 

 

 

 

 

 

 

 

 

 

 

 

 

 

 

 

 

 

 

 

 

**

 

 

 

 

 

공정무역이 있듯이

공정여행이란것도 있단다.

이를테면 우리가 어디 여행을 갈때 쓰는 비용이

만약 백만원이라면

그것이 문명에 동떨어진 오지,개발도상국이라도

그 비용의 7~80%가 현지인들의 수익이 되지 못하고

세계적 항공사나 호텔체인같은 거대자본에 흡수되어

정작 현지인, 그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기여도는 대단히 낮다는 것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처럼

오히려 상대적 빈곤감과 모멸 쓰레기만 남길뿐

 

그래서 가능한 그 비용을 -기념품을

식사를, 잠자리를, 써비스를

현지에서 바로 구매 조달하자는게 이 공정여행인데~

 

 

고향부근 칠곡보에서 산

찹쌀인절미 한도시락

(읍내에 그럴듯한 토종 국밥집은 없었다)

배도 고프고 목이 메어

가로 입간판 -'농민이 하는 밥집'을 보고 찾아든 마을

마을안쪽까지 들었지만

빈마을 비닐하우스에서 들려준 말

'주일에는 밥을 안팔아요.'

'......'

 

그 동리에서 오랜만에 만난 소담한 탱자 울

내 어릴때는 지천이었는데...

 

 

 

 

 

 

 

 

 

 

 

 

 

 

 

 

 

 

 

 

 

*

 

 

피곤하다

뙤약볕 24도

아, 어디랄것 없이 똑같은 이 풍경, 한낮 단조로움

삭막함

나무 한그루가 겨우 위안을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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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는 길에 잠시 올려다 볼수밖에 업었지만

왠지 정감이 가는 정자하나

회화나무

 

 

 

 

 

 

 

도착

강정고령보

마지막 다사, 깔딱고개를 넘느라 기력을 다 소진하고

지쳐 남은 찰떡인절미를 다 먹어치우고

다리위 중앙 데크에 그냥 누워

한숨자고 바라본 하늘

 

이후로 다시 15키로

대구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도착한 시간 오후 4시

제사를 모시고 아내와 함께 심야버스로 돌아오다

 

 

 

 

 

 

 

 

 

 

* 후기 *

자전거는 대구에 버리고 왔다.

다음에 대구에서 부산까지

우짰든 종지부는 찍어야지.

부산가서는 꼭 금지된 고래고기를

먹어야지. 쏘주 한잔도 마셔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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