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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암일출

우두망찰 2010. 12. 16. 16:40

 

 

 

 

 

 

 

 

 

 

 

 

추암 일출                                                      

 

                                                                                               2000.3.2



오늘이 언제던가

3월2일 추암

밤이다.


저녁을 먹고

기울어 가는 바닷가 오두막에

쓰러지듯 몸을 눕히다


문을 열면 바로 바다

미열이 있다.

저 눔의 파도는

언제나처럼

밤새껏 몸을 뒤척이리라

버려진 젊음들이 한숨 내쉬는 소리


펼쳐진 누더기 요

그러나 어떠랴

괜찮다.

오늘

지나온 길

꿈인 듯. 생시인 듯. 스치는 듯. 들며나는 파노라마

고향 -> 왜관 -> 다부 -> 의성 -> 안동 -> 34번 도로 - 멋진 말이다 -> 지례 -> 진보 -> 31번 길 -> 영양 -> 수비 ->

구두령 - 아, 그 끝없이 깊던 골짜기 -> 백암 -> 월송정 - 단청공사 중이었고, 조림을 너무 기가 막히게 하여 전망은

모두 기가 막히게 막혀 있었다. -> 울진 ->죽변 -> 월천 -> 호산 -> 신남 -> 갈남 -> 용화 - 언제이든가 이 길을 지날

제 노랗게 피어있던 산수유. - 바다는 언제나 옆에 있으니 새삼 얘기할 필요가 없다. -> 삼척 - 언제나 밤이다. -> 추암

- 어둠 속 이정표 하나로 찾든 곳 비로소... 하지만. 어디에도 일출은 없고, 쫓겨난 개처럼 젊음만 아무데서나 건강한

정액을 방사하고 있었다. 아! 신물 난다. 이 눔의 일출. 새하얀 감성들이 상해 가는 냄새

이제 지레 지치고____


그것은 용연향처럼 소중히 다루어져야함을~

아직 잘 모르나 보다.

하긴

내일

솔잎이 푸를 것이고

바다는 또 아무 말 없이 그냥 스쳐 지나는 배경이 되어 줄 것이다.

오늘, 무지 더웠다.

안녕

내 스쳐 지나는 청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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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답지 않게 더웠던 날 풴바람 불던 날

홀로계신 고향 어머니 옆에 하룻밤 더 자지 않고 

7번국도 따라 올라오다 처음 추암을 찾았던 날. 

세상의 모든 아들. 무거운 마음.

 

날은 이미 저물었는데 근처 식당에서 혼자 밥 먹고 찾아 든 첫 번째 집

한 겹 창호지 너머론 바다가 온통 설설 끓고

해변엔 주체치 못해 버려진 젊음들이 군데군데 펄럭이고

더욱 거세어진 솔바람소리.

얇은 벽 너머론 또 몸살 앓듯 밤새 한 쌍 젊음의 안타까운 한숨소리

잠 설친 아침

 

해는 구름으로 떠오르는지도 모르게 이미 떠올랐고

수돗가, 주인 할머니가 부어주든 따순 물 한바가지 정수리에 붓고

‘오빠’, 한층 해맑아진 옆방 처네아이 아침 음성을 들었는데

끝내 얼굴은 쳐다보지 못하고 떠나오던 날

문득 나의 지나간 청춘이 생각나다.


 

 

 

 

 

*****

 

 

한 달 전쯤

또 어쩌다 여기를 가보게 되었다

하룻밤 유했던 그 입구 초막집은 이리 외지자본이 개입하여

덧창문도 달고 수돗가 마당은 그림처럼 카페 비슷한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변하지 않는게 어디 있으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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