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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중류

우두망찰 2010. 11. 4. 13:44

 

 

 

 

 

 

 

 

 

 

 

한강 - 중류 : 향유의 공간                                        1998.8.31





1.철새 

                                                                            

철새가 날아 왔었지

                       서울 하늘 하무룩한 공해의 연무 위에서도

                밝은 달 늦 가을밤은 분명 펼쳐졌을 것이리라

                   신비로운 푸른빛으로

                       아마 그 깊이가 더 했을 것이리라

                             몇 점 떠가는 구름들은

                                  먼 해안처럼 아스라이 빛났을 것이고

                                     그 하늘 언저리

                                   약속처럼 별들은 더욱 푸르게 반짝이고

                               더 멀리 바다 끝, 지구의 그늘 밑으로는

                           태양의 자취가 아직도 꼬리를 끌고 있어

                      외롭지 만은 두렵지 만은 않았을 터이지만

                  깊고도 높은 바다, 푸른 항해를 끝내고

              무리를 끌고 이상을 접어

       천상에서 이 현실로

철새가 날아 왔구나


철새가 날아 왔었지

황량하고 찬바람 부는

빈한한 이 공간에도 철새가 날아오는구나!

문득 놀라고 또한 설레어서

망연자실 바라다 만 보다

꿈처럼 찾아와 깃을 접은 이 도시의 빈객 철새들에게

빈사의 대접을 하다.


백조가 날아오는 날....  *1)

그래 맞아 한 무리 쇠오리들 백조로 착각한들 어떠리

중요한 건 그들이 왔다는 것

서기의 전조처럼 그들이 왔다는 것

정신이 아득하고 가슴이 두근거려 아침저녁 우두망찰

찬바람 속에 서 

그들이 몰고 온 바이칼호

그 순백의 맵고 싸한 야성의 냄새를 맡다.


나는 목말라 주문처럼

순타르 레나강 바이칼호 순타르 레나강 바이칼호  *2)

철새가 날아 왔었지

철새가 날아 왔다면 그뿐

나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네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네

꿈꾸느라 말야

이 도시 사람들처럼/ 이 도시 사람 수만큼

천이백만 무리 철새들 날아오는

그런/ 꿈을 꾸느라 말야                                  


(*1) ? ?분 시에서.     (*2) 지명, 아시다시피 철새들의 발원지? 임




Ⅱ  강


게 기대어

아침저녁 한두 시간

아침은 아랫길로 저녁은 윗길로

아! 멋진 녀석이야

바라보고 바라보다 옆에다 두고

때로는 네가 내 옆자리에도 들어와서는

도란도란 두런두런 얘기도 하고

가끔의 미소 가끔의 홍소 주고받다가

외롭고 쓸쓸해 하는 그런 날에는

쓸어 주고 안아 주고 보듬어도 주고

자무룩히 안개 낀 날 비오는 날이나

힘들고 울적해진 늦은 밤길에서는

네 품에 안겨 그냥  한없이 눕고도 싶었었지


너를 만난 5년 동안 그 아침저녁은

남 몰래 애인 둔 남자가 되어

아무런 죄책감 스스럼없이

나는 참 행복했다네……. 그래 행복하였었다네

이 말이 싫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도

이건 맞는 말……. 이건 맞는 말이니 

다시 한 번 말을 해도 괜찮을 것 같아

그 오년은 행복 했다네

행복하였었다네

 

 


운하고 시원하게

 

- 中略 -                   - 청담동 변 올림픽로 -


 

 

혹적 몸매로 -한 낮-

 

- 略 -                  - 동작다리 부근에서 중지도 쪽으로 -


 

혹적 몸매로 -해 질 무렵-

 

- 略 -                  - 양화 둔치 남측 -


 

 

혹적 몸매로 -오늘 밤-

 

- 略 -      - 성수교 영동교사이 강북로에서 -



 

Ⅲ 새로운 전설


포에 가면 그들이 있다

잊혀진 전설처럼 한 무리 뿌리내려

이야기되고 전설이 된

한 무리의 갈대가 있다

손 흔들어 반겨 주고 몸 비벼 인사하는

좋은 버릇을 가진 한 무리의 갈대

잊혀진 전설에는 잊혀진 전설로서 어울릴 테니

저들끼리 어우러져 새로이 전설이 될

이상한 꿈 꾼다한들 이상할 것 없으리.


래 

뭔가가 이상해

시원하게 열려 있고 깨끗이 정돈되어

흠 잡을 데 하나도 없는 듯 하고

긴가 민가 허전한가 하니 그런 것도 같아

돌아보니 주인 잃은 배는 하릴이 없고

강은 이리 어여쁜데 사람도 없고

친구 되긴 화초밭이 잔디밭은 너무 여리고

또 다른 배들 없어 이 강 너무 심심할지 모르겠지만

잊혀진 전설처럼 백조가 돌아오는 날......

그들 위해 오히려 잘된 일인지 몰라

(이를 숨기고)

지금부터 우린 할 일을 좀 하여야겠어


중지도, 선유도를 - 그냥 지나쳐 다녀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내 무지의 자유가 -

완도 항 앞 바다 그 그림 같은 섬처럼 만들어야겠어


- 그 섬은 완도 항 부두 한 50m 앞에 쯤 있다. 신 새벽부터 해질녘 까지 큰 배/ 작은 배

/ 연락선/ 조업선/ 그 항구의 배란 배는 모조리 드나드는 - 이 한강 다리 차량만큼이나

뻔질나게 드나드는 그 길목에,  천년 신비 간직한 울창한 자생 수림에 뒤덮여 그야말로

그림처럼 떠 있다. 누구에게 물어보지 않아서 나는 그냥 ‘아! 이 섬은 입도 금지로 보호

되고 있구나.’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 섬을 처음 입도 금지라 생각하고 그리 한 사람에게

축복 있으라. 풍광 수려히 그 섬은 완도 항 앞 바다 거기에 있다. 육중한 콘크리트 바로

코앞 거기에 있다.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

( 이 섬들은 콘크리트 방벽이 중세 성곽처럼 튼튼히 높게 쌓여 있고, 깊은 물로 둘러 처져.

 이미 예사롭지 않을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는 듯하지만, 이 섬들 이름은 밤섬만큼도

알려 져 있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이 섬에 느티나무 팽나무를 심어야 겠어

아름드리 이 나무들 욕심 부려 심어도

한 번도 잘 자라지 못할 거라 의심해 본 적은 없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몇 아름드리 한 그루 있고   (기후 적응 성능 시험 끝)

반포 강변 여의도 샛 강변에도 잘 자라고 있고   (토양 적응 성능 시험 끝)

이즘들어 도심에도 공원에도 많이 심기고 있고   (풍치 적응 성능 시험 끝)

무엇보다 이 나무들 튼튼하고 우람하여

멀리서도 여유롭고 기품이 있을 테니

아래 윗길 지나다니는 자 하루에도 천이 백만 그 눈길 값만으로도 얼마인데

풍경이 어느 날 문득 꿈처럼 변한다 한들 아무도 놀라지 않을 것은 분명할 것이다.


그 나무들 높이 있지만 아침저녁 이 강으로 내려올 것이다

멀리서도 그 풍성함을 잘 보여줄 것이고

봄부터 여름까지 강 보다 더 푸르다가

가을엔 빨갛게 노랗게 단풍들 것이다.

그리고 겨울엔 깊이깊이 생각할 것이다.

거목의 깊이로 거목의 품위로, 강물에 어리어 강물에 들어서


다음

물길 따라 길게길게  갈대 조경을 하여야겠어

물가 연안 가까이 붙여 넉넉한 품으로

자투리 둔치란 둔치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화두처럼 갈대 한줄기 던져 놓으면

아무리 큰 물 지는 모진 시련에서도

시퍼렇게 우와우와 소리 지르며

이 도시의 모든 회한 걸러 내 주고

품으로는 여린 생명 기르다가도

저 너머 구름 속 철새 소리는

귀신같이 알아내어 불러 줄 테니.


자 들어 봐

 

- 자투리 둔치와 잡초 자라는 낮은 둔치는 조금 더 낮추어서 항상 강물이 드나들게 한다.

이는 홍수 때 담수 능력을 키워 더욱 유익하다. 넓은 둔치는 강둑 부근으로 얕은 수로 해

자를 파고 사면은 버드나무와 견치석으로 마감해 유실을 막는다. 접근은 소형 가교를 놓

으면 된다. 축구장은 있어도 좋고 꽃과 잔디는 심어도 좋으나 힘에 부치지 않도록 한다.

수로 해자는 조형을 고려해 여러 형태로 만들 수도 있다. 걷어 낸 흙은 폭이 넓은 강심에

인공 섬을 하나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물론 낮은 둔치나 수로, 섬엔 갈대가 자랄 것이

고, 갈대는 제주도 돌담처럼 높게 자랄 것이다. 늦가을부터 봄까지 강물이 범람하는 일은

없으므로 강안 담장 안에는 제주처럼 유채를 심는다. 유채는 한 봄 내내 강 옆에서 노랗게

노랗게 피어 있을 것이다. 밀 보리는 지금보다 훨씬 많이 심어야 한다. 그리고 그 수확은 잘

보관하여야 한다. 철새 모이가 부족하지 않도록. 여름엔 뭘 심지? 생각하여야 한다. 그러나

강물도 가끔씩은 미치고 싶을 테니 이해하여야 한다. 지금처럼 메밀을 심어도 좋을 것이다.

구월이 오고 시월사이 그 꽃들은 봄 유채처럼 강가에서 희게 희게 피어 있을 것이다. 그 꽃

이 다지고 나면 갈꽃들 또한 그러할 것이다. 누군가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다. 강둑길엔

차를 멈춰 바라볼 수 있게 캐노피식 조망대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항상 그러고 싶었으니 또

누군가도 그러할 것이다. 강북로 영동교 부근, 당인리 발전소 앞, 올림픽로 국립묘지 앞, 성

산교 바로 지나. 이곳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이 하나 더 있다.

건너지 않을 낮은 다리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다. 목책으로/ 강변에서 강심으로/ 그리고 끝이

나는. 이는 배를 타기 위함만은 아니다. 그를 마중하고, 그를 보고 그를 듣고, 우두커니 그냥

앉아 있을 수 있으면 된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것이다. 그런데 하류 보는 날개 식이면

좋겠다. 큰물 질 때 한 번씩 들어 밑바닥도 청소하게. 할 일이야 많지만  중요한 건 복잡하지

않게이고, 갈대를 많이 심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두가 끝나고 나면 관리는 좋아하는 사람들

께 맡기면 된다. 무상으로 무보수로, 종자 씨는 나눠주고 도구는 빌려주고 모아지면 쓰레기만

치워주면 된다. 이 도시는 그러고 싶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으니. 걱정할게 하나도 없다. 그리

되면 부탁컨대 나에게도 한 밭뙈기 떼어 주길 바란다. 나는 농부처럼 열심히 경작 할 것이고

청소도 열심히 할 것이다. 나는 벌써 철새 소리를 듣고 있는 듯하다. 천수만에 가지 않고 가득

찬 배와 구름 같은 사람과  철새들을 보는 그런 이상한 꿈을 꾸는 것이다. -


러나 

난 네 품에 들고 싶다.

저들끼리 어우러져 그냥 두기 내 욕망 너무 간절함으로

그래서 마지막으로, 

환희의 분수처럼 퍼지는 흰색 무개 공연장을 하나 강심에다 만들 것이다

결코 녹슬지 않고 녹슬 수 없는

녹슬지 않는 순수한 공학으로


강물이 방향을 바꾸고

지류 말에 귀 기울이는

잠실 초입, 동작묘지 앞, 국회 뒤쪽 절두산 밤섬 사이

모두가 다 그 품이 넉넉한 곳에다

기둥은 튼튼히 하나만 낮게 세울 것이고

흐르는 물 거슬리지 않을 유화적 친화적 접시형 유선형

재료는 한 겹 후판 타공판 그리고 고강도 와이어

큰 물 져 넘칠 때나 비바람에도

순응의 지혜를 아는 접이식 메쉬 틀 의자를 놓고

무대는 선수船首처럼 조금만 들어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건 강물에서 높지 않아

정물처럼 조용히 떠 빛나게 할 것이고

강이 울 땐 그 속에 들어 그 우는 속내를

알아보게 할 것이다.



Ⅳ 향유


이로서 모든 게 끝나고 나면 나는

흰 옷 입은 내 연인과 흰 모자 쓴 내 연인과 함께

공연을 보러 갈 것이다.

햇빛 밝은 봄가을에 시원한 여름밤에

겨울엔 철새들을 쉬게 할 것이다.

이 공간에 내가 살고 내 아이가 자라고

또 누군가 태어나듯

철새들도 그렇게 쉬게 할 것이다.

희망의 언어 비록

절망보다 한 수 아래일지라도

내 부족한 말이 아름다웠으면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매혹적이었으면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

심금을 울렸으면 하는 이유도 여기 있나니

갚아야 할 부채처럼

고통의 시는 나중에 쓰겠다

갚지 못할 부채처럼

절망의 시도 나중에 쓰겠다.

향유는 우리의 몫

자 ! 이제부터                   

생명, 깃들 것이고

시인, 노래할 것이며

음악, 연주될 것이고

아이, 뛰놀 것이며

사랑, 속삭일 것이고

시름, 풀릴 것이며

강은, 빛날 것이니.

백조가 날아오는 날....

나는 그들도 이미 알고 정복한 고통과 절망으로는 결코 다시 시를 쓰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


98년,  20년 만에 내가 다시 뭔가 쓰게 된  첫 글. 

詩라 썼지만 돌이켜보니 詩스럽지는 못한 時~ 더구나 순수를 외면하고 불순의 메시지를 담으니

- 하지만 이 또한 그때 그대로의 내 모습. 분신. 이후 시 쓰기는 포기했지만, 한때 나의 사상이었

다 할 수는 있는데~~

당시 내 꿈은 세상에 사지지 않았고, 자전거는 물론 선유도도 개발되기 전이었지. 그런데 십 수

이 지난 지금 세상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딱 10년 만에 금융위기가 다시 닥쳤고, 공교롭게

도 그 강에선 엄청난 무언가 일이 일어나는 것 같은데 나는 모르는 일…….

이래도 되나 모르겠지만 선이 뭐인지? 후가 뭐여야 하는지? 기회비용의 시점은 적정한지? 꼭

금이어야 하는지? 방법은 그것밖에 없는지?  내가 바라던 건 참 쉽고 단순한

-복잡하지 않게이고, 갈대를 많이 심는 것이고 돈이 적게 는 것이면 족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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