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맨몸으로 일년에 한번 바다에 들어본다는건
내겐 새로 태어나는것 같은
성스런 의식이다
당신의 바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바다를 어찌 부르는지 궁금하다
세상에 모든 말들의 바다가 어떤 소리인지도 궁금하다
여기말로 바다.
말하고 나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영국말로 씨 오션? 중국말로 海 洋?
그러나 어찌 읽는지 모른다. 그래 입이 열리지도 않는다.
일본말로 프랑스말로 스페인말로 이태리말, 독일말로.
샴, 말레이, 아랍, 인도어 희랍어 러시아말로...
피그미, 부쉬맨, 줄루족.... 와글와글 수많은 아프리카 말이야
유쾌하고 장난기 많아 다이아몬드 찾듯 찾아야겠지만
깊은 바다 한 가운데 폴리네시아 말중엔
진주처럼 신비로운 푸른 말이 있을지도 몰라
안데스 고원 인디오들은 분명 외계 말을 썼을 테고
바다 없는 몽골고원 쿠빌라이 후손들은 신기루 같은 바다 말
언제나 얼어 땅인 에스키모들은 모비딕 처럼 외경의 바다 말
저 북쪽 캄캄한 바다 바이킹의 말에는 사철안개처럼 울적한 울림도 있겠지
그러나 내 앎이 일천하고 내 삶도 일천하니
어찌 그 이름이라도 다 알 수 있으리
바다 바다 바다
꿈도 있고 사랑도 있고 희망도 있고
산도 있고 하늘도 있고 강물도 있어
알고 싶고 외고 싶은 말도 많지만
그래도 이 8월엔 바다가 먼저이려니
내가 아는 것이라곤 고작
세상 모든 바다 말은 영원한 울림의 운율어 일거란 거
정작 내가 안타까운 건
당신 마음 속 바다는 어떤 소리를 내는지 잘 모른다는 거
(아마도 2001년)
배
노래부르기 좋은 데크
섬
상록으로 풍성한 저 섬
다음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꼭 한번 상륙해봐야지
소녀
분명 이 아이는 자라 이 시간을
기억할 것이다
- 아무도 없는 가장 높은곳에 올라
먼 수평선을 보며 골똘히 어디론가 문자를 보낸다 -
얼마 전 작고한 근동 출신 작가
이청준씨가 잘 들렀다는 그 음식점은 못 가고(늦게 알아)
어디랄것 없이 풍족하고 넉넉하고 싱싱하고 착한 포구 음식점에서
붕우들이랑 거나히 취해
밤늦도록 쏘다니다.
사람사는 동네
포구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