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씀바귀

우두망찰 2006. 5. 24. 13:08

 

 

이 친구는 지체장애가 있다.


어릴 때 소아마비로 다리가 좀 심하게 불편하다.

그러고도 형제가 열한명인가 되는 대식구속에서

차별 없이 또 어떤 특전도 없이 똑같이 대우받으며 잘 자랐다.

(성격이 밝고 아주 낙천적으로 좋다는 얘기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 녀석의 자취방에서 당시로

소주 한 병 정도씩 몇이서 나눠 마시고 한 달간 앓아누운 적이 있다.

그러나 이후로 삶이 갈리다보니 만나기 힘들었는데

가끔씩 고향을 가면 토종꿀을 떴다 한통 준다던지

포도즙을 내었으니 한 상자 준다던지 정이 많았는데~

 


얘기가 나온 김에

녀석의 아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집성촌 그 위세에 드물게 동네의 타성받이였는데

또 드물게 젊어 영 너머 성당엘 다녔나 보다.

(사연이 이 사진만큼 길수도 있다.)

 

 

그곳 신부님 소개로 한 여인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는데

한마디로 딱 천사표, 천사님이시다.

볼 때마다 사람이 어찌 저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무던하고 인자하고 자애롭고 정성스럽고 조용하고 자기희생적이고~

(이 말로도 부족하다. ^^)

아무래도 한손 더 가는 남편시중, 잔심부름까지

한마디로 남 인정하기 인색한 성격 나쁜 내가 봐도

그야말로 존경스러운데~

 


그러니 잘 산다.

운명은 스스로 만든다는 말의 살아있는 실례, 전범, 모범답안이다.

도대체 그런 자세, 성격이 못산다면 말이 되겠는가?

이 세상이 돌아가겠는가? 

이 친구가 추풍령 황간 영동을 거쳐 요즘 옥천에 산단다.

옥천에 고기 집, 식당을 하며 물한 계곡, 백화산, 민주지산 등지

여러 곳에 농장을 두고 산다.

 


늦은 시간 상가에서 우연찮게 만난 이 친구 강권이다시피한 정에 끌려

밤을 꼴딱 세워 읍내 해장국집으로 희붐한 신 새벽 폭포로

인근 사찰나들이 ~그러고도 더 보여주지 못해 안달이었는데

마지막에 자기네 집에 상을 봐 놨으니 아침 먹고 가란다.

 

세상에나!

이적 살며 나 갈비 살 그렇게 맛있게 먹어보기 처음이다.

(이 계수씨 음식솜씨 역시 천사표였다.)

 

나이가 나이다 보니

자연스레 육 고기는 요즘 거의 안 먹게 되는데

그만 이만 저만 모든 것 접고 배터지게 묵어버렸다.

지나시다 기회 되면 옥천, 그 고기 집에 한번 들려보시라

기가 막힌 그 집 맛. 제가 보장한다. ^^


<사진은 배터지게 묵고 졸린 눈으로 바라본 그 집 뜰 씀바귀 꽃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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