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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우두망찰 2006. 6. 2. 21:20

 

 

<신윤복 미인도>

 

 

사는 곳 가까이에 헌책도 파는 난장 같은 지하책방이 하나 있습니다.

무지 북적거리지요. 신간도 얼마를 DC해주고, 두서도 없기 때문에.

어느 날 그 헌책방 서가에서 그림책을 구경하다

꼭 족보같이 무겁고 투박한 검은색 장정의 국배판 책을 열어보았습니다.

어떤 사학재단 집안의 현대판 기념문집 또는 소장품 화보집

-비매품이더군요.

그 속에서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만났습니다.

그네에 발을 얹고 막 발을 구르려는 (교과서에서 흔히 보던)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조용한, 그러나 한대 얻어맞은 듯 둔중한 파문이 일었습니다.

색깔 때문이었지요.

너무나 선명해 손을 대면 그대로 묻어날 것 같은 그 고운 자홍색(?)

-자신이 없습니다.- 과 그 자태.

그 시대에도 그런 색깔이 과연 있었는지?

그 만큼 잘 보관하였는지?

아니면 현대의 인쇄술, 색 보정 술?


한 오분간 그 그림만 보다 책값을 물었지요.

너무 비싸 사지는 못하고, 돌아 나오는 길

아쉬움이 많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신윤복 단오풍정>

 

 

**

오늘 간송 미술관을 가보다.

그의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소장

여러 국보급 문화재를 공개하는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을

여러 매체를 통해 듣고

‘한번 가봐야지.’ 생각만으로 있었는데

점심을 먹다 문득 ‘시간이 다 되었지.’ (6월4일까지)생각나 가보기로 하다.


겸재 정선. 금강, 인왕 산수화에서 초충도, 화조영모

혜원 신윤복의 단오풍정, 월하정인을 비롯한 풍속화

단원 김홍도의 호방한 붓질의 세시 풍속 및 산수화

긍재 김득신의 야묘도추 등의 해학적 묘사들

그 외 추사, 안평대군, 장승업

그리고 몇 점의 금동주조유물과 서예

청자, 백자, 그림으로만 보던 국보급 연적들.


질감 색감 느낌 기법.

진품, 원본의 묘미를 마음껏 음미, 흠향하다.


아니다.

실은 날 덥지요. 관람객 많지요.

땀 삐질삐질 나지요. 시끄럽지요.~


무엇보다 관람문화. -정해진 루트를 따라 물 흐르듯 술술 흘러야 한다.

더욱이나 무료개방으로 관람객수가 수용가능인원을 몇 배나 넘어 초만원일 때는

더 더욱이.

그리고 특별히 더 시간을 들여 보고 싶은게 있다면 그 흐름에서 조용히 물러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고 조심스레 어깨 너머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그 흐름을 무시하고 아무데서나 끼어든다든지, 심지어 역으로 돈다든지,

막무가네 머문다든지, 큰소리로 떠든다든지~


성질 같아선 확 나와 버리고 싶더라만

그래도 그 귀한 조상님들 유물에 누될까 성질 삭쿠고 2층까지 다 돌아봤다.

좋은 차 한 잔을 얻어 마신 듯 가슴이?

머리가?

마음이?

여즉 개운하고, 따뜻하고, 청랑하니~

 

어디서 나는 향기인가?




***

위의 색깔 글은 오늘의 행보를 이끈 몇 년 전 글인데

몇 가지 틀린 점이 있다.

우선 혜원의 미인도는 붉은색이 없다.

그네를 막 구르는 붉은 옷을 입은 미인의 모습은 오히려 '단오풍정'에 나오는데

이 그림은 내가 몇 년 전 헌책방에서 본 그림과 틀리고

크기도 틀린다. 그리고 그 강열하던 붉은색은 아무래도 다른 그림?

현대 인쇄술인 듯?

-그리 단정하려니 너무 아쉽고 미련이 남아 좀더 알아봐야겠다.

혜원의 원본 미인도에서의 여인은 트레머리 결, 귀밑머리, 눈매, 치마 -분명

풀 먹인 모시치마. 그것도 엷게 쪽 염색한 푸른색으로 구겨진 주름 하나하나가

선명하고 사실적이어 걸으면 서걱서걱 소리가 들릴듯한데~~ (누질러 보셈^) 

참으로 단아한 솜씨며 모습^^

덧붙여 몇 점 나온 간송 그분 자신의 솜씨도 대단히 좋았다.


<그림은 인터넷 것 퍼 올림이 더 정확하겠으나 그래도 성의?로

오늘 산 도록 것을 이 늦은 시간 책상 독서등 하나켜고 마구잡이로

찍어올리니 이해하소서^^  내일 보충?>  

<신윤복 년소답청 年少踏靑>

젊은 것?들이 푸름을 찾아가다. 즉 봄나들이를 가다.

- 봄나들이는 일반적으로 賞春이란 말을 잘 쓰는데 해석이 맞나 모르겠다. 

 

<신윤복 월하정인 > 두 말 필요없지.

 

<신윤복 청금상련 聽琴賞蓮> 거문고를 들으며 연꽃을 찬하다.

 

<김득신 야묘도추> 저 놈의 고냉이 병아리 물고가네!

 

<추사 명선> 그 유명한 명선 : 茶로 禪에 들다. - 이 '명'에 대한 해설이 참 아름다우니

관심있으시면 검색으로 찾아보시길~

 

 

<겸재 정선 송파진> 양화진처럼 송파나루 풍경. 뒤쪽 남한산성 묘사가 아주 사실적이다.

또한 겸재는 아주 모던한 화풍의 소위 범생으로 보였는데 우리가 익히 보아온 여러그림들로

그 다재다능함이 들어난다.

 

<금강산을 그린 풍악내산총람 楓岳內山總覽> 봉우리마다 이름이 쓰여 있었다.

 

<盧山草堂노산초당 아니고 오두막집 려廬山草堂 ^^ > 그야말로 노멀한 표준

 

<추일한묘 秋日閑猫>

 

 

 

*

 

 

 

 

*

 

당시의 화구들을 생각하면 이 디테일한 기법들이 놀랍지 아니한가?

 

<사임당 신씨. 포도>

 

 

 

*

김홍도

이 분의 매력을 발견함이 또한 이번 발걸음에 큰 수확이었는데~.

그 호방함이라니 ^^

<창해랑구 滄海浪鷗> 푸른바다물결과 갈매기 ->가마우지처럼 보이긴 하지만서도~ ^^

 

<월하취생 月下吹笙> 달빛 아래 생황을 불다. 

저 글씨체의 분망함을 보라

 

 

***

그림이 무엇이냔 정의를 떠나 (나 자신 생판 모르기도 한 초짜이기도 하지만서도)

그리고 개인적 호불호를 떠나 사상이랄지? 정신이랄지? 나만의 멋대로

심미안적 취향으로는 이런 그림들이 더 다가왔는데

달을 묻는구나

저 가감없이 벗어진 정수리하며 일필휘지 소매자락의 흩날림이라니

 

 

 

 

<선동도해>라.  선동이 바다를 건넌다꼬?

왜 예수처럼 뽀다구나게 물위를 걷지 아니하고 웅크려 바라다만 보는가?

그러고도 바다를 건너겠는가? ㅋㅋ

 

 

 

 

봄을 캔다며 한손에 낫을들고 왜 외면해 돌아보고 배경을 비웠는가? 

봄이 얼마나 호들갑스러운데~^^

 

 

 

 

<촌가여행村家女行> 예나 지금이나 그림이란 그래도 대체로 있는 자들의 수요, 유희? 전유물?

그런데도 촌가여행이라. 

여기서 고만 콱 말문을 닫는다.  -그의 작가정신, 이 단순함에.

 

 

 

마지막으로 간송, 그분의 족적

한두점으로 공짜구경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마친다.

(잘못된 부분은 가르침을 주셔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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