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come september

우두망찰 2005. 8. 27. 12:28
 

여름이 가는 소리

 


바깥 날씨가 시원합니다.


열어 논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니


이제 여름도 끝자락인가 봅니다. 며칠


마치 먼 길에서 돌아온 듯, 깊은 잠에서 깨어나니


어느새 슬그머니 가을이 와있고, 다시 이 곳입니다.


*

아직도 심신이 좀 멍하지만


하룻밤을 더 자고나면 쾌해지겠지요.


이제 여름이 물러가니 몸 속 저 깊이에서 둔중히 꿈틀대는 에너지를 느낍니다.


그 준동하는 에너지馬로 이 가을엔 일 좀 욜씨미 하여야겠습니다.


*

아무런 가림 없이 자연에다 방기하고 해제하고 내던져


모래결 바람결 바위결 거친 사포로 연마한 그 쓰리고 아린 상처를


마지막 소금물로 소독하고, 자 이제 돌아가야지


신발을 가지런히 놓았습니다.


*

마음에


지난여름의 상흔, 차고 맑은 샘물이 솟아납니다.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가을입니까?


상처가 깊어 샘이 깊습니까?


차올라 나를 체우고 이윽고 넘쳐 마지막 이 여름의 짠 내,


살비듬 같은 포말, 이명 같은 파도소리를 다시 헹구어줍니다.


깨끗이, 발가락사이 모래도 잊지 말고 털어내야겠군요.

 

바다가 저만치 물러나 아득합니다. 까르륵 웃습니다.


안녕. 나는 언덕에 서 있습니다.



*

가을 햇볕에 몸을 말리고


묵은 때 굳은 살 해묵은 각질 상처딱지는 잘 갈무리하여


흉터 없이 잘 탈피할 수 있도록 애써 보살피고


바다에게. 다시 너는 에너지를 모으렴.


나는 영원히 길 위에 있을 거야. 내 상상력이 형편없지 않도록


돋아나는 새살 분홍빛.


울림이 좋은 공명판


탄력 좋은 쇠북으로 내 영혼이 이 가을엔 잘 울리도록


쇠가죽의 죔 끈을 힘껏 당겨 메어야겠습니다.



북채는 그대가 쥐십시오.


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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