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길에서-終

우두망찰 2005. 8. 4. 18:03
 

새로 난 창선대교를 거쳐 남해가 지근거리로 가까워 졌지만

이제 돌아설 시간이다.

계절이 여름이 아니라면 활어시장에 가 얼음채운

아이스박스를 하나 실을 수도 있으련만.

3번국도의 종점이 삼천포인가? 아니면 미조항인가?


조금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삼천포시가지를 빠져나오자 좌로는 바다 우로는 들판

을 낀 넓은 해안 평야지대이다. 이름하여 실안마을?

직선주로. 바람이 시원하다. 그러나 길이 많이 밀린다.

우리나라 최대의? 백로 왜가리 집단 서식지답게 여름들판의 흰색 펄럭임이

이채롭다. 여름 철새. 여기 새도 요새 월동을 하나?

얼룩덜룩한 하늘에서 군데군데 빛기둥이 ‘오늘도 무사히’처럼 쏟아지고

진주만晋州灣은 또 그 음영으로 밝은 회색으로 빛난다.


고속도로

허위허위 달려왔건만 아쉽게도 빛이 없다.

산은 운해를 잔뜩 머금고 외로 돌아 앉아 있다.

잠시 망연해지고...

이 시간의 빛남을 상상하며 기대에 부풀어 왔건만...


산은 낮은 곳에선 이미 흩어진 구름을 모두 모아 품고서

마지막 고민을 하고 있다. 눈물을 흘릴 것인가?

아니지, 저 묵묵함은 쉬어가란 배려겠지

한시도 고정되지 않고 변해가는 저 구름의 속성, 고단함이야

언제나 한줄금 비로 쏟아져 한을 푸는 것일지니 

아, 인간의 호들갑스런 심사여. 제멋대로인 욕심의 부질없음이여


그러나 괜찮다.

산이 깊은 그늘로 음영을 드리우니

차츰 그의 품으로 그의 넉넉함으로 또한 동화되어 들 것이다.

무심이라. 비우면 모든 것은 그대로고 전부이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길이 한가롭다. 창문을 내린다.

쨍하는 속도가 주는 초음파 성 기계음.

콘크리트 노면과 바퀴가 부딪는 팽팽한 마찰음의 긴장감

경쾌하다. 또 다른 교감. 경계를 허물라.


그러나 쓸데없는 분별심. 

이 완만한 오름 경사, 넉넉한 품안에서 죽장망혜- 훠이훠이 걸어간들

한달음에 치달리던, 속도란 상대적이다.

구름위의 비행기처럼 속도란 무의미하지.

모든 건 균형 속에 있다.    


산 공기가 좁은 공간을 휘저으며 차안의 모든 냄새를 일거에 몰아내 간다.

저 시냇물. 저 언덕. 서늘한 기온으로 피어오르는 저녁안개

저 소나무.

소나무의 형태적 분류법으로 금강형, 위봉형, 안강형...

이리 나눈다는걸 어느 책에서 본적이 있다.

이 중에 안강형이란 소나무 이름 유래가 참 재미있다.

 

안강, 지명이름이다. 경북 경주시 안강읍.

신라의 서울 경주. 기억만으로 주저려 오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신라가 도읍을 정한 오랜 기간동안 이 지역에서 소나무 남벌이

횡횡했을거란 사실은 상상하기 그리 어렵지가 않다.

궁궐을 짓고, 사찰을 짓고, 고관 저택을 짓고....


기록에? 의하면 그 옛날 신라 서울 경주에 규모 큰 기와집만

삼천여 호를 넘었는데 그 모든 집에서 취사용 연료로 숯만 썼다 한다.

-이는 십여년 전 국내 모 그룹이 경주에다 대만의 소인국처럼

축소된 미니어쳐 복원 관광지 조성 사업을 기획하며 그때 초빙된

사학자들로부터 들은 얘기다. -

해서 어디 소나무고 뭐고 간에 쓸만한 나무들이 남아났겠는가?

징벌에 남벌에 도벌...

그러니 등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고

못생기고 뒤틀리고 볼품없는 소나무들만 이 지역에서 남게 되었으니...

그 성질만 유전인자로 남게 되었으니

이를 일러 ‘안강형’이라.


오랜 습성은 그 물질의 성질을 바꾼다.

그런데 요즘은 또 그런 형태의 소나무가 또 다른 가치로

각광을 받으니....

그런데 그런 성질이 유전인자로 자리 잡기엔 너무 짧은 세월 아닌가?

소나무 얘기를 하다 얘기가 옆길로 샜다.        


속도 속에 파묻혀 간다.

침묵한다. 아니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저 멀리 영 너머 구름이 너무 환상적이군.

저 까마득한 고개 길은 또 어디로 가는 길이지?

길.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길. 또 언제나 많은 얘기를 내게 들려준다.

어디 나에게만 그러겠냐 만.

 

잠시 산정으로 저녁 햇살 한줄기가 비추인다.

눈부신 광휘로 잠시 눈부시다. 

차를 멈추고 사진을 찍을까?

그러나 그 길은 사진을 찍기에는 너무 먼

너무 빠른 내 안의 길. 내게로 열려진 내 마음속의 길.


어두워져 가는 이 시각

주변사물이 서서히 단순한 형태로만 변해가는 이 시각

실루엣. 이 시각 맑은 날이면 또 무수한 색깔들이

튀어나와 유쾌히 지즐대는 소음을 들을수 있겠지.

그러나 오늘은 묵. 그저 점잖다.


무주를 지나자 빗방울이 듯는다.

날도 저물고 길도 저무니 이제 쉬어나 갈까?

휴게소, 간단한 요기를 하고 창문을 조금 내려 잠이 들다.


세 한시에 깨어나 무인지경 고속도로를 단숨에 내달려 집에 이르다.

세시. 이 시간 몸이 뿌듯한 기운으로 충만하니

내일 아침 가뿐하게 깨어날 것임은 분명해!




내 노래에 날개가 있다면



前略


그대 언제나 내 마음속에 들어와

조용히 나를 건네다 보고 있으니 


그곳에는 지금 구름 낮게 드리우고

여기처럼 바람 일렁일텐데

그대 맘 따라 일렁이지 않는지

그대 따라 일렁이지 않는지


내 마음속에 그대여 나를 채우고 있는 이여

멀리 바다가 물러나고 또 들어올 때면

그 바다의 숨결 잔잔한 눈길

그대 나를 생각하기를


 



길.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

오늘 서울날씨가 너무 환상적이다.

근 달포 만에 푸른 하늘을 보는 것 같다.

카메라가 있으면 사진이라도 찍으면 좋으련만

모든 장비를 점검받으러 a/s센타에 보내놓았으니

아순대로 서울구경하기

(오늘 비슷한 날씨. 예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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