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길에서-2

우두망찰 2005. 8. 3. 19:01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깨끗이 면도하고 따로 챙겨온 슈트로 의관정제 하고

선착장에 들러 아침 먹을 곳을 찾는다.

‘아침 식사됨’


그러나 그리 써 놓은 집들은 아침식사가 되지 않았다.

왜 아침식사는 되지 않는 걸까?

골목골목을 돌아 지나는데 중년의 한 사내가 가게 안에서

혼자 골똘히 티비이를 보고 있다.

간판을 보니 복국 집. 옳거니.

“밥 물수 있어요?” 됐다. 오케이 사인이다.

 

아홉시. 가까운 바다가 지나친 육수 유입으로 황토 빛이다.

날이 점점 어두워진다. 수속을 마치고 현장에 이르니 비가 쏟아 붓기 시작한다.


현장을 점검하고, 두 시간 회의로 일을 마친다.

함께 점심을 먹다.


 

일만 오천명이 한꺼번에 일하고 한꺼번에 밥 먹는 대규모 사업장이다.

이십년 전, 이 사업장 건립시의 그 엄청나던 인파와 망치질 소리가 생각난다.

모든 건 군대식 이었다. 가장 먼저 막사식 노무자 숙소, 식당이 지어지고,

이어 바락식 사무실, 이어 아파트도 학교도 짓고 호텔도, 병원도...

병원을 지을 때 고층 입원실 창에 투신방지용 안전 바를 설치해달라던 기억이 난다.

사고로 부상한 근로자가 신병을 비관 투신하는 것을 막는 수단을 마련해달라는

주문인 것이다. 그랬을까? 그래 지금도 그렇지만 각자들은 각자의 목숨 값이 있지.

일명 개값. 교통사고도 그렇고. 그때는 산재보험이나 재대로 있었는지 몰라.

그런데 지금도 참 아이러니하다 생각되는 것은 그 값이 평소 하는 일의

보수만을 기준으로 값이 매겨진다는 것이지.

한 사람의 가치가 그 사람이 밥벌이로 하는 일의 값?

아르바이트일수도, 젊음에 한때의 품팔일수도 있는데.

누가 정한건지, 정당한지, 어떤 기준으로 타당한지 몰라도. 다른 요소는?

사람의 가치는 밥벌이 능력?

지식. 지혜, 재능. 꿈, 생각, 품성. 마음.....  그러나

모든 수치화 되지 못하고 계수화 되지 못하는 애매한 추상성은

재화로서의 가치가 없다.

대단히 유물적이군.

그러나 하루하루의 삶이 그만큼 엄숙하단 준엄한 메시지일수도?

 



잘 기시우. 담에 봅시다.”

자동차로 세 시간 반 만에 서울, 거제를 무시로 드나든다는

묘한 재주를 지닌 열혈 처네아이 미소를 뒤로하고 다시 길로 나선다.

‘어휴, 무셔. 아무리 이뻐도 뱅기보다 더 빠른 뇨자는 싫여. ㅋ’

   

시간이 한시 반.

그렇게 들이 붓듯 하던 비는 그쳐있고 시간이 너무 이르다.


내일 오후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내 앞에 누워있다.

(비에 젖어 만고강산 늘어진 대나무)

 

그래 천천히 한번 돌지.

그냥 올라가기도 그렇고.

예전 같으면 어림없는 얘기다. 불이나케 선창으로 내빼서는

배를 불러 갯바위로 나섰을 것이다. 그러나 약속은 약속.


장승포. (거제 문화회관 + 호텔?)

와현. 지세포지나 서이말 등대.

항상 지나치기만 하고 들려보질 못했다.

U-2. 우리나라 최대?의 지하암반 석유비축기지가 있는 곳.

그러나 물살이 빠르고 그 유명한 지심도가 바로 앞이니

아무도 없고 전망은 기가 막히지만 날씨가 흐려 사진은

영 아니 올시다 이다.


外島도 內島도

구조라


 

낚시꾼


 

한참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앞에 보이는 섬이 외도다.

손이 근질거리는 아쉬움을 접고 자리돔 물회 한 사발을 먹고 떠나다.


노통령 형 건평씨 투기의혹이 불거졌던 그 문제의 땅 앞에 섬

그 땅엔 ‘오닐’이란 이상한 이름의 까페가 영업 중이다.

(사진생략)

학동 몽돌해수욕장 앞바다. 멸치 떼가 해변 앞까지 들어왔는지

멸치배의 그물 걷는 모습이 보인다.


 

산을 넘는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산을 넘는다.

팔색조가 깃들어 번식한다는 우람한 동백 숲을 지척에 두고

해금강 그 곶 부리를 멀리서 인사하며 도장포, 다대, 여차....

너무나 친숙하고 정겨운 이름들을 뒤로하고 산을 넘는다.

산정에서 굽어보든 그 아늑한 灣이여

 

(보름달이 둥실 막 떠올라 있을 때가 정말 좋다.

달이 정말 이웃한 행성처럼 크게 보이며 바다 위를 초현실적으로 비춘다.

그런데 여기서도 사진은 없다.)

그래, 예전에 찍은 거제를 대표할 수 있는 풍경하나 곁들인다.


(대소병대도: 포장된 관광도로에 비켜있어 가려면 설명이 쪼금 필요하다.)

 

섬 내륙의 지름길을 이용 다시 큰길로 나왔다.

날이 점점 개더니 이제 햇빛까지 쏟아진다.

여행자의 심사는 점점 설레인다.


거제대교를 지나 다시 통영.

이 도시를 지날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 

‘아름답다.’


거두절미하고 항상 이 한마디면 족하리라.

지난해 봄 ‘윤 이상 음악축제’로 사라 장, 빈 필, 그리고 주빈 메타가

이 도시에서 공연을 할 거라는 뉴스를 1월1일 신년여행지에서 들으며

-준비위원회 대담 프로였다. 꼭 와보리라 마음먹었었는데. 무슨 사정,

알력 때문이었는지 그 공연이 취소되어 많이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지방도시의 발전은 지역의 향토적 특색과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얼마나 멋진 일인가. 반도의 끝자락 지역인들의 자부심.

한국의 나폴리가 동양의 나폴리로 거듭날 수도 있는 절호의 기회.

센세이셔널한 이벤트. 추모에 축하를 겸해도 망자에 미안하지 않을....

서울로, 그건 의례적이다. 그러나 통영에서, 이건 뉴스거리가 된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누구라도 와 봐도 될, 의미 있는 축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바다가 가득 들어오고, 오후 햇살에 푸르게 반짝일 때면

이미 그 눈부신 미소만으로도 어찌 그를 잊을 수 있겠는가....    


시간은 널널한데 사량도 선착장 팻말이 보인다.

언젠가 한번 들려보리라 생각하는데, 그 섬 옥녀봉 등산도 참 괜찮다는데...

생각하는 동안 이미 지나쳤다.

다음에.

여운과 미련을 남기는 건 항상 지혜이며 정신적 풍요이기도 하다.


길옆에 입간판이 쑤기미 탕?

소금강 뚜거리 탕. 보성 짱뚱어 탕처럼 이름이 주는 묘한 어감으로

식욕을 자극하는 이 지역의 특산음식?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이것도 언젠가 한번 먹어보기로 하지.


시간을 가늠해보고

고성에서 상족암으로 빠져 삼천포로 드는 길을 택하기로 한다.

처음 가보는 2차선 좁은 지방도.

탁월한 선택이다.

처음 가보는 길은 항상 나를 설레게 한다.

그러나 여기에 여유로움과 한가로움, 비갠 후의 싱그러움과

바다까지 옆에 하니.....

산모롱이를 돌때마다 풍경에 숨이 멎는다.            

공룡발자국 화석이 가장 많이 있다는 동네.

그만큼 예전부터 살기에 좋았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 


꽃-1/ 꽃-2

길가 호수 소나무- 건너편 숲에 들어 숲이 된 났시꾼이 보이는가?


 

바다목장


 


삼천포에 이르다.

 


 

이 섬이 늑도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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