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까? 말까?
차라리 저 남쪽 끝 섬으로나 갈까?
쉼없이 달려도 다섯시간
중간에 잠시 어쩌고 저쩌고도 해야 하니 실제론 예닐곱시간.
그러니까 이틀간 운전만 열두세시간 해야하는~
한겨울이다.
겨울엔 겨울 속으로 들어 보자.
조바심치지 않아도 때되면 봄은 올테고
이 겨울의 기다림과 생각.
굳이 인고와 사색이지 않더라도
그 끝 환희의 봄이 내것이 아닐지라도
은근 향 한줄기면 어떠리.
이제 그런 웃음을 지을줄 알아는하는 때인 게야.
황사
주의예보와 달리 날은 맑았다.
얼마나 다행인가.
간이 쉼터에서 나무들을 바라보다.
잘린 나무, 목재들을 바라보다.
저리로 내려 하루종일 저 놈들을 손으로 어루만지고
눈으로 쓰다듬고 코로 품어도 좋을 것이나, 산판도 제재소도 없질 않느냐. 넌 ㅠㅠ
언젠가 이 길을 지날제 길가 녀석들을 켠 후판들을 파는 목공소?(목재소는 더욱 아닌)
나무들을 쓰다듬은 기억은 있지.
언젠가 꿈, 마무리는 이런 식이어도 좋겠단 생각과 함께.
*
우짰든 날은 맑다.
일곱시 쯤 출발이었던 것 같은데 해찰이다 보니 벌써 정오 무렵인가 보다
나무 향 같은 햇빛.
영을 넘었으니 분명 저 빛엔 소금 같은 바다향도 깃들었으리라
1월 하순. 빛은 벌써 2월 빛이고, 바람도 없이 기온은 안온하다.
주어졌을 때 즐겨라. 내일은 배도 잘 뜰 것이다.
동해 묵호를 지나고
삼척 지나고
호산 용화 신남 갈남.
한때 이 길에서 내가 가장 사랑했던 동네.
곧 이어 임원이다.
30여 년 전부터 연을 맺은. 한때 뻔질나게 드나든,
분명 내 인생의 한 페이지.
여긴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곳이기도 하지.
바로 이 녀석들 때문.
쥐치 가자미해서 도합 6마리 3마눤.
따라줄 사람은 없지만 이슬이 한 병도 시킨다.
이 역시 녀석들에 대한 예의.
골목은 붐비지도 한산하지도 않았고, 가게 안도 나 아닌 한 팀만 더 있었는데
들리는 얘기로 강릉쯤 사는 동리 어른님들 나들이인 모양.
자식자랑이 한창이시더니 막 끓기 시작한 매운탕 한 그릇을 떠
나에게 먼저 건네신다. 말 한마디 섞지 않았는데,,,손 사레를 치며 사양이었더니
할머니, 아예 막무가네 강권이시다. 할 수 없이 받아놓고.
이 음식을 다 어쩐다? 어르신들이 일어서 나가시고
서쪽으로 난 쪽창으로 들어온 오후햇살만 말끄러미 나를 지켜보는데.
“아이쿠 아저씨 이 오징어 한 마리 내가 잡아놓고 깜박하고 못 놓아드렸네.”
많거나 적거나, 먹거나 남기거나, 비싸거나 헐하거나
사람사회에는 서로 수긍하고 통용되는 정도, 까짓이 있다.
그래서 혼자이더라도 눈곱만큼 쪼께 사서도 안 되고, 깍고 덤을 주는 흥정을
생략해서도 안 되고, 너무 재고 가늠해서도 안 되는 것이니 여긴 사람 사는 세상.
“아이쿠, 이 놈들도 겨우겨우 억지로 먹었구만요.” 손사레를 치며
두 잔 마신 이슬이병 뚜껑을 닫아 가방에 넣는다.
저녁에도 분명 이 이슬양이 필요할 것이다.
*
기분이 그래선지 벌써 오후 빛이 깃들었다.
누구에게나 반짝이는 정점은 있을 것이다.
나곡 부구 죽변 울진 망양휴게소
이 휴게소 하부
저 망양의 숙소에서 하룻밤 자도 괜찮겠는걸
생각을 집어넣고 다시 길을 나선다.
길의 품이 넓다.
울진과 영덕사이
그 중간
후포, 도착이다.
겨울의 진객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