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5

 

 

 

 

 

 

 

 

 

 

 

 

 

 

 

 

봄 잠

 

 

 

 

 

한나절 소풍을 갔다
4시간동안 4명만 온 곳

 

 

명색이 봄 소풍인데
도시락도 쌌는데
꽃도, 쭈꾸미도, 기다린 농어도 없이
멸치복음, 김치뿐인 도시락처럼 단순하고 단출한 곳

 

 

그새 말라버린 새우
끝까지 버틴 숭어
바람에 우쭐대는 청 보리 한판 없이 들은 아직 메마르고
지근 고려산 진달래 온통 지천으로 꽃 분홍일지모르지만
꽃다지 겨우 형색만 노랗게 냄새로 풍기는 곳

 

 

돗자리를 깔까?
아니야. 이 잔디풀이 너무 부드럽군.
막 둘러친 돌담
풍덩, 그 안으로 고스란 차오른 하늘
바다가 들어온 자리처럼 두 손 가득 담긴
푸른, 어제 비로 씻긴 말간 햇발
따뜻한 햇살. 됐다
고흐처럼 신발을 벗고

 

 

고추장 물엿 날카롭게 눈 세워 멸치가 지켜보는데
신발냄시같은 꼬릿한 향 여운처럼 길게 이빨 새에 끼는 치즈 한 덩이
냄새 술로 가시고
느릿느릿 포만처럼 차오른 낮잠
한번은 짧게 한번은 길게
오랜만에 그 짓처럼 흡족하고 푸근한 낮잠
봄잠
잠 만인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