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갈나무 순)
風浴
5월이다.
더워지는 지구와 고르지 못한 일기로
5월, 봄, 신록이란 이 오래된 질서등식이 올해 더욱 혼란스럽기도 하다만
그래도 이 좁은 땅덩이에서도 멀리가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한 달 정도
신록의 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으니 일단
1. 기회 있을 때마다 밖으로 나간다.
대문 밖이라도.
2. 다음은 바라다본다.
바라보다.
가만히
3. 보인다. 대상이. 꽃이든 잎이든 숲이든
4. 다가온다.
느낌으로
자태로 색깔로 마지막에 감정으로
안그럴 수 있겠는가?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인간이니
5.그때 느끼는 감정은 사랑이다.
우리가 어찌하든, 우리가 어떠하든
그들은 선하고
한결같이 푸르고 빛나고 여리고 고우니
이보다 더 쉬울 수 있을까.
6.그것은 기쁨이고 고마움이다.
내 숨결은 그닥 향그롭지 못하므로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감사한 일이다.
7.그리고는 생각한다.
살만한 세상인가? 너는. 불행한가?
행복한가?
나는 가진게 별로 없어 염낭엔, 이들로 채워 시시로
때때로 일용할 양식, 꺼내 먹으면 이 또한 좋지 아니 하겠는가.
그런고로 나머지는 모두 덤, 여분
분명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
(여기까지 철쭉, 연달래. 아직 피지 않았다.)
이 숲에 대한 애정이 있다.(각별하다?)
우연한 기회에 들르게 되었고
가을이었는데 그날 소풍이 참 좋았으므로.
언제 봄에 새 닢 날 때, 네 연달래 꽃이 필 때 다시 와 너를 한번 볼게.
약속했었다. 약속은 지켜야지. 무엇보다
그 생각이 강했다. 올해 들어 두 번째 시도. 첫 번은 실패였다.
(함박나무)
숲길을 걸을 땐 가능한 적게 입는다.
그것도 헐렁한 옷이 좋다.
다 벗는게 흉한 동물이니 가능한 무명. 바람이 지나가도록.
오월, 새닢 날 때. 오전. 숲의 정기 가득한 이곳은
그러나 붐비지 않는다.
특별하지도 않다. 이 계절
우리 산하 어디를 무작위로 툭 잘라도 대충 이 정도는 나오는
그냥 한 장소 -a place.
하지만 예전과 달리 입구에서 통제했었고, 사전 예약이 아니면 출입이 되지 않는다기
미련없이 돌아서려다가 그래도 귀찮아 몇 마디 말로 부탁, 출입을 양해 받은 곳.
(학생들 숲 체험 연수만 받고 일반나들이객은 사양하는 모양. 그래선지 주차장엔
버스 예닐곱대. 승용차는 내 것 하나가 모두였다.)
아침나절을 넘어선 한낮 정오부터 네시 정도까지
그 숲엔 들메나무, 피나무, 까치 박달, 함박나무, 철쭉, 자작, 귀룽, 신갈, 낙엽송 외
아무도 없었고 딱 한번 원주 아줌니 두 분만 지나갔다.
취 몇 잎 뜯어 껌처럼 씹다.
온 몸으로 번지는 기운, 산 냄새.
향기
그 능선에 누워 낮잠 한숨 잠시 자고
(생강나무)
원래 녹색바람결 한줄기 찍고 싶었다.
그래 ND8, 100, 1000 이런 걸 준비했는데
고만 삼각대 그것 챙기기 성가시고 귀찮아 포기
(까치 박달)
됐다. 바람은 마음으로만 지나도 되는
매양 이렇다.
봄맞이 꽃
앵초
피나무
오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