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장마5

우두망찰 2010. 7. 2. 12:28

 

 

 

 

 

 

 

 

 

 

 

 

 

 

 

 

                     참 알 수 없는 노릇

 

 


“글쎄, 그러면 낮에는 깜깜 먹통이다가 밤만 되면 잘 나오는 이유를

객관저그로 과학저그로 아니 지극히 상식저그로 설명해보란 말이오.”

 

 

 

 


괜히 목소리가 한톤 높아졌다.


때는 바야흐로 월드컵 그리스와의 경기가 열리던 날.

아침부터 들쭉날쭉 나왔다 안 나왔다 하던 TV가 경기시간이 다가오는 오후가 되자

아예 먹통으로 변해

‘참, 이놈들. 가장 비싼 서비스료 받아먹으며 정작 중요한 이때 결정적으로 재를 뿌리다니.’

하며 국내 굴지의 위성서비스 회사에 대고 하는 입씨름이었다.

 

 

 

 

 

 

 

답답하긴 그쪽도 마찬가진가 보다.

해당 서비스 기사는 고객님 댁에 나뭇잎이 우거져 전파수신이 안되어

한 달 전에도 옮겨달았는데 나무를 자르던가 새로운 위치로 옮기지 않으면

문제해결이 안되니 그것을 먼저 해결하고 나서 전화를 해도 하라는 것이었다.

 

 

화가 났다.

설혹 그렇다 해도 그렇지. 소비자가 문제가 있어 해결을 요청하면 최소한 현장에 나와

사정을 살펴보고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찾아 문제를 해결하려는 성의는 보여야지

오히려 고객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앉아 천리를 본다는 식의 무성의한 답을 하니~


 

 

 

 

 

한 톤이 더 높아지려는 걸 가까스로 참으며

위의 설명을 다시 한번 더 한 것이다.

즉 당신설명이라면 TV가 안 나오려면 밤이든 낮이든 안 나와야지

왜 밤이면 멀쩡히 나오던 TV가 아침 해만 뜨면, 여명만 밝으면 안 나오는가 말이다.

그러니 이 지역이 무슨 전파방해 물질이나 햇빛 굴절로 이상한 자기장이 생기거나

아니면 그대들 하드웨어의 문제가 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있다. 그러니 나와 봐야 한다.

내 주장에 대해 여전히 핵심은 피하고 나무타령만 이길레

드디어 말귀를 못 알아먹는 그 막무가내에 그만 벌컥 화를 내며

참, 이야기 안 통하네. 그대와 더 이야기할 수 없으니 본사 다른 사람과 얘기해야 겠다.

그러니 전화를 끊자. 강하게 말하니 그제서야 그럼 내일 한번 나와 보겠다는 것이다.

 

 

 

분명 아직 젊은 친구일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힘든 일을 열심히 하며 이제 막 결혼해 새 가정을 꾸렸을 수도,

온갖 고객들의 푸념 잔심부름에 잠시 지쳐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상처는 주지 말아야지.

그런데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은 노릇이지.

왜 밤에는 멀쩡히 나오는 TV가 해만 뜨면 안 나오나 말이다.


 

 

 


다음날 일요일 오전.

(다행히 밤이 되고 경기가 시작되자 TV는 정상으로 나와 2:0으로 이기는

그 놀라운 결과를 다 볼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던

현대과학으로도 풀 수 없을것 같던 그 난제 중에 난제

오묘한 문제는 어이없게도 엉뚱하게도 너무나 쉬운곳에 원인이 있었다.

바로 자귀나무 때문. 바로 이 자귀나무의 습성 때문

낮이면 잎을 열고 밤이면 닫는 이 나무의 습성 때문.

그리 말로는 나무를 좋아하네. 사랑합네. 조금은 아네. 떠벌리다가

이 나무의 습성이 그런줄 진즉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관찰부족 주의력 부족으로

그리 엄한 사람을 몰아세웠으니.

 

<문제의 그 자귀>

 

 

 


안다는 게 뭔가?

 

그 친구는 예상대로 젊은 친구였으며 착해보였으며 심지어 잘생기기까지 하였다.

또한 안테나를 이리저리 옮겨보고 나무가 상하지 않게 작은 가지하나 정리하니

이제 테리비도 씽씽 잘나온다.

 

 

 

<문제의 그 떼레비>

 

 <파스타와 묵은김치 -딸아이 솜씨>

 

 

 


시원한 냉차 한잔 타주며

 

“미안하이. 친구”어깨를 툭 치니

씩 웃는 그의 가지런한 치아가 참 눈부셨다.

 

너, 자귀나무 이 눔!

또 엄한 자귀나무나 호통치며.

 

 

 <문제의 안테나. 그리고 매화. 이 위치에 있다 자귀의 잎이 늦게피어

옮겼나본데... 첫 그림처럼 이 빈약한 꽃도 매실을 맺었다>

 

기타사진 : 사는 주변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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