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장마6

우두망찰 2010. 7. 5. 17:44

 

 

 

 

 

 

 

 

 

                                                                       

 

                                                <노란 모감주나무 꽃이 핀 길> 

 

 

 

 

 

 

 

                                        문제다

 

 

며칠 전 강남 교보에 갈 일이 있어 주차비를 갈음할 요량으로 CD 몇 장을 샀다.

요새 누가 돈 주고 CD 사 음악을 듣냐 하겠지만

그래도 나는 라디오 말고는 대부분 음반을 직접 사 듣는다.

(항상 두어번 듣고 내팽개쳐 그렇지, 그들도 먹고살아야지 않겠는가? 별 걱정도 다 하며)

 

 

 

 

 

 

 


먼저

1. 김추자 

     -요새 근 한 달 계속 내가 까까머리 중학생? 초등생? 고등학생 때 들은 그녀의

      ‘늦기 전에’란 노래 들머리 멜로디가 계속 따라 다녔다.

      아무 이유도 없는데, 그야말로 뜬금없이

 

 

 

 

 

 

 

 

2. 장사익

     -그의 음반 하나가 있는데, 싸구려 복사판도 아닌데, 음질이 영 아니올시다 여

      <제대로 된 것>하나하다 마침 작년 5월 세종문화회관 공연음반이 있길레 그의

      가창력을 즐기기 실황이 나을 것도 같아 냉큼 샀다. 두 장 묶음 삼마눤이 넘어

      제길, 사면서도 투덜투덜 했다.

 

 

 

 

 

 

 

 


 

3. 김영임

     - 그녀의 순 생짜배기목소리 강원도아리랑에 반해 벌써 4장 째인데 이번에도 실패다.

       즉 음반을 사 <강원도 아리랑>을 들어보고 그 노래가 아니다 싶으면 바로 뒷방지기        

       로 물리쳐 버리니 그녀의 여타노래. 경기 잡가나 사설타령을 들을 인내나 도량이

       아직 내겐 무리인가 보다. -우짰든 대체 그 노래는 어느 음반에 있는 거야?

 

 

 

 

 

 

 


4. 바비 킴

     - 솔직히 난 그가 어느 개그 프로그램에 나오는 모창, 힙합전문 코미디언인줄만

       알았다. 그러다 몇 주 전 일요일 음악전문 채널에서 한 시간 동안 하는 단독 콘서트        

       를 보았으며 -트럼펫 부는 그의 아버지도 함께 나왔다. 배철수 음악캠프 게스트로도

       나온 것도 잠시 들었고, 지난주 PD수첩에 나와 부르는 <소나무>를 들었으며 그 이        

       후 딸아이에게서 이 노래가 노무현 전에 대통령 장례식 때 부른 노래란 것도 들었다. 맞나?

       그 모든 이유를 접어두고 나는 그가 <노래를 할 줄 안다>는 순전히 내 느낌만 믿고

       그의 음반을 샀다. 1집. 땡기면 다음에 2집을 살지도 모른다.


 

 

 

 

 

 

우짰든 오늘 얘기는 그 첫 번째 가수 김추자 얘기다.


 

 

 

*

나는 정확하게 그녀가 누군줄 잘 모른다.

그냥 어린 시절 대단히 개성적이고? 도발적이라 입방아에 오르내린 풍문을 얼핏 들은 것도 같은,

대마를 피웠나 말았나? 누구랑 세상 시끄러운 연애질을 했나 말았나?

아마도 나보다는 연배인 여가수. 미군부대 무대에 서는 가수.

초등핵교? 시절부터 고등학교 정도까지? 가끔 내 정서에 끼어들었지만 별 관심은 없었던 가수.

-그때는 도나도나 서머와인 거쳐 S/G. 비지스. 이장희 송창식. 밥 딜런 더 본격적으로는 하드

락에 빠져있었다.- 왜 그런 그녀가 갑자기 40성상을 훌쩍 뛰어넘어 내게로 왔는가?

그야말로 <늦기 전에> 그녀의 ‘늦기 전에’ 를 꼭 들어봐야겠다는 택도 아닌 생각, 갈증에

빠지게 되었는데

 

 

 

 



CD를 걸고 음악이 나오자


나는 고만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이럴 수가 있는가? 그녀의 보컬, 보이스 칼라란게 원래 이랬단 말인가?

이건 전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 시대에, 40년 전에. 이 목소리가 세상에 먹어줬고, 방송을 탔으며

-금지되지 않고 한때를 풍미했단 말이지.

그런데 그때는 왜 몰랐지? 왜 안 들렸지?

혹시 나중에 녹음한 건 아니겠지? (확인 해보진 않았다.)

 


그 권위적이고 가식적이고 허례허식, 체면치례 성성하든 시대에

날것으로, 이 날것의 생생한 비린 맛으로 세상과 대적하며

조롱하듯 거침없이 쏟아내는 한바탕 소나기 같은 노래.

그녀의 과장된 창법, 떨림. 악센트, 비음, 후성. 그에 따라 그려지는 움직이는 입술 목구멍 몸짓.

너무도 싱싱한 이 비린내. 육감적? 아니, 이건 섹스잖아!

 


한마디로 그녀의 목소리는 ‘자유’였다.

생명.

 

 

 


오처눤

그 매장에 그녀의 음반이 딱 두 종류가 있었는데 하나는 만오처눤

또 다른 하나는 홋 오처눤. 나는 당연 오처눤짜리를 샀는데 이건 완전히

옛날 거리말로 미군지갑 주은 기분.

 

 


그녀의 창법, 목소리로

솔직히 함께 산 다른 음반은 상대적으로 좀 진부하다 가식적이다

느껴질 만큼 신선했는데, 눈치 보지 않는 그녀의 당당함 솔직함

분출하는 생명의 기세. 아우라는 시대를 뛰어넘어 대단히 개성적이고

충격적으로 내게 다가왔던 것이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고?

 

이 CD들을 한번 쪽 훑어본 마눌 왈

 

“우째 선곡이 모두 그래.”  

 

-문제다. 란 표정이니 ~

 

 

글쎄 이게 문제긴 문제인가?



 

 

 

 

 

 

 

 

 

 

 

 

 

 

 

 

 


 

 

 

 

 

 

 

 

 

 

 

 

 

 

배경사진 : 난지 노을공원, 한강변.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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