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사람의 향기

우두망찰 2010. 6. 17. 14:50

 

 

 

 

 

 

 

 

 

 

 

 

 

 

 

“거, 미끈거리지 않고 씹으면 이빨 탕탕 튕기는 뭐 그런 야문

삼겹살 없습니까?”

 

 

 


벌써 1년이 넘었다.

아니다. 만으로 그렇고 햇수로는 벌써 2년이 넘은가 부다.

그를? 안지가. 그녀를 만난지가.


주말

이 장마도 시작된 후덥지근한 날씨에

기어이 해오던 행사, 올해라 건너뛸 수 없다고 M.T장소로

소백산 모처 휴양림을 잡았다 일방적으로 통보해 오길레

‘고문이 되겠군.’ 그리고 ‘피할 수 없다면.’하고

기껏 자위로 생각해낸 게 위 전화내용이었다.


즉 밤새 술추렴을 해야 할 테고

산골안주야 뻔한 육고기 BBQ라면, 그렇다면,

이왕이면 맛있게. 하고

2년 만에, 그것도 딱 2번 만에.

그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연락 끊고 살다

지 필요하니 불쑥, 염체불구하고 전화해서는 이런 부탁을 하는 거디었던 것이다.


“아, x선생님이세요. 물론 있구 말구지요.^^”

 

여전히 통통 튀는 음성.

생긋 볼우물까지 기억날 만큼 반겨주시는데

시골읍내. 이웃한 육소간에 말해 갓 잡은 싱싱한 놈으로

준비해 놓을테니 염려 붙들어 매고 오시란다. 어서 오시란다.

내심 바라던 답이기도 했으나. 반가움이 묻어나는 음성을 들으니

그 가을날 밤 느닷없이 초대받아 엉겁결에 내려가 하루 밤 어울려

술추렴 통음한 사이. 나보다는 휠씬 아래 연배이신 여성분이신데~

다음날 단양 동강 투명한 가을볕하며 들깨 향하며

붉디붉은 사과향이 갑자기 코끝으로 밀려들었는데~


*

금요일 

체 6시가 되기 전에 출발했는데도

죽령고개 넘기 전 그분 거처에 도착하니 벌써 8시 반을 훌쩍 넘겼는데

부부 두 분이서 그때까지 가게 문을 닫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반기신다.

사업장 가게는 사이 거의 두 배나 늘었다 이곳저곳 새 모습을 보여주시고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차 한 잔은 하고 가야 한다며

집에서 담근 소백산 자연산 다래 액기스 냉차를 내어오시는데

탁자에 앉으니 수북한 채소채반 두 개까지 내미신다.

농약 안친 이 동네 무공해 소채이니 오늘밤 쌈으로 하란다.

뿐인가. 갖은 야채에 햇마늘, 양파, 당근, 고추. 버섯....

거기다 집에서 먹는 쌈 된장까지 특별 조제하여 한통 준비했다니

나뿐인가

동행한 직원 녀석까지 입이 귀에 걸려 럴수 럴수 이럴수가

감격의 도가니인데

그로서도 끈나지 않았다.

그 동네 막걸리를 종류별로 하여 한 상자며

딱 한돌 되었다는 자가제작표 오디즙 엑기스 한통까지 앵기는데~

 

 

 

 

(이도 부족할까 야채는 비닐봉지에 따로 더 넣어주셨다.) 

 

 

 


고만하자.

선물이라 꼴랑 포도주 한 병 준비한 손이 부끄러워

쇠고기 둬근끈어 시어른 상에 올리라한 뒷꼭지가 더 부끄러웠는데~


*

결과적으론

“봤지. 인간관계는 이리하는거야.”

 

큰소리치며 나이를 잊고 밤새 절믄것들과 술로 대적하다

끝내 이기고는

 


그 후로 휴일을 내리 뻗어 있었는데


그 날 아침 비 안 왔다면 어쩔 뻔했어

소백산 오를 일로 눈앞이 캄캄했을 텐데

먹다먹다 반이나 남긴 15인분 삼겹살이나

살다 살다 이런 쑥갓 향은 처음이다

남은 야채를 알뜰히 싸간 여직원 찬사가

다음다음날 아침까지도 쓰린 속을 겨우 달래주던 것이었다.

 

 

 

 


아, 참, 대체 이 웬수를 어떻게 갚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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