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柏을 讚함
한나절 바람이면 된다던 날씨가
반을 넘고
반백을 넘고
오후가 되었는데도
근심을 덜지 못하고 어머니 얼굴일 때
아하, 평생을 비우고 비우고
비우다만 가신 분 다비식 날이구나
그 연기시로구나
인생은 지우고 지우고
비우고 비우고 또 비우는 것일까
점하나 라도 찍는게 나을까?
배를 기다리는 시간
다음도, 저녁도, 그 다음날까지도
답이 없는데
동백 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하루가 다 가도록 구석구석 고삿길
다 헤집고 다녔지만
나는 사십이 넘었다오
해선지 앵돌아 지지 않고 혹시나 하는 마음이 없구랴
동백은 지고
아예 쓰러져 편안한 얼굴인데
감태빛 그 오묘함
진주빛 그 그윽함
진녹빛 그 깊숙함
진홍빛 그 처연함
흐득 흐득 느끼듯
또는 웃음 터지듯 사방에서 헤프게 매화는 만발하고
너를 보았으니
이제 시간은 모두 덤으로 주어진 것
거대한 대기가 내 생각을 펼쳤다 덮어도
나는 더 할 말이 없음이라.
(이 부분 : 폴 발레리 해변의 묘지)
-천리 길을 갔는데 동백은 이미 끝나고 있었다.-
(추가 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