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자작나무 열 그루를 샀네
언젠가 내 집을 지으면
서쪽 창가에 심고 싶었던 나무
봄볕은 가혹한데
회초리처럼 땡볕에 벌 세워두고
우선 홍조에 빠진 것은 술 탓인가? 사람 탓인가?
남북으로든 동서로든
긴 결대로 사래가 아름다운 비탈
동구 큰 정자나무 정수리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높은 자리
건너로는 밭 가운데 거짓말처럼 빨간 양철지붕이 보이고
너머로는 자작들이 생각처럼 하염없이 자라 반눈뜨고 내려다 보는
여물 먹고 되새김하듯 이야기가 길고 느린 집
뜰 앞 산사나무 열매가 익걸랑
붉은 술 한 단지 빚어 청해주오
(새들에만 다 퍼주지 말고)
댓바람부터 좁쌀 동동주 노란 봄에 취해
우격다짐하듯 얄삭한 자작 몇 그루
빚 놓듯 던져두고
<퇴고 중 20090413>
(블로그질 하고 처음으로 내가 청해 방문한 첫번째 집
만나자마자 술판부터 벌여 한낮부터 대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