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자장거

우두망찰 2008. 5. 21. 11:43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강물이 생사가 명멸하는 시간 속을 흐르면서 낡은 시간의 흔적을 물 위에 남기지 않듯이,

 자전거를 저어갈 때 25,000분의 1 지도 위에 머리카락처럼 표기된 지방도, 우마차로,

소로, 임도, 등산로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몸 밖으로 흘러나간다.

흘러오고 흘러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은 낡은 시간의 몸이 아니고 생사가 명멸하는 현재의 몸이다.

이끄는 몸과 이끌리는 몸이 현재의 몸속에서 합쳐지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고, 가려는

몸과 가지 못하는 몸이 화해하는 저녁 무렵의 산속 오르막길 위에서 자전거는 멈춘다.

그 나아감과 멈춤이 오직 한 몸의 일이어서, 자전거는 땅 위의 일엽편주처럼 외롭고

새롭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몸은 세상의길 위로 흘러나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과 같은

순결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바퀴를 굴리는 몸은 체인이 매개하는 구동축을 따라서 길 위로

퍼져나간다. 몸 앞의 길이 몸 안의 길로 흘러 들어왔다가 몸 뒤의 길로 빠져나갈 때,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은 몸이 곧 길임을 안다. 길은 저무는 산맥의 어둠 속으로 풀려서

사라지고, 기진한 몸을 길 위에 누일 때, 몸은 억압 없고 적의 없는 순결한 몸이다. 그 몸이

세상에 갓 태어난 어린 아기처럼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길 앞에서 곤히 잠든다.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오르막을 오를 때 기어를 낮추면 다리에 걸리는 힘은 잘게 쪼개져서 분산된다.

자전거는 힘을 집중시켜서 힘든 고개를 넘어가지 않고, 힘을 쪼개가면서 힘든 고개를

 넘어간다. 집중된 힘을 폭발시켜 가면서 고개를 넘지 못하고 분산된 힘을 겨우겨우

잇대어가면서 고개를 넘는다.




1단 기어는 고개의 가파름을 잘게 부수어 사람의 몸속으로 밀어 넣고,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의 몸이 그 쪼개진 힘들을 일련의 흐름으로 연결해서 길 위로

 흘려보낸다. 1단 기어의 힘은 어린애 팔목처럼 부드럽고 연약해서

바퀴를 불리는 다리는 헛발질하는 것처럼 안쓰럽고, 동력은 풍문처럼 아득히 멀어져서

목마른 바퀴는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데, 가장 완강한 가파름을 가장 연약한 힘으로

쓰다듬어가며 자전거는 굽이굽이 산맥 속을 돌아서 마루턱에 닿는다.




그러므로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오를 때, 길이 몸 안으로 흘러들어올 뿐 아니라 기어의

 톱니까지도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내 몸이 나의 기어인 것이다. 오르막에서, 땀에 젖은

등판과 터질 듯한 심장과 허파는 바퀴와 길로부터 소외되지 않는다. 땅에 들러붙어서,

그것들은 함께 가거나, 함께 쓰러진다.




'신비'라는 말은 머뭇거려지지만, 기진한 삶 속에도 신비는 있다. 오르막길 체인의 끊어질

듯한 마디마디에서, 기어의 톱니에서, 뒷바퀴 구동축 베어링에서, 생의 신비는 반짝이면서

 부서지고 새롭게 태어나서 흐르고 구른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김훈 '자전거여행' 中 프롤로그




*

나는 이 책을 보지 못했다.

보기야 봤지만 읽어보지는 못했다. ^^

다만 그가 어느 고개 령에서(아마도 충북 전북 경북의 경계인 민주지산

-영화 집으로의 무대와, 한 겨울 특전사 부대원이 천리 행군시 폭설로 歿한 오지)

일모의 시간에 건너편 산자락을 바라보는 표지사진과 ‘저어갈 때’

란 이 수사를 어떤 충격으로 물끄러미 바라본 적은 있다.

 

 

                                                                       

 


지난 토욜

순전히 신문에 난 전면 광고 하나 탓인데

수월찮이 값나가는 이 기능에 충실한 물건을 그냥 무지막지 반으로 뚝 짤라 

한정수량 판다기에 두말 않고 전화로 결재하려다 그래도 그렇지

경차 하나 값은 족히 치르고 여기에 푹 빠져있는 한 지인에 전화를 하니

잘 했단다. 절대 사지 말렌다.

 

 

                                                       

                                                           

 

  

그러고서 하는 말이 여기 가보시오. 저기 가보시오.

이 모델도 함 보세요. 저 모델도 함 보세요....

 

점입가경이다.

 

 

                                              

 



 

또 아내는

왜 당신은 그 나이에 남 다하는 골프나 그런 실속 있는 건 안하고

돈도 밥도 안 되는 사진이며 또 자잔거는 또 뭐요?

사람이 좀 알차고 내실이 있어야지. 우험하구로~

결국 오래살고 던 마니 벌어

지를 위하라는 말이다.^^

 

 

 

                                                             

 



하기사 망서려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우선은 집이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이라 때마다 들고 메고 오르내릴 일도~

이제 제법 자리를 잡아가는 걷기행사도~

벌리다 만 사진도~

(이건 보니 김훈, 이 냥반도 사진가 한명과 항상 동행이더군~)


하여튼 나중에 중간에 때려 치더라도 본전 생각 안나도록

 

목하 고민 중.

 

     

                                                             

 

 

                                                                                                     <전문가 계시면 한 말쌈 들으려고^^>

 

 

 

 

 

 

 

 

 

 

 

 

             

 위의 김훈씨 사진, 녹색부분 글 : 웹에서 오베 옴. 최초 작성자에게 감사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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