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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에서-2 꽃무릇

우두망찰 2006. 10. 11. 11:20
 

 

 

꽃무릇에 관한 이야기 둘

 

 

 

이야기 하나


지금 집에 산지가 아내말로 12년 되었다니 아마도 94년이나 95년도쯤인가 보다.

계절도 추석 지금 무렵이었던 것 같은 휴일.

가까운 양재 꽃시장 쪽으로 나들이를 갔다 이상한 꽃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름을 물었을 것이고,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걸 보면 숩지 않는 이름.


더욱이나 꽃은 집으로 오고 며칠 되지 않아 모두 떨어져 버려 더 그랬을 것이다.

다시 언제 꽃이 피나하고 기다렸는데 그 후로 피지 않았고

그 후로도 다시 12년 동안 영영 한번도 피지 않았다.

대신 푸른 싹이 난처럼 삐쭉 솟아 늘씬늘씬 자라

가을 겨울날? 한두달 새순의 싱싱함을 보는 맛은 참 괜찮았었다.


우리 집은 그 구근을 수경으로 키웠는데

-키운다기보다 그냥 수반에다가 방치했다고 해야 맞다.

일 년의 거의 대부분을 아무 미동이 없기로 죽은갑다, 버려야지 만지면

그 속에 그래도 올 곶은 생명의 탄탄함이 느껴져 그러지도 못하고 내버려두었었는데

물때가 심하게 끼어 보기에 좋지 않았다.  

그래서 어쩌다 화분 청소를 할 때면 하나 둘 파뿌리처럼 삐져나오는 알들을 떼어

이 화분 저 화분에다 던져놓았는데 활착이 잘되어 끈질기게 살아남는걸 보니

흙에서도 잘 자라는가 보다.

그 우리 집 꽃무릇이다.

 



이야기 둘.


내가 직업으로 하는 일의 주변부 일도 그 이미지, 소위 말해 컨셉을 자연에서 따오는 경우가 많다. (교감하는 일. 그래서 여행의 목적, 핑계가 되기도 한다.)

얼마 전 어떤 국제 컴피티션에서 우리 팀 누가 낮선 풍경사진 여러 장을 가지고 왔다.

그것은 가을들판 사진이었고, 벼가 익어가는 사이사이 논두렁이 놀랍게도 온통 붉은

꽃무릇으로 장관인 일본 어느 농촌의 사진이었다.


우리가 참가한 그 새로운 도시계획은 들판 한가운데로 중심 땅이 논이었고

우리는 그 바둑판 논 자락 논두렁 꽃무릇처럼 아름다운 도시기반 하부구조

-도로, 상하수, 가스, 전력, 통신 인프라 스트럭쳐를 구축하는 것을 아이디어로

채택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안은 떨어졌지만 일이란 항상 붙는 것보다 떨어지는 게 많으니

괜찮다.

문제는 끈임없이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는 거. 이것이면 된다.

 

어떤가? 괜찮지 않는가?

내가 자란 어릴 때 농촌풍경, 논두렁은 온통 한치 땅도 놀릴 수 없는 경제적

각박함으로 모두 콩을 심었는데 먹고살만한 요즘, 식량이 남아돈다는 요즘

또 다른 수입원으로 노동력부족을 이 꽃을 심어 관광자원으로 한다면~


 

 

 

 

 

 

 

 

 

 

 

 

 

 

 

 

 

 

 

*************************

아래 목차는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다 떠오르는 대로 붙인 이름으로

꼭 이렇게 쓰리란 보장은 없다. 

 

 

1. 꽃 무릇

2. 마파도. 백수해안도로

3. 길을 잃다.

4. 주암호

5. 꼬막

6. 순천만 갈대

7. 남해

8. 새들은 모두 해뜨는 곳으로 날아갔다.

9. 세상에 가장 친절한 안내판

10. 미조

11. 물건

12. 남해 편백 자연휴양림

13. 엇갈림

14. 10.3일 새벽

15. 10.4일 on Air

16. 을숙도 몰운대 다대포 하단

17. last day

18. 나의 첫 바다

19. 동해남부선

20. 아, 간절곶

21. 영광 고리 월성 울진

22. 온산

23. 정자 처용 대왕암

24. 구룡포

25. 구룡포 해수욕장

26. 등 뒤가 뜨거워지고 있다.

27. 석병리 가는 길

28. 바람-1

29. 돌지않는 풍차

30. 영일만 구만리

31. 바람-2

32. 만의 가장 깊은 곳

33. 7번국도

34. 바람 -3

35. 바다 -1, 2, 3, 4, 5, 6, 7.......

36. 산으로 집으로

 

 

 

 

제목 '길에서'는 찾아보니 전에 한번 쓴적이 있어 '길위에서'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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