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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색

우두망찰 2006. 8. 21. 14:24

 

 

 

 

 

 

 

 

 

 

 

 

그리 써 그런 게 아니라

15일 이후로 날씨 변화가 확연하다.

20일쯤

휴가는 끝났겠다.

개학날은 다가오겠다.

남쪽서 태풍은 하나 다가와 살자쿵 비켜간다 하겠다.

‘음, 기다리던 때가 바로 지금이야.’

이른바 간절기. 돌아다니기 족이 돌아다니기 딱 좋은 때.

‘동해를 가야겠어.’

잠깨는 대로 출발하여 안개 자욱한 영을 넘으면

보나마나 비구름은 저 멀리 울릉도로 내뺐기 한참일 테고

그들이 몰고 간 왼갖 지난여름 상처. 잡다함 뒤엔 산자수명

고요와 정적. 선명함과 다시 깨어나는 눈부심만 있을 거야.

짭짜름 그 뒷맛으로 입안을 헹구고, 아무도 없는 언덕에 서

깊은 호흡으로 바다 한번 들이키고, 돌아서 바로 산으로 들면

왼 종일 긴 사행천 걸음으로 그 품을 느리게 흘러도

이윽고 제자리겠지~......


엥?, 아침.

여전히 120mm폭우란다. ‘그럴리 없을 텐데?~’


그래서 택한 게 이 길이다.

변산반도.

또한 여길 택하는데 무의식적으로 작용한 정보가 ‘꽃 무릇 피었다.’ 이니

‘9월 중순이후’ 란 평소 상식이 증거 앞에 무력할 밖에.

그러나 좋았다.

새벽은 선명 했으며 - 땅과 산맥과 구름의 농담만으로도 빛났다.

꽃 무릇은 피지 않았고, 대신 마을마다 골마다 연꽃 배롱 꽃이 한창이었으며

그 색에 필적할 복분자 생 쥬스, 술을 술잖이 마셨고 바람은 더 많이 마셨다.   

그 길에서 문득 만난 이 강열한 색.

 

아직 대하 못된 중하가 길바닥마다 반짝반짝 햇살처럼 튀었고

하얀 배를 나뒤집으며 수족관 전어가 가을이 왔음을 알리고 있었다.

이미 제 몸 색깔을 바꾸기 시작한 들판의 풍요처럼

앞으로 한달 반. 세상은 곳곳이 풍성할 것이며, 동서남해

어디랄거 없이 낚싯대만 당구면 속초 양양 서산 태안에서도

고등어나 학공치 정도는 풍성히 보내줄 것이다.


어쨌거나 다음에는 상식에, 내 믿음에 우선 따르도록 하자.

어제 동해는 비가 오지 않았다?

(실은 뉴스를 못 봐 비가 왔는지 말았는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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