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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우두망찰 2006. 6. 22. 19:21
 

근 보름 따라다니며 은근히 신경을 거슬리게 하든 말썽꾸러기

일 두개가 그런대로 원만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니

어제 오후, 간만에 친구들을 만나다.

저녁 여섯시. 진종일 추적이던 장마 비도 그치고 

사이사이 햇빛도 났었는데 생각하니 공교롭게도 날짜도 마침 夏至였다.

그러니 해지기까지야 아직 한참.


우리는 천천히 그 공원을 걸었다.

워나기 개성이 각각인지라

또 나름대로 뭘 끄적이는 취미들을 가지고 있는지라 -나 빼고.

그 속에서 어떤 공통된 화제, 이어지는 주제의 이야기들은 없다.


뿐이랴. 몇 分 이상 특정 상대와 보조를 맞추어 걷는 일도,

어떤 얘기를 하다가도, 보고 싶고 관심 가는 일이 생기면

아무런 양해 없이 갑자기 쳐지든가, 새든가 해도 아무도

무안해하지 않고 무안하지도 않으며,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는

그야말로 무던한 관계.

(절친하다 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무덤덤하지만도 않다^^) 


온 후의 싱그러움이 온 대기에 스며 있었는데

물도, 풀도, 나무도, 길도~ 알맞은 기온처럼

공원은 그야말로 조화롭게 잘 손질되어 있었다.

풀냄새.


시들어가는 장미향 진한 냄새가 서늘한 습기에

더 짙게 묻어났다. 여러 새소리. 뻐끔,

큰 잉어도 가끔 수면위로 고개를 내밀어 신고하고~.

 

천천한 걸음으로도 삼십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무려 두 시간에 걸쳐

제각각 표정, 자세, 생각으로 그야말로 해찰을 하고.

어둑해질 무렵


이제 먹으러 갔다.

당연, 배가 고프니까. 

이제 때가 되었으니까. 

다섯 명.

신기하지 않는가? 어떤 채근, 설명, 사전 약속 없이도

비슷한 생각, 비슷한 루트, 비슷한 시간으로, 따로 또 같이 산책을 마친걸 보면.

그야말로 호흡이 맞다는 것. 호흡의 길이가 비슷하다는 점.


살며 이런 친구가 많다는 건 그야말로 생의 지복이요 홍복이다.

그러니 저녁이야 당연 맛있을 수밖에.

환상적 마블링 참치 뱃살, 눈탱이 볼 살 탱탱,

반달처럼 갸름한 흰 눈썹 근육. 그리고 찬 이슬이. 캬 ^^




*

사이버 친구다. ^^


제각각 삶과, 보호/존중되어야 하는 불가침 사생활 영역이 따로 있고

실생활에 관심과 참여가 제한되는 한계를 가지지만~

 

한계?

실은 이 한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우리가 이 사이버 공간을 대하는 기준과 가치들은

다 다르겠지만 공통점 몇 개는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지켜야 할 기준과 원칙도 실생활에 적용되는

가치 규준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고~.


그리고 이 사이버 공간이 가지는 부가적 효용으로 현실에서

이루기 힘든 이상적 무의식의 욕구충족, 대리만족 같은 게 아닐까?

(실현성과 관계없이 인간은 늘 꿈꾸는 버릇이 있고 그 무의식적 욕구는

적절히 해소됨이 개개의 정신건강에도 이 사회에도 유용하다.)

그러니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연 이의 반대.


착각하지 않는 것이다.

혼동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위의 * 표 이상의 글 같은 것.

윗 글에서 거짓이나 과장이야 없지만 실생활도 저럴 것이다

믿고 착각한다면 그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지 못한 현실, 처지를 비하, 비관하거나 불만을 가지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저런 삶, 이상적 관계가 과연 현실에서 지속적으로 가능할까?


아시다시피~ 우리는 다만 꿈꿀 뿐이다.

(그러나 우리의 무의식은 그 꿈을 이루려 끈임없이 시도하며 노력한다.

그리고 위와같은 한정된 상황으로 그 완전함에 대한 희구 욕구를 가끔씩 해소,

충족하기도 하며,^^  인간된 특성을 이해하고 제어장치가 잘 가동될 경우

이는 심리, 생리적으로 매우 건강하고 유익하기도 하다.)

 

우리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내 입으로 들어간 순간

그리고 씹히고 난 다음 모양을 뱉어 본다면 그도 아름다울까?

목구멍으로 넘긴 다음 소화되고 처리되는 마지막 과정을 생각한다면

그때도 아름답다고만 할 수 있을까? -겉보기 미추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실과 이상, 실재와 꿈은 다르다. 

어제 夏至. 밤과 낮, 어느 한쪽이 극단적으로 긴 날이다.

살다보면 冬至. 밤의 길이가 극단적으로 긴 날도 있을 것이다 

세상은 언제나 빛과 어둠, 밤과 낮. 상반되는 두 축이 있으며

그 모두를 이해하고 수용해 아우름이 삶의 본질이며 진실이겠지만

그사이 무수한 조합이 가능하다.

그 중 무엇을 택하고 어디에 위치하는지가 바로 내 삶이며 내 인생.


그러니 또한 도피하지 않는 것이다.

현실의 문제는 현실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먼저 현실에 충실하고 그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왕도는 없다. 세상의 이치는 대단히 정직하고 단순하다.

아무도 나를 대신할 수 없고 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각자는 우선 강해야 한다.


*

그러니 사이버, 허깨비. 허무한 것.

그러니 닫고 살까?


누가 그랬다. “접속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또 이런 말도 있었지 아마?

현대를 사는 모든 사람은 “섬처럼 외롭다.”

 

물론 나도 그렇다.

그러나 한계를 두지 말자.

서둘러 한계를 긋고 자신을 속박하거나 가능성을 축소하지 말자.

믿자. 인간의 만남, 소통, 관계의 발전이란 다 따지고 보면 처음엔

전부 무로 시작한 것이다.

그 한계를 두지 않는 이 이상적 공간을 즐기려면

답은 참 역설적이게도 한계를 두고 우선 현실에 충실하라 라는 것일 것이다.^^


*

근데 넌 왜 맨날 피비린내 나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달달한 소리만 하느냐구?

ㅋㅋ,  x인지 된장인지 굳이 무 봐야 아나.

이제 한수 접을 때도 되었다. (마이 무 봐. -건방지게 들렸다면 용서하시라^^)

또한 좋은 말은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마법이 깃들어 있기도 하다.


어쨌든

눈빛 한번으로 통하고 표정한번으로도 서로를 이해하는

생각과 취향이 비슷한 이 꿈같은 좋은 관계를 당신이라면

굳이 포기하겠는가?

그것이 비록 삶의 부분, 쉼에 치우쳐 직접적 생산, 이해타산과는

거리가 있다하더라도~


우쨌든 번개 한번 했다는 걸 참 장황하게 이리도 길게 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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