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꽃 드디어 피다.
나팔꽃 감고 오르다.
아직 비 오지 않다.
*
뭘 쓸라치면 뭐 이런 제목으로 써야 할 티인데
‘흠씬 두들겨 맞다.’ 이런 뒷동네 깍두기 제목을 써 놓고 보니
좀 거석 하기는 합네다.
저 어제 밤에 곤죽이 되도록 두들겨 맞았습니다.
우연찮게 뒷골목을 가다가
흠씬 두들겨 맞아 손가락하나 꼼딱 할 힘없이
이리 곤죽이 되어 퍼져있습니다.
그 놈들 쎄대요.
맑은 놈 세놈이서 차례차례 덤비는데
흩트려짐 하나 없이 눈 말짱 뜨고 덤비는데
처음엔 호기롭게 술술 다음엔 기분 좋게 술술
다음엔 본때 있게 술술
쓰러뜨리고 자빠뜨리고 力拔山氣蓋世
산도 뽑고 물도 말려 버릴 기세로 해치우고 날려버리는 줄 알았는데
앞차기 돌려차기 가로막기 수도지르기 공중회전 이단 옆차기.
엎어치기 허리치기 두주불사 호연지기
허허실실 변죽법, 태산압권 정공법도 다 소용없이 결국엔 허무하게,
결국엔 중과부적.
결국은 내가 날라 가고 쥐 터지고 해치움을 당하고 있더라니깐요. ㅋㅋ
엉망진창 지리멸렬 쥐 터져가지고
그래 결국
‘세상에 맑은 놈만큼 독한 건 없다.’
‘세상에 맑은 놈만큼 강한 건 없다.’
이런 구태의연 구호 하나 다시금 학습 받고
세 번 복창하는 벌 받았습니다.
(그 학습효과 또 얼마 갈지 모르겠지만 으 흐)
그런데 아침에 아슴프리 겨우 눈뜨고 비몽사몽 바라보니
환시인지 착시인지
아, 고놈의 쬐그만 녀석, 분꽃 두어 송이 어느새 피어 가지고설랑
“안녕하셈?”
이리 갑자기 꽥 소리를 지르는게 아니겠시유.^^
눈웃음 살살치며, 통통튀는 목소리로
참~ 네.
“아이, 깜딱이야. 깜짝 놀랬자나”
‘안녕치 못해 속 뒤집어져. 콩나물국 끓여 줘’
이리 부탁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분꽃이 콩나물국 끓여줄리 만무이므로
그래 이즉 이리 속 뒤집어져 있습니다.
아, 참으로 신물 난다.
그놈의 분꽃! 아니? 맑은 놈!!!!
콩나물국 고춧가루 없으면 분꽃이나 확 쳐부까?
한달에 두 번쯤의 음주가 요즘 일주에 두 번 빈도로 바꾸니
“어이, 망차리 너 정신차리.” ^^
(사진은 인터넷 서핑 해 뚱쳐 온 거고, 분꽃은 우리 집 베란다에 피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