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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우두망찰 2005. 5. 19. 12:41

 

 

 

 



오대산을 갔다 왔구랴


오대산이 그리 좋은 줄

예전에 미처 몰랐는데

이제 짬날 때 마다

오대산 가야겠다 생각하고 가슴 뛰누나


칡이 없고

소낭구도 없고

또 뭐도 없어 분명 세 가지가 없댔는데

그 세 번째가 뭐인지는

도통 생각나지 않는 산


대신 전나무가 있었네

아름드리 음나무, 피나무

깨끔드리 작은 나무 함께 어울려

짙은 녹음 숨소리 깊은 산


그 산에 가야겠네. 서울서 두 시간

넉넉잡고 한나절 오르고

넉넉잡아 한나절 쉬다가

넉넉하니 산채나물 먹으면

넉넉해지는 마음


아, 깊고 푸른 그 숨소리 닮을 수 있다면




********************************************

( 십수년 전. 친구 셋이 오대산엘 갔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이 오다 그친 날

산을 오르다 무겁게 짐 진 한 젊은 비구니 스님을 만나다.

암자로 공양미, 부식거리를 나르던 중.

들어 드렸고, 암자 앞에서 인사했다.

" 성불하세요."


흰눈처럼 소담하고 푸르르던 그 비구니 스님

하얀 얼굴, 맑은 눈빛, 파란 머리.

" 내려가시는 길에 들려 공양하고 가세요."

그러나 잊었다.

암자를 지나쳐 한참 내려오는데

" 보세요."

한 젊은 비구니 스님이 구르듯 산을 내려오셨다.

" 공양 드시고 가시랬는데…."

벗겨진 고무신을 찾아 신으며

장난스레 웃음 눈가에 가득 담고

오라비뻘들을 마치 친동생 나무라듯 했다.

아뭇소리 못하고 다시 암자로 따라 올라가 따뜻한 밥 먹던 일.

얼음 동김치. 산채나물. 구수한 숭늉 맛

아! 그 스님 신고 있던 깜장 고무신.

기운 깜장 고무신. 바알갛게 언 손. 씩씩하시든 모습.


"예전에 oo선사님이 가지에 눈을 쓰고 있다 

지나가는 스님 민머리에 쏟으며 장난하던 소나무와

발목 잡아채어 넘어뜨리던 칡넝쿨들을 모두 이 산 밖으로 쫒아냈다 합니다. 호 호"

그 스님 얘기해 줬는데…. 신기하게도 소나무 칡넝쿨이 없구나.

나머지 하나는 잊었고

그 스님 어디에 계신지…….

이번 주 오대산 가려다 문득 생각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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