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을 갔다 왔구랴
오대산이 그리 좋은 줄
예전에 미처 몰랐는데
이제 짬날 때 마다
오대산 가야겠다 생각하고 가슴 뛰누나
칡이 없고
소낭구도 없고
또 뭐도 없어 분명 세 가지가 없댔는데
그 세 번째가 뭐인지는
도통 생각나지 않는 산
대신 전나무가 있었네
아름드리 음나무, 피나무
깨끔드리 작은 나무 함께 어울려
짙은 녹음 숨소리 깊은 산
그 산에 가야겠네. 서울서 두 시간
넉넉잡고 한나절 오르고
넉넉잡아 한나절 쉬다가
넉넉하니 산채나물 먹으면
넉넉해지는 마음
아, 깊고 푸른 그 숨소리 닮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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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수년 전. 친구 셋이 오대산엘 갔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이 오다 그친 날
산을 오르다 무겁게 짐 진 한 젊은 비구니 스님을 만나다.
암자로 공양미, 부식거리를 나르던 중.
들어 드렸고, 암자 앞에서 인사했다.
" 성불하세요."
흰눈처럼 소담하고 푸르르던 그 비구니 스님
하얀 얼굴, 맑은 눈빛, 파란 머리.
" 내려가시는 길에 들려 공양하고 가세요."
그러나 잊었다.
암자를 지나쳐 한참 내려오는데
" 보세요."
한 젊은 비구니 스님이 구르듯 산을 내려오셨다.
" 공양 드시고 가시랬는데…."
벗겨진 고무신을 찾아 신으며
장난스레 웃음 눈가에 가득 담고
오라비뻘들을 마치 친동생 나무라듯 했다.
아뭇소리 못하고 다시 암자로 따라 올라가 따뜻한 밥 먹던 일.
얼음 동김치. 산채나물. 구수한 숭늉 맛
아! 그 스님 신고 있던 깜장 고무신.
기운 깜장 고무신. 바알갛게 언 손. 씩씩하시든 모습.
"예전에 oo선사님이 가지에 눈을 쓰고 있다
지나가는 스님 민머리에 쏟으며 장난하던 소나무와
발목 잡아채어 넘어뜨리던 칡넝쿨들을 모두 이 산 밖으로 쫒아냈다 합니다. 호 호"
그 스님 얘기해 줬는데…. 신기하게도 소나무 칡넝쿨이 없구나.
나머지 하나는 잊었고
그 스님 어디에 계신지…….
이번 주 오대산 가려다 문득 생각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