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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계 휴게소

우두망찰 2005. 5. 11. 13:23
 


지난 3월인가? 4월인가? 옥계휴게소를 다녀오다.

(벚꽃이 핀걸 보니 4월이군.)


실은 핑계인지 모른다. 건물 보러간다는 건.

우선은 그 지역을 오가며 접하는 풍광이며, 먹거리

기분의 느긋함 따위가 바로 진정한 생의 여유, 기쁨일진데

거기다 굳이 직업적 의무, 볼 일 따위 핑계를 옹색하게

갖다 붙일 필요가 있을까? ^^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당당히.’

문제는 항상 열심히 일하지 않았든지, 못했든지

아니면 일할거리가 없었다든지 이니

사실 이 한마디면 언제고 족한 것이다.


*

작가는 아마도 이 충기씨? (기억으로 이름이 맞나 모르겠네.)

성균관대 교수? 대진고속도로 금산, 인삼휴게소도 설계한 사람.

그 건물로 그 해 건축가상을 받았으니, 그게 인연이 되어 이 휴게소

설계도 의뢰받았는지???  알 수없지만...


건축설계란 업을 하면서 평생에 이리 잘생긴 땅에다

자기 생각을 풀어놓을 기회를 얻는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작가에겐 가장 큰 축복이었으리라.


(별 관계도 없으면서) 오가며 금산휴게소도 차분차분 둘러보았지만

이 휴게소도 이모저모 살펴보았다. 그리고 좀 오래 머물러 있었다.

잘 생겼다. 땅이.

땅을 읽고 건물로 풀어 낸 그의 솜씨도 대체적으로 무난하고 원만해

마음에 든다.

(특히 넘치도록 많은 물을 두고 또 물로 연출한 후정이 마음에 든다.)


땅이 가진 잇점, 베스트 원투스리에 드는 고속도로 휴게소 중

가장 두드러지는 곳이 어쩌면 이 휴게소?, 경부고속도로 상, 금강휴게소?

아니면 중앙고속도로 상의 단양 하 휴게소?  (대체로 나는 그리 친다.)


마지막으로 저널에 난 작가의 안내를 따라 2층 로툰다(Rotunda)라 할지

파빌리온(Pavilion)이라 할지 아니면 전망대? 하여간 기능은 약간 애매한

공간에(그러나 나 같은 취향에는 썩 만족한 -주 사진 속 공간) 면한

화장실에 가보게 되었다.

(남녀 각각으로 변기 하나씩만 있다.)

대한민국 화장실중에서 이보다 더 풍광이 좋은 곳. 비싼 곳.

호사스러운 곳. 귀한 곳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


하지만

아쉽다.

시야는

좋지 못했다.

시공 중에 작가의 의도가 왜곡되었는지는 몰라도 (왕왕 그렇다.)

남자화장실 좌변기에 앉아서의 창밖 조망은 어중간한 높이에서 잘려 있었고

여자화장실은 (살펴는 봤지만 앉아보지는 못해)남자화장실로 시야 통로가 비좁아

전망이 그리 시원히 해결되지는 못한 것 같았다.

 

일망무제

그 동해바다 풍광은 어디로 갔는가?

아깝다. 변기가 창쪽으로 한 클릭만 땡겨 앉았어도

해우하며, 시 한편 쓸 수도 있었을텐데 ㅋㅋ 

(사실 천추의 한이므로 이는 고쳐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그에 반해 단양휴게소 남자화장실에 한번 들어봐라.

변소 칸칸 다 그런진 몰라도 내가 들은 그 화장실 칸은

후정이 대나무 울로 둘러쳐져 각각 독립된 속에

무릎이하 얕은 창턱너머로 보라색 들국화 한 가지가 그 가을에

조촐히 피어있었더랬다.



(옥계 휴게소 : 강원도 동해고속도로 상에 있는 휴게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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