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

이화

우두망찰 2005. 5. 6. 12:22


 

이화


(梨花

배꽃

梨花에 月白하고....

공교롭게도 전날저녁 희고 둥근 달을 보다.)


*

원래 배꽃은 예정에 없었다.

화창한 봄날, 일요일 아침

급할 것도 부담도 없는 尙州, 재종질 결혼식 가는 길


세상 생명가진 모든 것들은 다투어 촉을 내밀고

산야는 온통 그 싹과 꽃들로 화사히 얼룩져 있는데

잠시 쉬며 바라본 충주휴게소 뒤편 산 벚도 한창이어

그를 한두 장 담고, 조팝 제비꽃도 곁들여 함께 담다.


벚나무.

지기 시작한 꽃과 연두색 새순의 성긴 조화가 늘

마음에 떠돌았는데, 이번에도 만족한 결과가 없어 아쉽다.

한가지로 늘여지고 바탕이 짙은 초록이나 검은 역광이면 금상첨화 일텐데.


충주IC를 지나며 순간적으로 접한 전방 풍경은

아마 평생을 두고 나를 따라다니리라.

이름하여 계절·시간·거리·날씨·방향. 모든 것이 맞춤인데

그 폭과 넓이, 높이와 거리를 두고 펼쳐지던 봄의 제전이라니.


단 몇 초의 순간이었지만, 그 순간이 내 안에서 오래 살아 숨쉴

거란걸 예감하며, 괴산 지나 다음 연풍IC에서 내리기로 했다.

시간도 아직 일렀지만, 새로 개통되어 얼마지 않은 중부내륙고속도로

그와 나란히 가는 4차선 3번 국도에 교통량을 다 내어주고

이젠 정말 옛날같은 한갓진 풍모를 찾았을

그 이화령 옛길을 다시 가보고자 함이었다.


다행히 IC에서 옛길까지 거리도 단 몇 분으로 지근이다.

4차선으로 폭을 넓히고, 선형도 직선으로 다듬어 이제는

거의 준 고속도로 수준인 3번국도도 하릴없이 휑덩하니

입구도 겨우 찾을 수 있는 그 옛 고개 길이야 어떠하리오.


이화령

梨花嶺. 한자로도 이리 쓰는지 잘 모르겠지만

공교롭게도 처음 만난 것도 이화, 이 꽃이었다.


생각해보면


지금쯤 배꽃이 필 것이란 걸 왜 몰랐겠냐만

그리고 이즉 살며 이 꽃 핀 걸 한두 번 보았겠냐만

진즉 사진으로는 제대로 담을 기회가 아직 없었는데

이 한적한 길에서, 시간도 넉넉한데 것도 야생의 돌배 꽃이라니....


꽃을 알아보고, 그리고

그 순간 이곳 지명이 ‘이화’가 들어간다는 것도 생각나고

어쩌면 그 뜻도 음과 같을지 모른다는 우연찮은 일치를 신기해하며

이윽고 가슴은 서서히 설레기 시작하고 날씨처럼 환히 밝아져갔다.


여러 갈레로 찍는다. 여유를 갖고. 충분히.

산수유 노랑은 이제 절정을 지나 그 빛이 점점 엷어가고 있었으며

고개 길에는 야생 도화도 심심찮게 함께 피어 이 꽃 흰색과

한 자리서 좋은 대조를 이루어 주었다.

 

<조팝나무>



<야생도화 >



<중부 내륙고속도로와 3번국도>



 

<산 벚>




'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은 엄꼬~  (0) 2005.05.24
오대산  (0) 2005.05.19
튤립나무의 계절  (0) 2005.05.12
옥계 휴게소  (0) 2005.05.11
섬 여행  (0) 2005.05.10